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권 조정의 ‘암초’ 정보경찰, 왜 문제되나 - ⓶ 무시무시한 정보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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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진 기자
입력 2019-05-23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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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생활 등 범죄정보 외 정보도 무작위 수집...정치-선거개입

“어? 누구지? 많이 본 사람인데...”
2013년 어느 봄날. 여느 때처럼 관내 순찰을 돌던 OO경찰서 모 지구대 소속 A경장은 낮익은 중년 신사를 보고 눈길을 거두지 못했다. 고급 승용차를 타고 있던 그는 어디선가 많이 봤던 사람이 분명했다. 꽤 고위층인 듯 했던 중년신사는 다음 날에도, 그 다음 날에 A경장의 눈에 띄였다.

“아! 저 사람이구나!”
중년신사의 정체를 알지 못해 답답해하던 어느 날 A경장은 TV를 보다 무릎을 탁 쳤다. 중년신사의 정체는 바로 채동욱 당시 검찰총장. 다음 날 A경장은 그 내용으로 정보보고를 올렸다. 검찰총장이 자신의 관할지역에 살며, 어느 가게에 자주 간다는 내용이었다.

“어? 이상한데?”
일선에서 올라온 정보보고를 취합하던 경찰 정보라인 실무자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채 전 총장의 거주지는 A경장의 관할지역이 아니었기 때문. 다음 순간, 직감적으로 무엇인가를 떠올린 그는 곧바로 상부에 보고를 했다. ‘채동욱 혼외자’의 존재는 그렇게 세상에 알려지게 된다.

[사진=경찰청 인스타그램]


경찰의 정보력이 무시무시하다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누구네 집 숟가락이 몇 개’라는 것까지 알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다. 그리고 경찰은 그 정보로 많은 일(?)을 한다. 그 '일' 중에는 '선거'도 포함된다. 

이처럼 무시무시한 경찰 정보력은 3000여명으로 알려진 정보라인 소속 경찰관의 활동과 일선 관서에서 올라오는 정보보고를 양대 축으로 한다. 정보라인 경찰들이 기자들처럼 ‘출입처’를 갖고 정보활동을 한다면 일선 경찰들은 관할지역의 ‘밑바닥’ 정보를 보고한다.

2000년대까지만 해도 모든 경찰관은 일주일에 몇 건씩 의무적으로 정보보고를 해야 했다. 나중에 일선경찰들의 정기적인 의무 정보보고는 사라졌지만 지금도 ‘건수’가 있을 때마다 부정기적인 정보보고를 계속하고 있다.

경찰관계자들에 따르면 일선의 정보보고 대부분은 ‘쓸모 없는 것들’이다. 하지만 그런 '쓰레기'도 취합을 하다보면 종종 의외의 '한건'이 되기도 한다. 특히, 정보라인 소속 경찰들이 수집한 ‘고위층 첩보’들을 검증할 때 기초자료로서의 효용가치로는 비견할 것이 없다고 한다. 채 전 총장의 '혼외자'가 대표적 사례다

정보경찰들의 활동은 선거 때 더욱 위력을 발휘한다. 현직 간부인 정보경찰은 “밑바닥 정서를 가장 잘 알 수 있다”면서 “마음만 먹으면 국회의원을 만들 수도 있고 떨어뜨릴 수도 있다”고 자신했다. 정보경찰이 누구의 편에 서느냐에 따라 선거의 향배가 바뀔 수도 있다는 것.

정치권도 이점에 상당 부분 동의한다. 한 전직 광역자치단체장은 “선거기간 내내 여론조사에서 뒤지고 있었는데, 선거캠프에 드나들던 정보경찰은 ‘10%이상 차이로 이길 것’이라며 ‘걱정하지 말라’고 하더라”면서 “긴가민가 했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정보경찰의 예측대로 딱 12%차이가 났다”라고 회고했다.

현직 국회의원 보좌관은 “지역구에서 오래 근무한 정보경찰은 그 인맥과 정보수준이나 여론장악 능력이 상상을 초월한다”면서 “선거 때는 물론이고 평소 때에도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라고 실토했다. 5%정도의 차이는 '고참 정보경찰 한 사람'의 힘이면 뒤집을 수도 있다는 것이 그의 견해였다. 

그는 “여당일 때와 야당일 때 정보경찰들의 태도가 다르다”면서 “박근혜 정권 하에서 정보경찰의 정치·선거개입 사례와 같은 정보경찰의 정치적 악용 여부는 마음먹기에 달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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