[현장에서]과천 분양가 '싹뚝'…공공택지도 로또청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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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관 기자
입력 2019-07-31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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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 지식정보타운의 마수걸이 일반분양 단지 분양가가 지나치게 낮게 결정되면서 로또청약 열풍이 강남권 공공택지지구로 옮겨붙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대우건설 컨소시엄이 과천 지식정보타운 S6블록에 공급하는 '과천 푸르지오 벨라르테'의 분양가가 최근 3.3㎡당 평균 2205만4000원으로 잠정 결정됐다. 당초 건설사가 제시한 3.3㎡당 2600만 원대의 분양가보다 400만원(약 15%) 가량 낮아진 금액이다. 분양가심의 과정에서 이 같은 결론이 도출된 것이다.

현재 과천지역 아파트 분양가는 3.3㎡당 3000만~4000만원에 육박한다. 지난 26일 모델하우스를 연 과천 푸르지오 써밋(주공 1단지 재건축) 3.3㎡당 분양가가 3998만원이었다. 벨라르테는 이 단지와 불과 3~4㎞ 거리지만 무려 1800만원 가까이 낮은 분양가를 받았다. 정부가 택지지구에서 로또청약을 조장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가 분양가를 낮추려는 것은 분양가 상승이 인근 집값 상승으로 이어지고 다시 분양가가 올라가는 고리를 끊자는 취지다. 물론 이론적으로는 분양가를 낮추면 주택 가격 상승 요인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현재 부동산시장은 옆에서 100원에 말리는 물건을 80원에 깎아 판다고 100원짜리 물건이 90원이 될 시장이 아니다. 80원에 물건을 산 사람만 20원의 이득을 볼 확률이 높고 결국 로또 청약의 사행심만 커지는 셈이다.

특히 대기수요가 풍부한 강남권에서 낮은 분양가의 신규 아파트가 나오면 대기수요가 몰려들 수밖에 없고 그만큼 시장이 불안해질 게 불 보듯 뻔하다.

더 큰 문제는 분양가 인하 압박이 건설회사의 분양 지연이나 재건축과 같은 정비사업이 위축될 수 있다는 점이다. 벨라르테의 시공사인 대우건설은 현 가격으로 분양하긴 어렵다는 것이 내부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식정보타운의 첫 아파트 분양일정이 불투명해지면 향후 분양예고 단지들도 도미노처럼 분양일정이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

이는 중장기적으로 공급 부족을 일으키고 집값을 더 빠르게 올리는 결과로 이어질 공산이 있다. 오늘 집값도 잡지 못하면서 내일 집값을 더 올릴 것이 걱정된다는 얘기다.

세간에는 "현 정부의 부동산 규제로 현금부자들은 숨죽여 웃는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현재 청약제도로는 무주택 서민 대신 돈 많은 '줍줍족'의 배만 불릴 가능성이 크다. 시장은 규제의 역설과 빈틈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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