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면적 환율전쟁 배제 못해"...美월가서 경고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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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회 기자
입력 2019-07-16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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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유럽·중국 환율조작 비판에 달러 약세 유도 환시 개입 가능성 촉각

  • "직접 개입 가능성 낮지만, 리스크 고조"...일각선 美'강달러' 정책 포기설도

"전면적인 환율전쟁을 더 이상 배제할 수 없다."

세계 최대 채권펀드 운용사인 핌코의 호아킴 펠스 세계 경제 고문의 말이다. 그는 최신 보고서에 단기적인 가능성은 아니지만, 3차 통화냉전 위험이 고조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미국 월가에서 세계적인 환율전쟁 발발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와 CNBC에 따르면 골드만삭스, ING, 씨티그룹,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BofAML) 등이 잇따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근 트위터 발언을 근거로 미국의 외환시장 개입 가능성을 제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달러 약세를 유도하기 위한 외환시장 개입에 나서면 다른 나라들도 대응해 환율전쟁이 터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일 트위터에 "중국과 유럽이 큰 환율조작 게임을 벌이며 미국과 경쟁하기 위해 시스템에 돈을 퍼붓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도 맞서야 한다. 아니면 다른 나라들이 지난 수년간 그랬듯 그들의 게임을 계속할 때 뒤로 물러나 앉아 점잖게 바라보는 바보로 계속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국과 유럽이 미국에 대한 수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위안화와 유로화 가치를 낮추는 환율조작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부터 하던 말이지만, 월가에서는 이번엔 심상치 않다고 보는 분위기다. 

전통적으로 강달러(달러 강세) 정책을 고수해온 미국은 2011년 이후 외환시장에 개입한 적이 없다. 달러 값을 띄워 올리기 위한 미국의 2011년 개입은 그해 일본에서 대지진이 발생한 뒤 엔화 가치가 치솟은 데 따른 국제적인 대응 차원이었다. 미국이 달러 약세를 위한 시장 개입에 나서면 2000년 이후 처음이 된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마이클 카힐 골드만삭스 투자전략가는 최신 투자노틍에서 "미국이 직접 외환시장에 개입할 가능성은 낮지만, 리스크(위험)가 고조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최근 통화정책을 더 적극적으로 운용하고 있는 만큼 외환시장 개입을 초저금리나 양적완화(자산매입) 정책 등과 같은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수단으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정책으로 투자자들을 놀라게 한 게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는 인식을 불러일으켰다고 지적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이달 말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 전망이다. 금리인하는 달러 약세를 자극할 수 있다.

핌코의 펠스 고문은 통화냉전에 참전하는 게 연준을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으로 그치지 않을 것으로 봤다. 한국, 인도네시아, 칠레, 남아프리카공화국 등도 이번주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낮출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그가 이번 환율전쟁이 '전면전'이 될 것이라고 보는 이유다.

펠스는 단기적인 가능성은 아니지만, 미국과 다른 주요국 정부·중앙은행이 자국 통화의 약세를 유도하기 위한 직접 개입에 따른 전면적인 환율전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마크 챈들러 배녹번글로벌포렉스 수석 시장전략가는 달러 환율 변동성이 수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라며, 미국의 주요 교역상대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가 이미 하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 국채 금리가 독일, 영국, 일본 국채 금리 수준에 근접하고 있는데, 이는 달러값 랠리가 최종 국면에 있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벤 랜돌 BofAML 10대 외환 전략가는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강한 달러'가 아닌 '안정적인 달러'를 강조한 것을 두고 트럼프 행정부가 1990년대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부터 고수해온 강달러 정책을 포기할 수 있다고 봤다. 다만 그는 미국 정부가 '행동'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하기보다 '말'로 개입할 공산이 크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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