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의 추억'부터 '기생충'까지…봉준호 감독X송강호, 20년지기 '동반자'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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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희 기자
입력 2019-05-26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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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일을 냈다. 봉준호 감독과 그의 페르소나인 송강호의 네 번째 합작품인 '기생충'이 칸 영화제 최고상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두 사람은 지난 2002년 '살인의 추억'으로 만나 20여년 간 파트너 이상의 우정을 맺고 있다. 20년지기 동반자가 한국 영화사의 역사적인 큰 획을 그었다. 
 

'기생충' 봉준호 감독(왼쪽)과 송강호[epa=연합뉴스]


25일(현지시간) 프랑스 칸에서 열린 제72회 칸 영화제에서는 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두고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을 비롯해 쿠엔틴 타란티노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장 피에르·뤼크 다르덴의 '영 아메드',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페인 앤 글로리', 셀린 시아마의 '포트레이트 오브 어 레이디 온 파이어' 등 쟁쟁한 작품이 경합을 벌였다. 그 결과 최고상의 영예는 봉 감독의 '기생충'에게 돌아갔다.

'기생충'은 전원 백수인 기택네 장남 기우가 박사장네 고액 과외 선생이 되면서 일어나는 예기치 못한 사건을 다루는 블랙 코미디다.

앞서 봉준호 감독과 송강호는 '살인의 추억'(2002)을 비롯해 '괴물'(2006), '설국열차'(2013) '기생충'(2019)까지 총 4편의 작품을 함께 해왔다.

앞서 봉 감독은 지난 4월 '기생충' 국내 기자회견에서 "송강호 선배는 어떤 작품이건 역할을 부탁드린다기보다는 정신적으로 의지해왔다. 전작도 그렇지만 '기생충'도 송강호 선배와 함께라면 더 과감해질 수 있었고 어려운 시도도 해볼 수 있었다"고 말해왔다.

송강호도 마찬가지. 그도 같은 자리에서 "축구 선수들이 잔디밭에서 마음껏 축구하듯 저 역시도 봉 감독과 함께라면 편안하고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었다. 어떤 것도 받아들일 거 같은 예술가로서의 경지라고 할까? 그런 점이 많은 자극을 받을 수 있게 했다"며 거들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사진=영화 '살인의 추억' '괴물' '기생충' '설국열차' 포스터]


약 20년 간 이어지고 있는 두 사람의 우정과 믿음은 칸 영화제 최고상 황금종려상이라는 좋은 결과까지 끌어냈다. 서로에 관한 신뢰는 프랑스 칸에서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봉 감독은 수상 직후 "'기생충'이라는 영화는 놀라운 모험이었다. 그 작업을 가능하게 해준 것은 저와 함께해준 아티스트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위대한 배우들이 없었다면 한 장면도 찍을 수 없었을 것이다. 배우들께 감사드린다"면서 "이 자리에 함께해준 가장 위대한 배우이자 저의 동반자 송강호의 소감을 듣고 싶다"고 말했다.

송강호는 "인내심과 슬기로움, 열정을 가르쳐주신 존경하는 대한민국의 모든 배우께 이 영광을 바치겠다"고 영광을 돌렸다.

시상식 직후 한국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도 봉 감독과 송강호는 서로를 '동반자'라 부르며 막역한 사이 임을 과시하기도 했다.

송강호와 봉준호 감독 [사진=연합뉴스]


두 사람은 수상을 예상했느냐는 질문에 "못했다"면서 긴장됐던 당시를 회상하기도.

봉 감독은 "차례로 발표하니 허들을 넘는 느낌이었는데 계속 뒤로 갈 수록 마음은 흥분되는데 현실감은 점점 없어졌다. '뭐야. 그럼 우리만 남은 건가?'하며 옆자리의 (송)강호 선배와 서로 보며 되게 이상한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이에 송강호는 "위대한 감독과 위대한 작품이 즐비한데 이름이 안 불리면 안 불릴 수록 솔직히 점점 기분이 좋아지더라. 끝까지 긴장하고 바들바들 떨면서 기다렸다"고 거들어 웃음을 유발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심사위원대상은 흑인 여성 감독으로는 최초로 상을 받은 마티 디옵('아틀란틱스')에게 돌아갔으며, 심사위원상은 라즈 리('레 미제라블'), 클레버 멘돈사 필로('바쿠라우')가 공동 수상했다. 남우주연상은 안토니오 반데라스('페인 앤 글로리'), 여우주연상은 에밀리 비샴('리틀 조'), 감독상은 장 피에르·뤼크 다르덴('영 아메드'), 각본상은 셀린 시아마('포트레이트 오브 어 레이디 온 파이어')가 각각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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