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기정사실화에 강남권 재건축 패닉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김충범 기자
입력 2019-07-08 16:22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김현미 "도입 검토할 때 됐다"…주택법 시행령 개정 검토

  • 고분양가 통제 벗어나려 후분양 추진 움직임도 '멈칫'

  • 고강도 대책 추진에 사업 포기·속도 조절 잇따를 듯

  • 주택 공급 부족, 집값 재상승 악순환 되풀이 될 수도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8일 오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며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현재 공공택지에만 적용되고 있는 주택 분양가 상한제의 민간택지 확대 도입이 기정사실화하면서, 최근 오름세를 보인 서울 아파트 부동산 시장에 때아닌 후폭풍이 예상된다.

특히 집값 상승을 주도해온 강남권 재건축 단지가 직격탄을 받아, 사업 속도 조절 또는 사업 포기 사례도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분양보증 심사체계 개편을 통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고분양가 통제 조치에 일부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이 후분양을 결정, 분양가 통제를 벗어나려 하자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의 민간택지 확대 도입 방침으로 대응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정부가 설마설마 했던 초고강도 대책으로 정책 허점을 보완하면서 재건축 조합 또는 건설업체의 무분별한 고분양가 책정도 원천 차단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하지만 가뜩이나 어려운 주택 분양 시장을 더욱 움츠러들게 하고 서울 지역의 주요 주택공급 방식인 재개발·재건축을 한층 더 위축시켜 결국 주택 공급 부족, 집값 재상승 등 악순환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민간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 적용 여부 질문에 대해 "민간택지 아파트에도 분양가 상한제 도입을 검토할 때가 됐다"고 답했다. 사실상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기정사실화 한 발언이다.

그는 "현재 서울의 경우 분양가 상승률이 (기존) 아파트 가격 상승률의 2배 이상으로 높다"며 "분양 시장은 실수요자 중심인데, 무주택 서민들이 부담하기에는 분양가가 상당히 높은 게 사실"이라며 제도 도입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특히 김 장관은 "주택법 시행령을 개정해 지정 요건을 바꾸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방안도 함께 제시했다.

김 장관은 지난달 26일 방송기자 클럽 초청 토론회에서만 하더라도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에 대해 언급하면서 "다양한 개선방안 검토가 필요하다"며 구체적인 확답을 내리진 않은 상태였다.

하지만 김현미 장관이 재차 분양가 상한제 카드를 구체적으로 꺼내든 것은 최근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이달 1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주간 변동률은 0.02%를 기록, 지난해 11월 첫째 주 이후 34주 만에 상승 반전했다. 올해 봄을 기점으로 강남권 재건축 저가 매물이 점차 소진되기 시작했고, 강북권 일대도 정비사업지 위주로 수요층이 몰리면서 가격이 빠르게 회복됐기 때문이다.

분양가 상한제란 주택 분양 시 택지비 및 건축비에 건설사 적정 이윤을 더한 분양가를 산정하고 이 기준 이하로 분양토록 한 제도를 뜻한다.

현재 공공택지 아파트는 모두 분양가 상한제 대상이지만, 민간택지 아파트는 HUG로부터 주변 시세 등 심사를 받아 분양가가 책정된다.

만약 서울 민간택지의 경우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된다면 주변 단지를 비교 사례로 삼는 HUG 분양가 제어 방식보다 더 인하폭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시세와 크게 상관없이 토지비, 기본형 건축비 등을 기반으로 분양가가 정해지기 때문이다.

현행 주택법은 이미 민간택지 아파트에도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할 수 있도록 규정된 상태다.

국토부는 추후 주택시장 시세를 조금 더 모니터링 한 다음 과열 조짐이 판단될 경우, 김현미 장관 발언대로 주택법 시행령을 고쳐 당장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업계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파아파트'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민간택지에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면 사실상 은마뿐만 아니라 강남권 재건축 전반에 걸쳐 사업 추진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며 "사업성이 없는데 어느 건설사가 사업을 시도하려 하겠나? 정비사업 전체가 침체될 수밖에 없다"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중개업소 관계자도 "이미 참여 정부 때 나왔다 실패한 정책을 이번 정부가 다시 꺼내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궁극적으로 강남권 공급 숨통을 조이는 정책이다. 조합원들은 재건축을 추진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당장에야 타격을 입겠지만, 오랜 시일이 흐르면 재건축 희소성만 더욱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라고 내다봤다.

김준환 서울디지털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김현미 장관의 발언은 결국 강남권 재건축 시장을 직접적으로 압박하겠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강남 재건축의 과도한 분양가 책정을 차단하는 것은 분명 의미 있는 일"이라면서도 "이미 HUG가 이 역할을 어느 정도 수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재건축 시장 전체에 파장이 큰 사안인 만큼 도입에 대해 보다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