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앞 로컬 매거진 <스트리트 H> 창간 10주년 기념호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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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곤 기자
입력 2019-07-21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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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년 넘게 쌓아 온 홍대앞의 기록, <스트리트 H>

사람이 공간을 만들고 공간이 지역을 만든다홍대앞을 대표하는 로컬 매거진 <스트리트 H>가 지난 6월, 통권 121권으로 창간 10주년을 맞이했다. 2009년 6월 창간된 <스트리트 H>는 홍대 예술가와 취향 생산자들의 활동과 공간, 정보를 기록하는 잡지로 매월 3,000부를 제작, 홍대 인근 50여 곳에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
홍대앞은 1980년대 후반부터 음악, 출판, 디자인, 미술과 식문화 등 다양한 영역에서 독특한 실험과 시도가 일어난, 서울에서도 그 역사가 오래된 문화지구이다. 1990년대 중반 ‘드럭’을 중심으로 자생적으로 생겨난 인디음악신과 2000년대 ‘클럽데이’로 대표되는 클럽 그리고 2010년대 ‘유어마인드’ 로 대표되는 독립출판과 소규모 책방 붐 그리고 2012년부터 시작된 ‘어쩌다 가게’와 같은 공유공간 플랫폼과 그 실험 등 새로운 문화적·사회적 활동은 거의 언제나 홍대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비록 대형 프랜차이즈와 빅 브랜드들의 로드숍들이 늘어나 대로변 풍경만 봐서는 서울의 여느 풍경과 다를 바 없지만, 여전히 홍대는 꼬불꼬불 이어진 골목을 중심으로 새로운 혁신의 움직임을 발산하고 있다. 그것이 가능한 까닭은 1980년대부터 쌓여온 이 지역의 인적자원과 인프라 그리고 네트워크가 있기 때문이다.

<스트리트 H>는 이러한 홍대의 ‘장소성’을 일찍이 주목했고, 지난 10년 동안 역사적 맥락 안에서 홍대앞의 현재를 연결하고 기록해왔다. 지난 10년 동안 홍대앞에서 벌어진, 개인 혹은 공공의 실험, 그리고 상업 혹은 비상업적 공간과 활동을 망라한 콘텐츠들은 2010년대 이후 홍대앞의 변화상을 읽어낼 수 있는 귀중한 역사적 자료이자 공공적 아카이빙으로써 그 가치가 충분하다. ‘골목을 만들면 사람이 모이고 문화가 꽃핀다’는 제하로 요즘 가장 핫한 지역인 연남동 세모길의 도시재생 사례를 다룬 창간 10주년호의 ‘특집’은 이런 <스트리트 H>의 지향점을 잘 보여준다.
 

[사진=Street H] Street H 창간호 표지 (좌), 홍대의 옛 거리 (우)

경의선숲길 연남동 구간의 끝자락인 연남동 세모길은 현재 서울시가 도시재생지구로 선정할 만큼 낙후된 지역이다. 그러나 이 동네만의 매력을 일찌감치 발견한 건물주와 골목건축가, 공간기획자들은 이 지역에 매력적인 골목 문화를 만들어내는 데 뜻을 같이 했고, 주민과 함께하는 상생의 시도를 하고 있다.

홍대의 확장 변천사를 담아낸 매월 업데이트되는 지도
<스트리트 H>는 창간호부터 홍대 지도를 자체 제작해 꾸준히 업데이트해왔다. 매월 직접 돌아다니며 확인한 홍대앞의 변화를 반영한 지도들로, 통권 121권이니 지도도 121장이 존재하는 셈이다. 창간호 당시 서교동 중심이었던 홍대앞 지도는 이제 상수동, 합정동, 연남동, 창전동과 망원동 일부까지 아우르고 있다. 이처럼 매월 업데이트된 지도에는 홍대앞 공간들의 이전과 확장, 그리고 변천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흔히 지도는 ‘위치’ 정보를 알려주는 매체라고만 여겨진다. 그러나 매월 업데이트되는 방식을 통해 <스트리트 H>는 어떤 공간의 ‘존재’ 정보를 드러낼 수 있게 했다. 자고 일어나면 있던 가게가 없어지고, 새로운 가게가 생겨나는 상황에서, 인간의 기억력은 유한한다. 그러나 매월 업데이트되는 방식을 취함으로써 해당 공간이 언제부터 언제까지 존재했는지, 사라졌는지, 어디로 이동했는지 추적 가능하도록 했다. 예를 들어 지금은 사라진 대안공간들의 위치나 홍대앞의 유명 음반점 ‘레코드포럼’의 이동 경로 등도 <스트리트 H> 지도를 살피면 알 수 있다.
 

[사진=스트리트] h2009년 창간호의 지도와 2019년 10주년 기념호에 실린 지도. 홍대의 변화를 한눈에 알 수 있다.

사람이 공간을 만들고 공간이 지역을 만든다
<스트리트 H>는 홍대에 존재하는 수많은 가게, 공간을 선별하여 소개한다. <스트리트 H>의 선정 원칙은 ‘사람’이다. 인테리어가 멋지고 음식이 맛난 곳이 아니라, 해당 공간을 운영하는 사람의 독특한 취향과 안 목, 전직(前職)을 주목한다. 홍대앞이 개성 강한 로컬 문화를 갖게 된 것은 다른 지역에서는 볼 수 없는 독 특한 활동이 이곳의 많은 ‘공간’에서 이뤄졌기 때문이며 따라서 그 ‘공간’을 만든 사람이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런 공간의 운영자들이 모두 문화기획자이거나 예술가인 것은 아니다. 자신만의 콘텐츠를 가지고 개성 있는 가게를 운영하는 오너 셰프, 카페 사장, 술집 주인들도 있다. ‘자기다움을 가지고 스스로를 브랜드화 하는 그들을 <스트리트 H>는 ‘취향 생산자’라 부르며, 그들의 남다른 안목과 취향이 지역에 끼치는 영향을 존중한다. <스트리트 H>의 모토는 ‘사람이 공간을 만들고 공간이 지역을 만든다’이다. 로컬 매거진으로서 <스트리트 H>는 이러한 원칙을 상기하며 사람을, 공간을 선별하고 취합하여 인터뷰하고 소개한다.
 

2주년 기념전시 (좌1), 7주년 기념전시 (우1), 100호 기념전시 (좌2, 우2)[사진=스트리트h]

<스트리트 H>만의 특징적인 디자인, 인포그래픽 포스터
<스트리트 H>는 16~20쪽 내외의 작은 잡지다. <스트리트 H>는 무가지임에도 불구하고 광고가 없다. 광고 영업을 따로 하지 않기 때문에 제작비용도 10년째 자체적으로 마련해왔다. 페이지 수나 판형, 디자인 모두 심미적 이유보다는 가장 효율적인 제작과 지속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고안된 이유다. 이런 제약을 <스트리트 H>를 디자인해온 이공삼은 인포그래픽을 통해 극복하고 있다. 정보를 시각화하여 마치 ‘한 장의 책’처럼 방대한 정보를 매력적으로 정리해 보여주는 이공삼의 인포그래픽 포스터는 2015년 5월부터 매월 잡지에 삽지하여 배포하고 있다. 음식(파스타, 홍차, 맥주, 와인, 커피, 딤섬 등)과 도시 시리즈(런던, 뉴욕, 제주, 경의선숲길), 출판(리소그래프, 실크스크린, 레터프레스, 타이포그래피), 하우투(How to) 시리즈(출판, 잡지) 등 다양한 테마로 제작된 인포그래픽 포스터는 뛰어난 완성도로 여러 번 수상을 하기도 했다. ‘인포그래픽계의 퓰리처상’이라 불리는 말로피에에서 두 차례, 일본의 타이포그래피협회와 아시안 미디어 어워드에서 각각 수상했다.
 

제 26회 말로피에 브론즈 상 '해외여행 짐싸기' (좌), 제 27회 말로피에 브론즈 상 '자가출판' (우) 2018 일본 타이포그래피 협회 공모전에서 베스트워크상을 수상한 도시 시리즈[사진=스트리트h]

<스트리트 H>의 10년을 정리한 영인본 발간
<스트리트 H>는 창간 10주년을 맞이하여 통권 121권을 묶어 영인본을 선보일 예정이다. 10년 동안 다양한 판형과 디자인 리뉴얼이 있었던 <스트리트 H> 121권을 1년 단위로 총 10권 세트로 묶어 특별 에디션으로 출간한다. 한편, 디지털 인쇄를 통해 <스트리트 H>의 축적된 기사 아카이빙에서 자신이 관심 있는 부분만 발췌해서 인쇄본으로 구입 가능한 서비스도 제공할 예정이다. 예를 들면, 메인 인터뷰인 ‘정지연이 만난 사람’ 코너만 모아서 주문 인쇄본을 구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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