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짝 열린 상하이...후룬퉁·커촹반 '날개' 달고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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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예지 기자
입력 2019-07-04 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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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해 금융시장 개방 박차... 상하이지수 19% 넘게 올라

  • 후룬퉁·커촹반으로 해외자금 유입 활발·종목 다양화

  • 내년부터 증권·보험 등 금융업 외국 지분제한 규제 철폐

  • 유동성확대·재정정책 효과...하반기 상승랠리 펼칠 듯

올해 상반기 중국은 금융시장 개방 확대에 박차를 가했다. 지난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금융산업 개방 확대를 선언한 후, 당국의 움직임이 빨라지면서 상반기에만 수많은 금융시장 개방 관련 조치들이 쏟아져 나왔다.

가장 뜨거웠던 이슈는 단연 ‘커촹반(科創板·과학혁신판)’ 개장과 ‘후룬퉁(滬倫通·상하이·런던 주식 교차거래)’ 개통이다. 일각에서는 “상하이를 2020년까지 국제금융센터로 육성·발전시킨다는 중국 국무원의 야심찬 계획에 커촹반과 후룬퉁이란 ‘날개’가 달렸다”는 평가도 나온다.

7~8월 중 본격적으로 거래를 개시할 커촹반이 올해 하반기 중국 주식시장의 활기를 더해줄 것이라는 전망은 중국 증시의 오랜 부진으로 고전했던 투자자들에게 희소식이다. 중국 당국의 유동성 확대 정책이 가미되면, 하반기는 초반 상승랠리를 이어가다 후반 들어 고꾸라진 상반기와는 다른 모습일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상하이종합지수는 지난달 28일 2978.88로 올 들어 19% 넘게 올랐다. 다만 지난 4월 3270선에 이른 고점에 비하면 9%가량 떨어졌다.
 

2019년 상반기 상하이종합지수 동향 [그래픽=아주경제]

◆中증시 상반기 키워드 ‘후룬퉁’ ’커촹반’

중국 베이징상보는 올해 상반기 중국 주식시장을 대표하는 키워드로 후룬퉁과 커촹반을 꼽았다. 중국 정부의 금융시장 개방 확대 정책의 일환으로 중국 주식시장의 국제화 행보에 속도를 높여줬다는 이유에서다.

후룬퉁은 중국 상하이증권거래소와 영국 런던증권거래소 간 주식 교차 거래 제도로, 지난달 17일 정식으로 개통됐다. 상하이·런던 거래소를 서로 연결해 상장기업이 상대 증시에서 주식예탁증서(DR)를 발행하는 식으로 거래된다. 상하이거래소에 상장된 중국 기업은 런던거래소에서도, 런던거래소의 외국 기업은 상하이거래소에도 상장되는 셈이다. 이는 투자자들이 직접 상호 증시에 상장된 주식을 거래하는 방식의 후강퉁(滬港通, 상하이·홍콩증시 교차거래), 선강퉁(深港通, 선전·홍콩증시 교차거래)과는 차이가 있다.

해외 기업이 중국 본토 증시에서 거래가 가능해진 것은 처음 있는 일로, 앞으로 양국 기업들은 상대국에서 더 많은 투자를 받을 수 있게 됐다.

후룬퉁을 통해 외국인의 자금유입 촉진이 기대된다면, 커촹반의 출범은 투자종목을 한 층 더 다양하게 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후룬퉁 개통에 앞서 지난달 13일 공식 출범한 커촹반은 '상하이판 나스닥'으로 불린다. 상하이증권거래소에 추가로 설치된 기술창업주 전문 시장이다. 시 주석이 지난해 11월 설립 필요성을 역설한 지 단 220일 만에 출범했다. 

베이징상보는 커촹반이 준비 7개월 만에 출범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빠른 속도의 출범이 중국 자본시장 발전의 개혁·개방 요구뿐 아니라 국가 차원의 대대적인 첨단기술 기업 육성 의지를 반영한다는 분석이다. 과거 중소기업 전용증시인 중소판(中小板)이 기획에서 개설까지 5년이 걸렸고 벤처기업 전용증시인 창업판(創業板) 역시 10년이 걸렸다는 점을 감안하면, 커촹반 출범은 일사천리로 진행된 셈이다.

이는 미·중 무역전쟁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중국 당국이 자금난을 겪는 기술기업에 대한 자금지원을 강화하기 위한 의도로도 풀이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과거 알리바바 등 중국의 대형 IT 기업들은 중국 본토가 아닌 미국에 상장됐는데, 앞으로는 커촹반 개장으로 중국 기술기업들이 본토 주식시장을 통해 더 쉽게 자본을 조달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커촹반의 가장 큰 특징은 적자기업도 상장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허가제 대신 처음으로 등록제를 적용해 당국의 기업공개(IPO) 가격 간섭을 없앴다는 점이다. 중앙정부의 의지, 지방정부의 지원 등을 바탕으로 커촹반에는 다수의 기업이 상장될 수 있다.
 

6월 13일 열린 커촹반 정식 출범 기념식 [사진=신화통신]

◆커촹반·외상투자법, 상하이 ‘금융허브’ 날개

커촹반 개장과 후룬퉁 개통은 상하이의 국제 금융허브 도약에 원동력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중국은 금융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시장 개방 필요성을 인지한 뒤 상하이를 앞세워 금융개혁을 추진해오고 있다. 중국 국무원은 상하이를 2020년까지 뉴욕, 런던, 홍콩에 버금가는 국제금융센터로 자리매김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상하이시는 이를 위해 지난해 '상하이 개방 확대 100대 조치'를 발표했다. △외자 금융기업의 시장 개방 확대, 진입 장벽 완화 △외자 은행과 증권사 영업 분야 확대 △외자의 지분 규제 제한 완화 △해외 자본시장과 협력·교류 강화를 골자로 하는 금융시장 개방 관련 항목이 26개나 포함됐다. 최근에는 외국인적격기관투자자(QFII) 제도 보완, 채권·선물시장 개방 확대, 선강퉁·후강퉁의 거래 규제 철폐 등의 시행을 발표하기도 했다.

후룬퉁과 커촹반은 이 같은 추세에 속도를 올려줄 전망이다. 베이징상보는 후룬퉁이 중국 금융시장 개방 측면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고 평가했다. 세계 3대 증권거래소로 꼽히는 런던거래소는 상장사가 3000개이며, 시가총액만 6조 달러에 달한다. 그만큼 중국 증시의 유동성이 확대되고, 외국인의 자금 유입이 활발해진다는 의미다.

중국 당국이 커촹반을 상하이증권거래소에 만든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커촹반에는 4차 산업혁명, 바이오, 반도체, 공유경제 등 글로벌 투자자의 군침을 흘리게 할 매력적인 우량 민영기업들이 상장된다. 게다가 올해 초 개정된 '외상투자법' 덕분에 자본투자를 위한 외화 유출입이 크게 자유로워졌다. 중국 자본시장으로 글로벌 투자자금이 들어갈 수 있는 문이 넓어진 셈이다.

중국 푸투(富途)증권의 우비웨이(邬必偉) 최고경영자(CEO)는 "​커촹반은 홍콩과 나스닥과 어깨를 나란히 할 시장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며 “글로벌 투자자금의 유입 확대로 상하이가 새로운 글로벌 금융의 중심지로 발전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반기 中 증시 전망 '맑음' 

커촹반에 대한 중국 시장 반응도 뜨겁다. 글로벌 회계 컨설팅기업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올해 커촹반에 상장될 기업이 100개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6월 27일 현재 131개 기업이 커촹반에 상장을 신청한 상태다. 제1호 상장기업은 중국 디스플레이·반도체 검사장비 제조업체인 화싱위안촹(華興源創·HYC)으로, 이달 중에 공식 데뷔할 예정이다.

쉬위닝(徐玉寧) 민생(民生)증권 애널리스트는 “커촹반은 하반기 중국 자본시장의 새로운 동력으로 큰 역할을 할 것”이라며 “거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까지 중국의 우량기업들이 커촹반에 대거 상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커촹반의 활약과 중국 당국의 지원 정책에 힘입어 올해 하반기 중국 증시의 전망은 낙관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중국 당국은 지난달 단기유동성지원창구(常備借貸便利操作·SLF) 조치를 발표, 시장의 유동성 부족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는 동시에 7월 중 지준율 인하를 추가 단행할 것이란 계획을 내놨다.

중신(中信)증권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글로벌 통화정책 완화 기조와 당국의 부양책으로 투자자들이 유동성 공급 확대를 예상하고 있다”며 “중국 투자자들은 커촹반 출범과 경기 안정화 분위기에 따라 증시가 7월 이후 본격적인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고 관측한다”고 했다.

2일 다롄에서 개막한 하계 다보스포럼(WEF) 기조연설에서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한 발언에 대한 기대감도 하반기 증시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증권·보험 등 금융서비스업에 대한 외국인 지분 투자 제한 규제를 완전 철폐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당초 2021년으로 계획했던 금융시장 개방 확대 조치를 2020년으로 1년 앞당겨 시행하는 것이다. 이로써 외국인도 내년부터 중국 내 증권·보험·자산운용사 지분을 100%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장샤오춘(張曉春) 중국 궈롄(國聯)증권 애널리스트는 “하반기 중국 증시는 유동성 확대와 재정정책의 효과로 상반기에 이어 2차 상승랠리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며 “이 랠리는 ‘용두사미’로 끝났던 상반기와는 다르게 꾸준하게 유지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상하이종합지수의 하반기 예상 최저점은 2770포인트이며, 최고점은 3380포인트로 예측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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