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중국서 태극기 내린 현대차그룹... '현지화 고육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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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희 기자
입력 2019-05-20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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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드 보복 현지 판매량 급감... 상황 어렵자 정 부회장 직접 지시한 것으로 알려져

현대차그룹이 중국 사업장에서 태극기를 내렸다.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큰 타격을 입었던 2017년에도 꿋꿋이 게양했던 상황이라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 

◆중국 법인에서는 한국 대통령 방문 시만 ‘태극기 게양’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최근 중국 내 자사 계열사에 태극기를 게양하지 말라는 지침을 전달했다. 기존 태극기·중국 국기·사기를 상시 게양하던 것에서 태극기만 내리게 된 것이다.

회의실이나 사무실 등 실내에서 사용했던 소형 깃발도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예외적으로 한국 대통령의 현지 사업장 방문 시에만 태극기 게양을 허용했다.

이 같은 지침에 따라 베이징현대 공장은 물론, 기아차와 현대모비스 등 주요 계열사의 사업장들도 태극기를 치운 상황이다.

현지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최근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수석부회장이 현지화를 독려하고, 태극기 미게양을 언급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베이징현대 1~3공장과 모비스 등 계열사 사업장에서는 중국 노동절 연휴가 시작된 지난달 말부터 적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가장 설득력 있는 의견은 현지 사업 고전으로 인한 현지화 전략 강화다. 사드 보복으로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현대차그룹이 고육지책으로 이번 카드를 꺼냈다는 뜻이다.

베이징현대 2차 협력업체 A사 대표는 “올해 1~2월 현대차의 중국 판매도 부진해 5~6월 어음 등 대금 결제 시기가 도래했지만 입금이 안 돼 직원 월급 주기도 어렵다”며 “경영 여건 악화되자 3차 협력사의 경우 야반도주하는 사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룹 맏형 격인 현대차는 2002년 베이징차와 현지 합작법인을 설립해 진출했다. 이후 매년 급성장해 2013년에는 연간 판매량이 100만대를 넘었고, 2016년까지 100만대 이상을 유지했다.

그러나 사드의 국내 배치 여파로 2017년 판매량이 82만대로 급감했고, 지난해에는 중국의 전반적 경기 둔화와 소비 위축으로 79만대까지 떨어졌다. 연평균 공장가동률은 44%다. 올해 들어서도 3월까지 누적 판매량은 13만1078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6만2612대에 비해 19.4% 급감했다.

이에 정 수석부회장도 올해 신년사를 통해 "미국, 중국 등 주요 시장에서 사업을 조기에 정상화하는 동시에 미래 성장을 위한 대응력을 강화해야 하는 도전적 과제에 직면해 있다"며 "우수한 품질과 상품성을 갖춘 총 13개의 신차를 출시해 미국과 중국 등 주력 시장의 사업을 조기에 정상화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태극기가 사라진 현대차 중국 내 한 사업장. [사진=아주경제DB]

◆중국 현지 업체 불만 달래려는 의도도

업계에서는 단순히 현지화 전략 강화 차원만이 아닐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사드 문제로 중국에 진출했던 다른 기업들이 현지 사업장에서 태극기를 내릴 때도 현대차그룹만큼은 자존심을 지켰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이돌 BTS(방탄소년단) 등이 확장시키고 있는 한류를 통해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는 현대차그룹의 전략과도 배치된다.

이를 근거로 일각에서는 현대차그룹이 베이징차와 현지 협력사들을 달래려는 의도라고 분석하고 있다. 현지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변화를 통해 포기하지 않고 함께 극복하자는 의지를 전하는 것이라는 견해다.

실제 베이징차를 비롯한 현대차그룹과 협력하고 있는 현지 기업들의 불만이 최근 고조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B은행 관계자는 "베이징차 관계자가 현대차에 대한 불만을 자주 토로하고 있다"며 "'합작 관계 유지는 무의미하다'는 등의 과격한 발언도 양사의 대출 과정에서 나오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베이징현대 2차 협력업체 C사 대표는 "중국 측의 가장 큰 불만은 현대차가 현대모비스 등 1차 협력사를 통해 창출하는 이익이 워낙 많다는 것"이라며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대차를 떠나 중국 측과 사업하려는 시도도 잇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과 LG 등 중국에 공장을 둔 글로벌 기업들이 사드 문제 등에도 현지에서 지금까지 태극기 게양을 고수하는 것은 그만한 장점도 있기 때문이다”라며 “현대차그룹의 이번 결정은 현지화 강화 전략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중국 난징에 위치한 LG화학의 배터리 생산공장 전경. [사진 LG화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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