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리포트] 잠들지 않는 중국…심야경제가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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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인선 기자
입력 2019-06-27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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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역전쟁, 소비침체 속 '심야경제' 활성화 총력

  • 상하이의 밤···'나이트라이프 CEO'가 책임진다

  • 빠르게 커지는 夜경제···도시 매력도 '바로지표'

  • 해외 사례도···런던 '24시간' 지하철, 베를린 '밤의 박물관'···

#1. 할리우드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어벤져스4)'는 지난 4월 25일 중국 대륙에서 개봉 첫날 전국 각 영화관에서 자정 0시 첫 상영회차에 몰린 관람객만 304만명, 거둬들인 박스오피스 수입만 1억790만 위안으로 신기록을 세웠다. 당시 전국 각 영화관 인근 호텔 객실 예약량도 눈에 띄게 급증했다.

#2. 지난 5월 1일부터 4일까지 중국의 노동절 연휴 나흘간 베이징 3대 밤거리로 불리는 왕푸징, 싼리툰, 칭녠루에서는 저녁 6시부터 다음날 새벽 6시까지 불이 꺼지지 않았다. 베이징시 상무청 통계에 따르면 노동절 연휴 심야시간대 이뤄진 소비는 전년 동기 대비 51.3% 늘었다. 1인당 심야 소비액도 평균 100위안(약 1만7000원)에 달했다.

중국 경제에서 ‘나이트 이코노미’, 즉 심야경제, 혹은 야간경제가 화두로 떠올랐다. 최근 미·중 무역전쟁 등으로 중국 경기 하방 압력이 커지자 소비 진작을 올 한해 중점 과제로 내세운 중국 정부가 야간경제 활성화에 나서면서다. 
 

상하이 와이탄에서 바라본 전경. [사진=게티이미지]


◆ 상하이의 밤···'나이트라이프 CEO'가 책임진다

올 들어 베이징·상하이·톈진·충칭 등 주요 대도시는 잇달아 야간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을 내놓았다. 대도시의 대다수 직장인들이 보통 퇴근하고 저녁 7시 이후에야 소비를 즐길 수 있는 만큼 야간경제가 활성화할 수 있는 잠재력이 크기 때문이다. 

수도 베이징은 최근 심야소비를 촉진하기 위한 조치를 내놓았다. 24시간 편의점 개설을 지원하고, 마트·쇼핑몰 등 영업시간을 연장하는 등 심야 영업점포를 늘리는 방식을 통해서다.

여기엔 밤 늦게까지 문을 여는 '심야식당'이 한 곳에 밀집된 특색있는 심야 맛집거리를 조성하는 것도 포함됐다. 이렇게 해서 밤에 불을 밝히는 거리엔 최대 500만 위안, 심야식당 점포엔 최대 50만 위안 보조금도 지원하기로 했다.

특히 베이징 하이뎬구는 심야 전용 교통노선을 개통하고, 영화관·극장 등 영업시간을 연장해 심야 문화예술 소비를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하이뎬구는 칭화대, 베이징대 등 대학캠퍼스가 밀집돼 있어 젊은층 인구가 많다. 심야 소비 주력군이 젊은 층인 것에 착안해 마련한 조치다. 

사실 베이징은 중국의 수도지만 심야경제는 상대적으로 발달하지 못했다. 베이징 주요 상권 커피숍이나 레스토랑은 저녁 9시면 문을 닫기 일쑤였다. 지난해 중국 지도서비스업체 가오더에 따르면 야식 배달 방면 소비지수에서 베이징은 전국 6위에 그쳤다. 상하이는 물론, 항저우·선전 등보다도 낮다. 중국연쇄경영협회가 발표한 24시간 편의점 지수도 베이징은 전국 7위다. 그만큼 베이징의 야간경제 발전 잠재력이 크다는 얘기다.

이미 '불야성(不夜城)'으로 유명한 상하이는 아예 '야간구장(夜間區長)', '나이트라이프(밤문화) CEO' 제도까지 만들었다. 신톈디 등 상권이 밀집한 황푸구와 푸단대 등 대학가 밀집지역인 양푸구가 시범적으로 밤문화 활성화를 책임지는 야간구장이라는 전문관직을 만들었다. 그리고 밤문화를 잘 아는 기업인에게 나이트라이프 CEO를 맡겨 야간구장을 도와 심야경제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도록 했다. 지난 5월 말까지 모두 10여명의 기업인이 상하이 밤을 책임지는 나이트라이프 CEO로 임명됐다. 

'미식 천국'으로 불리는 광둥성은 '야식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야식을 즐기는 광둥 지역 사람들의 특성을 고려해 '야식 경제' 잠재력을 적극 발굴할 것이란 계획이다. 이를 위해 광둥성은 광둥요리 전문 요리사를 연간 1만명씩 배출해 요식업계에 연간 6만개 이상 일자리를 창출함으로써 오는 2022년까지 모두 30만개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목표다.

◆ 빠르게 커지는 夜경제···도시 매력도의 '바로미터'

현재 중국의 심야경제 규모가 얼마나 큰지 공식적 수치는 발표된 바 없다. 다만 중국보고망은 지난해 중국 전국 소매판매액이 약 38조 위안으로, 이중 야간소비가 약 0.5%를 차지한다고 하면 심야소비 규모는 약 2000억 위안(약 33조원)에 달한다고 추정했다. 여기에 심야 영업활동으로 창출되는 일자리, 도시 소프트파워 이미지 제고 등 간접적 효과까지 모두 따지면 심야경제가 창출하는 수익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도시에서 심야경제는 빠르게 커지는 모습이다. 중국 인민일보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전국 야간 식음료 소비액은 전년 동기 대비 47% 늘었다. 중국 상무부는 올해 5·1 노동절 연휴 야간소비액이 전체 일일 소비액의 30%를 차지했다고도 발표했다.  중국 상무부의 도시주민 소비습관 보고서에서도 대도시 주민 소비의 60%가 야간에 이뤄지고 있으며, 대형쇼핑몰의 매일 저녁 6~10시 매출액이 일일 매출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는 통계가 나와있다. 

중국 즈옌컨설팅이 발표한 중국 밤문화경제 발전 연구보고에 따르면 베이징 왕푸징 거리의 유동인구 100만명 이상이 야시장에서 창출되고, 상하이 상권 심야소비는 대낮 소비의 절반을 차지한다. 또 충칭 식음료 매출의 3분의 2 이상이 심야에 이뤄지고 있고, 광저우 서비스업 생산액의 55%가 심야경제에서 창출된다.

보고서는 유동인구 300만 이상의 도시에서 10% 인구가 야간에 평균 30위안씩만 소비해도 매일 저녁 900만 위안, 1년에 30억 위안 소비가 창출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푸이푸(付一夫) 쑤닝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심야경제 활성화는 내수 촉진, 일자리 창출뿐만 아니라 도시 소프트파워 제고에도 도움이 된다"며 "심야경제는 도시 활력·매력도를 보여주는 바로미터"라고 말했다. 왜냐하면 심야경제가 발달하기 위해선 대중교통, 치안, 주차 등 방면에서 도시 인프라도 완비돼야 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런던 '24시간' 지하철, 베를린 '밤의 박물관' 등 해외사례도

사실 야간경제 살리기는 중국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는 이미 예전부터 상하이 '야간구장'과 같은 '밤 시장(Night Mayor)' 제도가 있었다. 밤 시장은 도시민에게 안전하면서도 다채로운 밤 문화를 선사하는 게 주요 업무다. 런던, 파리, 베를린 등 유럽 주요 도시에 이미 '밤 시장'과 비슷한 제도가 있어서 2016년 이탈리아 밀라노에선 제1회 북유럽 밤시장 서밋이 개최되기도 했다. 

독일 베를린은 밤 늦게까지 박물관을 오픈하는 '밤의 박물관(Long Night of Museums)'이라는 행사를 수년째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시민들은 티켓 한 장으로 베를린 시내 수십개 박물관을 심야에 둘러볼 수 있다.

런던은 야간경제를 대표하는 도시다. 지난 2016년부터 '24시간' 지하철 노선을 시범적으로 운영한 것. 이에 따른 경제 창출효과는 2018년말까지 1억9000만 파운드에 달했으며, 향후 10년간 15억4000만 파운드(약 2조원) 이상 경제 효과가 창출될 것으로 관측됐다. 테크놀로지 비즈니스 리서치(TBR)에 따르면 런던은 '나이트 타임 이코노미' 활성화로 130만개 일자리를 창출하고, 660억 파운드 수입을 창출하고 있다. 런던 심야경제의 현재 영국 전체 세수 기여도는 6%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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