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청라 부동산시장, 주민-중개업소 대립에 시끌시끌...집값 '후려치기'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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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은 기자
입력 2019-05-27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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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총연 "이번주 중 청공연 측에 면담 요청할 것...보다 적극적 개입 여지도"

  • 청공연 "가격 하락 유도한 건 거래 활성화 위해...다른 의도 없어"

인천 청라국제도시 광역 조감도[사진 = 한국토지주택공사(LH) 제공]

인천 청라 국제도시 부동산시장이 청라국제도시공인중개사연합회(청공연) 등 일부 공인중개업소와 주민들간 대립으로 시끌시끌하다. 주민들은 일부 중개업자들이 호가를 '후려치기'하거나 가격을 낮추지 않을 경우 매물을 적극적으로 중개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불만을 품고 있다. 하지만 청공연 소속 중개업자들은 "한때 그런 적이 있었지만 예전 일일 뿐"이라는 반응이다.

27일 청라국제도시총연합회(청총연) 관계자는 "청공연 소속의 모든 중개업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하는 중개업자 중 대다수가 청공연 소속인 것은 사실"이라며 "재작년 말부터 주민들의 불만이 나오기 시작했다. 우리단체는 지난해 청공연과 면담을 갖고 주민들의 불만사항을 전달했지만, 아직까지도 주민들은 상황이 크게 개선되지 않은 것 같다고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청공연에 소속되지 않은 B공인 관계자는 "지난 9월까지 이런 일이 정말 많았고 요즘은 다소 잠잠한 듯하지만 여전하다"며 "가격을 낮춰 광고를 해야 매수자의 콜을 많이 받을 수 있으니 그렇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총연은 이번 주 중으로 청공연 측에 면담을 요청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주 중 면담이 성사되지 않거나 성사됐다 하더라도 개선 의지가 보이지 않으면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청총연은 지난 22일 청라국제도시 입주민 커뮤니티에 "일부 청라 부동산에서 주민들의 의견이나 뜻과 달리 불법적 매도가격 담합과 저가 허위매물이 존재하고 있음을 알고 있다"며 "부적절한 사업행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내용의 글을 게재하기도 했다.

청공연은 지난 2012년 11월께 지역 내 80~90여개 중개업소가 뜻을 모아 결성한 단체다. 지역 중개업자들의 친목도모와 상행위질서 확립 등을 위해서다. 청라국제도시는 지난 2010년 7월부터 입주를 시작했다.

일대 중개업소 및 주민들에 따르면 청공연과 주민들간 갈등이 불거지기 시작한 건 재작년 말부터다. 당시는 청라국제도시를 둘러싼 호재들이 가시화하기 시작해, 집값 상승여력에 대한 주민들의 기대도 증폭되던 때였다. 주민들의 기대와 달리 집값이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면서 "중개업자들이 가격을 올리지 못하게 한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실제로 청라지역 일부 중개업자들은 매도인이 호가를 부르면 "호재라고 할 만한 게 없다", "호재는 이미 가격에 선반영돼 있다" 등 이유를 들어 가격을 낮추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도인이 그럼에도 호가를 낮추지 않으면 포털사이트 상에 매물을 노출시키지 않는 등 적극적으로 중개하지 않는다는 전언이다. 이 때문에 청라지역 부동산 정보공유 커뮤니티에선 "살려면 청공연, 팔려면 비청공연"이라는 표어까지 등장하고 있다. 청공연에 소속돼 있지 않은 중개업소의 이름과 연락처를 공유하면서 '비청공연 이용하기' 운동을 벌이고 있기도 하다.

이후 주민들의 반발, 청총연 측의 중재, 부동산 시장 침체 등이 맞물리며 청공연과 주민들간 대립도 잠잠해진 듯했지만, 최근 들어선 또 다시 주민들의 불만이 심화하는 모양새다.

이에 대해 청공연 소속 K공인 관계자는 "예전에는 문제가 있었지만 요즘은 큰 문제가 없다고 본다"며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아 나오는 물건 가격이 급매 수준이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중개업자 A씨는 "중개업자는 매도인의 입장도 매수인의 입장도 충분히 고려해 중개를 해야 한다"며 "다만 매수인들은 매도인들과 달리 뭉칠 수 있는 계기가 많지 않은 만큼 중개업자 입장에서도 매수인을 조금 더 배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청공연 소속 중개업자들은 "매도인이 가격을 낮추도록 유도한 건 거래가 활발히 일어나게 하기 위해서였을 뿐 별다른 의도는 없다"는 입장이다.

청공연 소속 중개업자 대다수가 일요일에는 영업을 하지 않고, 청공연에 입회하지 않은 중개업자들을 배척해 영업상 피해를 끼치고 있다는 점도 주민 불만의 한 축을 형성하고 있다. 청공연은 한때 '일요일 영업 금지' 회칙을 내걸었다. 하지만, 이 같은 회칙이 고객에 피해를 입힌다는 지적을 부르면서 '일요일 영업 금지' 방침을 철회했다. 하지만 여전히 대다수의 청공연 소속 중개업자들은 일요일에는 영업을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공연에 소속되지 않은 B공인 관계자는 "청공연에 가입하기 위해선 800만원에 달하는 입회비를 지불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3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지금은 800만원까지 오른 것"이라며 "값비싼 입회비를 감당할 수 없어 연합회에 가입하지 않으면 영업상 피해가 막심하다. '경인정보'에서 운영하는 부동산 전산시스템 '렛츠'를 이용할 수 없게 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청공연 소속 중개업자들과 매물정보를 공유할 수 없어 네이버부동산 등 포털사이트를 주로 이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본인은 이럭저럭 영업하고 있지만 영업력이 딸리는 중개업자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청공연에 가입해야 하는 게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청라는 다른 도시 대비 일부 중개업자들의 카르텔이 심한 것 같다는 평가도 함께 내놨다.

청라국제도시는 과다한 입주물량, 3기 신도시와의 인접성 등 이유로 매도인보다 중개업자들의 입김이 거센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중개업자끼리 결성하는 연합회는 어디에나 있지만, 청공연은 유독 중개업자간 단합이 잘 되고 있다는 점도 두루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같다는 분석이다.

청라가 속한 서구는 3기 신도시로 선정된 인천 계양 및 부천 대장, 2기 신도시로 주택공급이 한창 진행 중인 검단 등과 가까워 집값 하락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하는 추세다. 이 같은 불안감이 가격에도 반영되고 있다. 정부의 대출 및 세금 규제 등으로 부동산 경기가 침체된 가운데 대규모 신규 입주물량이 이어지고 있어 매물도 갈수록 적체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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