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재건축을 눌렀더니 '아리팍'이 뛰는 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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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은 기자
입력 2019-07-16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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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건설부동산부 윤지은 기자]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분양가 규제를 강화하면서 서울 강남권 등 알짜 입지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준공 후 분양'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사업장이 늘었다. '우리 아파트의 미래가치가 이 정도인데 헐값에 분양할 순 없다'는 게 그 이유였다. 지난달 HUG는 서울 등 고분양가 관리지역의 분양가를 심사할 때 적용하는 분양가 상한 기준을 110%에서 100~105%로 낮추는 내용의 ‘고분양가 사업장 심사기준 개선안’을 발표했다. 

후분양이 분양가 규제를 피해갈 수 있는 묘안으로 떠오르면서, 정부는 민간택지에까지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겠다는 강수를 뒀다. 이렇게 되면 분양시기에 관계 없이 분양가 규제를 피해갈 수 없게 된다. '로또분양'을 양산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었지만, 정부는 수분양자가 로또 맞는 게 조합·건설사·시행사 등이 막대한 이익을 챙기는 것보다 낫다는 판단을 한 듯싶다. 국민은 서민 편에 서겠다는 정부 방향성에 대체로 고개를 끄덕이는 듯하다. 지난 10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전국 성인 501명을 대상으로 민간택지에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는 것에 대한 여론을 조사한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이 55.4%로 집계됐다. 반대는 22.5%, 모름·무응답은 22.1%로 나타났다.

그런데 분양가 상한제 확대 적용 방침이 발표되자마자 정부가 기대한 '분양가 안정'과는 별개로 집값 과열이 가속화하기 시작했다. 재건축·재개발 물건에 투자해봤자 분양가 통제로 수익을 내기 힘들겠다는 판단이 선 투자자들이 이미 지어진 기존 아파트로 눈을 돌리기 시작한 탓이다. 지난 주말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서 만난 모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안 그래도 집값이 오르던 참인데, 정부 발표가 기름을 부은 것 같다"며 "한 달 이상 22억원에 매물로 나와 있던 '아리팍'(아크로리버파크) 전용면적 59㎡가 정부 발표가 나자마자 바로 팔렸다. 너무 비싸서 집주인이 수수료를 더블로 주겠다고 했던 물건인데"라고 말했다.

기존 아파트값만 오를까. '당첨만 되면 로또'라는 생각에 청약 경쟁률도 더 뛸 게 분명하다. 극한 경쟁률을 뚫고 당첨된다 해도 현금부자나 무주택 금수저가 아니고서야 중도금도 내기 힘든 게 현실이다.

선택지를 아무리 들여다봐도 열심히 벌어 기존 아파트를 노리는 게 현실적인데, 이룰 만한 목표는 아득해져만 가는 느낌이다. 대출이 안 돼서 암담했는데, 기존 아파트값은 앞으로 더 올랐으면 올랐지 떨어질 것 같지 않다. 결혼해서 신혼집 구하러 다니는 게 꿈이었는데, 캥거루족으로 한동안 더 살아야만 할 것 같다.

거슬린다 싶을 때마다 망치로 때리는 '두더지 잡기' 식으론 진짜 두더지를 못 잡는다. 실수요자를 위한다는 정부 마음만, 마음만 고맙게 받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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