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관에 침 뱉었다고 구속? ... 법원 판단 뒤엔 ‘정신질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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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승주 기자
입력 2019-05-02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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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 정신질환 범죄 공동대응 나서

지난 4월 5일 밤 11시경 A씨(46)는 서울 관악구의 한 찜질방에 들어갔다. A씨는 손님들에게 “시끄럽게 TV를 본다”며 욕설을 하고, 찜질방을 돌아다니며 큰소리로 울면서 고함을 질렀다. 갑작스런 소란으로 찜질방 운영이 마비됐다. 나아가 A씨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에게도 욕설을 하며 얼굴에 침을 뱉었다. 

결국 그는 업무방해·공무집행방해 혐의로 현장에서 체포됐고,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찜질방에서 난동을 부리다 경찰관에게 침 좀 뱉었다고 구속까지 될까?

A씨는 지난해 10월에도 서울 관악구의 한 분식집에서 주인과 말다툼을 하던 중 옆에서 지켜보다 말린 사람을 때려 체포된 적이 있다. 같은 해 7월에는 서울 동작구의 모 실버센터에서 사회봉사명령으로 함께 세탁보조 일을 하던 사람을 때려 상해를 입히기도 했다. 또한, 같은 해 6월에는 서울 관악구의 한 모텔에서 퇴실시간이 경과해 퇴실요청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욕설을 하며 퇴거를 하지 않아 퇴거불응 혐의로 체포됐다. 이 밖에도 A씨는 자신이 살던 고시원 1층에 전시된 수석을 집어던져 현관문을 깨뜨리거나 고시원 앞길에서 소란스럽게 한다는 이유로 소주병을 들고 나와 사람들을 향해 휘두르기도 했다.

이런 이유로 A씨는 퇴거불응, 상해, 특수폭행 등 혐의로 재판을 계속 받던 중 찜질방 난동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에게 침을 뱉은 것이다.

그의 비상식적인 행동 뒤에는 정실질환이 있었다. 10년 전부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재발성 우울장애 등 정신질환을 앓았다. 가족들도 감당이 안 돼 따로 산 지 오래라고 한다. 증상이 심할 때는 가족들에게도 살해 협박까지 했다고 한다. 

A씨도 “밖에서 더 큰 실수를 저지르기 전에 구속된 게 오히려 잘됐다”고 말했다. 마지막 재판을 앞둔 A씨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해 처벌은 감수하되, 꾸준히 치료를 받은 뒤 사회에 복귀하겠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정신질환 환자의 범죄를 막기 위해선 정부의 체계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대한변호사협회 감사인 홍성훈 변호사(40)는 “정신질환 범죄자한테는 형벌보다는 치료가 필요하다”며 “특히 범죄 초기 상황에서 정부가 체계적으로 대응한다면 범죄율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최근 정신질환자 범죄가 잇따르자 정부도 부처 간 공동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대검찰청, 보건복지부, 경찰청 등이 실무협의회를 열고 공동대응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법무부와 검찰은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범죄자에 대해 치료명령 및 치료감호를 적극 청구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치료감호 시설을 늘리고, 관련 법 제도를 개선할 예정이다. 보건복지부는 △정신질환에 의한 범죄 위험 가능성 조기 발견 체계 수립 △행정입원 등 범죄 고위험 정신질환자에 대한 적극 대응 등을 조치한다. 경찰청은 △경미한 범죄여도 재범 우려가 높을 경우 응급 입원·감정 유치 신청 등 적극 검토 △초동 수사 단계에서 정신질환 여부 및 재범위험성 관련 자료 수집 등의 대응을 할 방침이다.

홍 변호사는 “더 늦기 전에 정부가 공동대응에 나서기로 해서 다행”이라며 “나아가 전국 정신건강복지센터에 등록된 정신질환자들 대상으로 한 점검을 비롯해 장기적인 종합계획이 수립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진주 방화·흉기 난동 피의자 안인득(42)이 경남 진주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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