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의 두 얼굴...中 '진퇴양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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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회 기자
입력 2019-05-22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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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안화 국제위상은 '쑥쑥', 위안화 가격은 '뚝뚝'

  • 무역전쟁 美에 꼬투리 잡힐라....이도저도 못하는 中

'나는 위상, 추락하는 몸값'

최근 위안화를 둘러싼 중국 정부의 고민이 깊은 모양새다. 위안화가 국제적 위상을 높이고 있는 가운데 최근 약세 흐름이 심상치 않아서다. 전문가들은 위안화의 두 얼굴이 미·중 무역전쟁에서 중국의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지만, 반대로 미국의 맹공을 자극하는 뇌관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미구엘 챈코 판테온마크로이코노믹스 아시아 담당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CNN에 "중국이 진퇴양난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100위안 지폐[사진=게티이미지뱅크]


◆속도 내는 위안화 국제화 '달러패권' 위협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최근 "위안화의 국제화를 노리는 중국의 국제결제시스템이 존재감을 높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이 위안화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기 위해 독자적으로 구축한 위안화 국제결제시스템(CIPS)에 참여하는 은행이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2015년 10월 CIPS를 처음 개통한 이후 전 세계 89개국·지역에서 865개 은행이 참여했다.

지난해 CIPS를 통한 거래액은 26조 위안(약 4480조원)에 달했다. 1년 새 약 80% 늘어난 것이다. 거래 건수는 전년 대비 15% 증가한 144만건이었다.

CIPS는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의 대항마 격이다. SWIFT는 국제 기준이 되는 거래 시스템으로, 하루 5조~6조 달러를 움직인다. SWIFT 전체 거래의 40%가량이 달러로 결제된다. SWIFT가 달러 패권을 뒷받침하고 있는 셈이다.

주목할 건 CIPS가 최근 존재감을 키우고 있는 게 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와 터키 등의 적극적인 참여 덕분이라는 점이다. CIPS에 참여한 러시아 은행은 23곳, 터키 은행은 11곳이나 된다. 러시아 기업들이 중국산 수입품을 위안화로 결제한 비중은 2014년 9%에서 지난해 15%로 높아졌다. 러시아 중앙은행의 외환보유액에서 위안화가 차지한 비중은 2017년 1%에서 지난해 14%로 껑충 뛴 반면, 달러 비중은 46%에서 23%로 추락했다.

미국의 제재 부활로 지난해 11월 SWIFT 거래가 막힌 이란도 CIPS에 참여할 공산이 크다. 영국 투자회사 찰스스탠리의 투자책임자인 개리 화이트는 미국이 제재 수단으로 달러를 무기화하면 이란이 달러의 대안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제재 대상국뿐 아니라 아프리카 국가들도 CIPS에 대거 동참하고 있다. 중국이 아프리카에서 대형 기반시설 건설이나 자원 개발을 위한 투자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케냐 등 아프리카지역에서 CIPS에 참여한 은행은 모두 31곳에 이른다.

중국 정부가 위안화의 국제화에 공을 들이는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인민은행을 이끈 저우샤오촨 전 총재는 재임 중에 일부 금리를 자유화하고 위안·달러 페그제(고정환율제)를 폐지하는 등 시장친화적인 개혁과 함께 위안화 국제화에 박차를 가했다. 중국이 미국과 어깨를 겨루는 세계 양강(G2)으로 부상한 만큼 위안화도 달러에 버금가는 국제 위상을 갖춰야 한다는 게 중국 지도부의 생각이다. 궁극적으로는 달러의 세계 기축통화 지위를 노리고 있다.

일련의 노력에 힘입어 위안화의 국제 위상은 최근 급격히 높아졌다. 2016년 국제통화기금(IMF) 준비통화인 특별인출권(SDR) 구성통화에 위안화가 공식 편입된 게 대표적이다. 달러, 유로, 파운드(영국), 엔(일본)에 이어 다섯째다. 위안화의 편입 비중은 달러, 유로에 이어 셋째다. 위안화가 사실상 세계 3대 통화로 자리매김한 셈이다.

위안화가 달러 패권을 위협하기엔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국제결제시장에서 CIPS의 비중이 아직 작은 데다 SWIFT에서 위안화 결제가 차지하는 비중은 1.89%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달러는 물론 유로, 파운드, 엔보다 뒤처졌다.

다만 미국에 적대적인 나라들이 이미 달러에 등을 돌리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외교정책이 계속되면 달러는 패권을 위협받고, 그 대안으로서 위안화의 위상이 높아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문제는 미국이 달러 패권을 흔드는 위안화의 부상을 두고 보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미·중 무역전쟁 국면에서 위안화의 국제적인 활약이 트럼프 행정부를 자극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중국도 이를 경계하는 눈치다. 중국 국무원 싱크탱크인 발전연구센터(DRC)는 올 초 미국과의 고위급 무역협상을 앞두고 낸 보고서에서 미국과 달러가 2035년에도 패권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래픽=아주경제]


◆추락하는 위안화 값···속타는 中정부

최근 위안화 약세가 두드러지자, 일각에서는 중국이 미·중 무역전쟁에서 위안화를 무기로 삼으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가 떠안긴 폭탄관세 부담을 위안화 평가절하로 메우려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달러 대비 위안화 값이 내리면 중국이 수출하는 제품의 가격 또한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위안·달러 환율은 이달 들어서만 3% 가까이 올랐다.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가 그만큼 떨어졌다는 얘기다. 위안·달러 환율은 최근 6.9위안을 돌파하며 지난해 11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시장에서는 머잖아 7위안 선마저 깨지는 게 아니냐며 마음을 졸이고 있다. '1달러=7위안'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험하지 못한 심리적 저항선이다. 시장에서는 7위안 선이 깨지면 금융시장이 패닉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중국 정부가 위안·달러 환율의 7위안 돌파를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지만,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위안화 약세 추세에 제동을 걸려면 시장에 개입해야 하는데, 이는 그간의 위안화 국제화, 시장 개혁 노력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어서다. 더욱이 트럼프 행정부는 물론 미국 의회도 중국의 환율 조작에 민감한 태도를 보여왔다. 환율은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원칙에서다.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떠받치기 위해 미국 국채 매각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 국채를 팔아 시중의 위안화를 사들이는 식이다. 미국의 최대 채권국인 중국의 미국 국채 매도는 미·중 무역전쟁에서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 다만 상징성이 워낙 커 미국의 보복을 부채질할 수 있고 미국 국채를 핵심으로 하는 중국 외환보유고에도 역풍을 일으킬 수 있어, 전문가들은 이 카드를 '핵옵션'으로 본다.

그렇다고 위안화 약세를 마냥 용인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 역시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반무역 공세를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오래전부터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일부러 낮춰 수출에서 이익을 보고 있다고 비판해왔다. 미국은 중국과의 무역협상에서도 협정문에 환율조작 금지 조항을 밀어붙였다.

후이펑 그리피스 아시아 연구소 선임 연구원은 최근 닛케이아시안리뷰(NAR)에 "위안화 약세가 미국 매파들에게 탄약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위안화 약세가 미국 강경파들이 대중 공세 수위를 높이는 빌미로 작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안 그래도 일방적인 통화 평가절하는 '이웃을 거지로 만드는 정책(beggar-thy-neighbor policy)'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서로 피해를 보지 않겠다며 평가절하 경쟁에 나서는 게 바로 환율전쟁이다. 시장에서는 이미 미·중 무역전쟁이 환율전쟁으로 번질 가능성을 엿보고 있다. 

더욱이 위안화 약세는 수출가격을 낮추는 대신 수입가격을 높인다. 수입제품 가격이 오르면 내수시장에서 외국기업과 경쟁하는 중국기업이 경쟁력을 높일 수 있겠지만, 수입물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사회안정을 중시하는 중국 지도부에는 부담스러운 일이다.

아울러 과도한 위안화 약세는 중국에서 외자 이탈을 자극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위안·달러 환율이 7위안을 넘으면 글로벌 자금의 중국 엑소더스(대탈출) 봇물이 터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2015년 갑작스러운 위안화 평가절하에서 불거진 위안화 투매는 중국을 비롯한 글로벌 증시를 패닉에 빠뜨리고, 중국 경제의 경착륙 우려를 확산시켰다.

미국 씨티그룹은 위안화 값 침체가 중국인들의 소비와 중국 기업들의 투자 의지를 꺾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중국 경제의 성장둔화가 더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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