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물 빨고 떠나는 한국얀센 VS 지역경제 살린 BAT코리아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화성)=송종호 기자
입력 2019-07-07 19:12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한국얀센, 본사 전략에 따라 화성 향남공장 철수 결정

  • BAT코리아, 7000억 투자해 16개국 수출거점 사천에 건립

한국얀센과 BAT코리아가 국내시장에서 대비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한국얀센은 지난해 본사 전략을 이유로 35년간 이어온 향남공장 철수를 결정했다. BAT코리아는 최근 1000억원을 투자한 사천 2, 3 공장 가동을 시작해 설비와 인력을 계속 충원 중이다. 사진은 제니 정 한국얀센 대표(왼쪽)와 매튜 주에리 BAT코리아 대표. [사진=각 사 제공]
 


올해 첫 폭염경보가 내려진 지난 5일. 경기도 화성시 향남제약산업단지 내 한국얀센 향남공장은 여느 때와 다름없었다. 간혹 직원들이 정문 앞에 마련된 간이 흡연구역에서 휴식을 취하고 종종걸음으로 돌아갔다. 존슨앤드존슨의 의약품 계열사 한국얀센이 향남공장 가동 중단을 발표한 지 약 1년이 됐지만 매년 수천억원의 매출을 국내에서 가져가는 현실은 변함이 없었다.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얀센의 지난해 국내매출은 2646억원이다.

앞서 비구름이 몰려왔던 지난 27일, 경남 사천에 위치한 브리티쉬 아메리칸 토바코 코리아(이하 BAT코리아) 사천공장은 바깥 날씨와 상관없이 들썩였다. 지난 연말 ‘3억 달러 수출의 탑’, 누적 담배생산 3000억 개비 돌파 등 경사가 겹친 이유였다. BAT코리아 사천공장은 2003년부터 전 세계 58개국에 위치한 55개 공장 중 제품품질지수와 생산품질지수 분야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여기에는 외국기업이지만 향토기업 못지않다는 지역민들의 자부심이 한몫하고 있다. BAT코리아에 따르면 사천공장 임직원 724명 가운데 경남·사천지역 출신이 약 690명으로, 95%를 차지하고 있다.

 

향남산업단지 내 한국얀센 향남공장[사진=송종호 기자]


◆한국얀센, 입지 지원 등 ‘단물’만 쏙…BAT코리아, 7000억원 투자해 15개국 수출 거점 마련

“확인해봐야겠지만 입지, 세제지원 등이 있었습니다.”

화성시 관계자는 한국얀센 향남공장이 향남제약산업단지에 들어설 당시 받은 혜택과 관련해 이같이 답했다. 향남공장 중단이 국내제약업계로부터 비난받는 이유도 정부로부터 막대한 세제혜택과 금융지원을 받은 글로벌 제약사가 국내에서 이윤만 챙겨 떠나기 때문이다. 한국얀센 향남공장은 대만, 홍콩, 싱가포르 등 아시아 8개국에 의약품 완제품 수출을 해왔다.

하지만 본사 전략, 즉 인건비 증가 등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향남공장을 중단하는 것은 그간 국내에서 매년 챙겨간 수천억원의 매출과 세제 지원 등 혜택에 비해 국내 제약시장에서 기업의 책임을 외면한 처사라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한국얀센 측에 입장을 듣기 위해 질의했지만 회신을 받지 못했다. 

반면 BAT코리아는 지난 2004년부터 해외수출을 시작해, 한국을 글로벌 거점으로 성장시켰다.

BAT코리아 사천공장에서 생산되는 물량 60% 이상이 현재 일본·중국·대만·호주·뉴질랜드·말레이시아·홍콩·싱가포르 등 15여 개국으로 수출되고 있다.

사천공장의 성장에서는 한국기업이라는 BAT코리아 경영진의 인식이 한 몫 했다. 매튜 주에리 브리티쉬 BAT코리아 대표는 지난 27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BAT코리아는 대한민국 기업이고 우리의 공장은 사천공장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BAT코리아가 외국계 기업이라고 불리는데 이는 잘못된 표현”이라면서 “BAT그룹은 사천공장에 총 7000억원 이상을 투자해왔다. 우리 제품은 100% 메이드인 코리아, 메이드인 사천공장이며 이에 대한 큰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BAT코리아 사천공장(위)과 한국얀센 향남공장[사진=송종호 기자·BAT코리아]


◆고용 만족도 물음에 얀센 ‘침묵’…BAT코리아 “취업난 속 기회 많아”

두 기업의 경영진이 가진 인식 차이만큼이나 소속 직원들의 마음가짐에도 차이가 있었다. 지난 5일 어렵사리 만나 한국얀센 직원에게 향남공장 직원들의 거취에 대해 물었으나 침묵으로 답변을 대신했다.

한국얀센 측에 향남공장 고용승계 등과 관련한 계획을 질의했으나 “외국에 계신 분들에게 연락하고 있지만 입장을 제 때 전달하기 힘들다”라는 회신을 받았다.

한국얀센은 언론 등을 통해 오는 2021년 운영 종료 시점까지 앞으로 향남공장을 기존과 같이 운영한다고 밝혀왔다. 하지만 공장 중단 이후 세부계획에 대해선 아직 자세한 논의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BAT코리아는 경남 지역 내 대학들과 산학협력을 통해 우수한 인재를 발굴하고, 일자리 창출에 큰 도움을 주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를 통해 임직원들에게 회사와 지역에 대한 자부심을 키워준다는 것이 BAT코리아 측의 설명이다.

실제로 BAT코리아와 경남과학기술대학교 산학협력을 통해 채용된 신호림 사원은 “산학협력으로 취업할 수 있어 취업난 속에서 후배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고 느껴진다”면서 “(회사에서) 인재에 대한 투자에 아낌이 없어 우수한 국내 기술인력의 해외파견 기회도 많은 점이 젊은 직원들에게 큰 동기부여가 된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