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北식당 안면인식기술 판매책?…대북제재 구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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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언 기자
입력 2019-05-20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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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NN, 美싱크탱크 2곳 인용 보도…"하노이 식당-관련 업체 연계 의혹"

[사진=북한 고려식당 홈페이지 캡처]

북한이 국제사회의 제재를 피하기 위해 베트남 하노이의 식당을 이용해 안면인식 기술을 외국에 판매하면서 외화벌이를 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18일 CNN 방송에 따르면 미국 선진국방연구센터와 제임스 마틴 비확산연구센터는 하노이 중심가의 냉면·불고기 전문점인 '고려식당‘이 소프트웨어 업체 '퓨처테크그룹', 말레이시아 방산업체 '글로컴' 등과 연계돼 있음을 발견했다.

글로컴은 과거 북한의 정찰총국이 배후에 있는 것으로 드러난 업체며, 글로컴과 퓨처테크그룹은 서로 인터넷 프로토콜, IP 주소를 공유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두 기관은 전했다.

두 기관은 특히 '김종길'(Kim Jong Gil)이라는 이름을 가진 북한 사람을 '연결 고리'로 주목했다. 베트남 사업자 등록부상 그는 '무도 비나'(Mudo Vina)라는 케이터링·요식 업체를 소유한 것으로 돼 있는데 이 업체 주소가 하노이 고려식당과 동일하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특히 김종길은 여러 온라인 사이트에 소프트웨어 전문가로 소개되며 퓨처테크그룹과도 얽혀 있는 인물로 알려졌다. 그의 프로필은 소프트웨어 개발자와 얼굴인식 소프트웨어 전문가들이 자신들을 소개하는 다양한 프리랜서 웹사이트에 등장한다.

해당 프로필은 'kjg197318'이라는 사용자명(유저네임)을 쓰는데 사업자 등록부의 김종길 출생일이 1973년 1월 8일이라는 점에서 연관성이 높아 보인다.

북한·중국 전문 분석가 제이슨 아터번은 이날 방송을 통해 "고려식당과 첨단 정보통신(IT) 기술 판매가 동일한 네트워크 내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꽤 높은 확신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CNN은 지난 3월 고려식당을 찾아 한 직원으로부터 '무도 비나'가 식당을 소유한 게 사실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다만, 그 직원은 김종길이 식당에서 일하는지에 대해서는 답변을 거부했다고 한다.

표면적으로 식당과 얼굴인식 소프트웨어 업체가 한 지붕 아래 함께 영업한다는 게 상식적인 일은 아니다. 실제 얼굴인식 소프트웨어가 고려식당에서 판매되고 있다는 정황은 드러나지 않았다.

하지만 북한이 외화벌이를 위해 여러 사업을 함께 진행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주 개연성이 떨어지는 일은 아니라고 아터번은 지적했다.

그는 특히 북한이 식당을 단지 음식을 먹는 장소가 아니라 해외 외화벌이의 전초기지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문제는 안면인식 등의 IT 기술 판매가 군사적 목적이 아니라면 대북제재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외화 획득에 혈안이 된 북한엔 제재를 빠져나갈 '구멍'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각국 세관도 북한의 온라인 소프트웨어 판매까지는 추적하지 않아 적발하기도 쉽지 않다.

해외식당을 활용한 첨단 기술의 우회 판매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북한의 외화벌이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제재 취지가 크게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의 불법 자금 조달을 연구하는 캐머런 트레이너는 "정보통신 기술 및 서비스는 여전히 북한이 핵 개발에 투입될 자금을 벌어들이는 창구"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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