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현 칼럼] 미래세대에 짐만 늘리는 정책, 이래도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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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전 공자위 민간위원장
입력 2019-04-1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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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

2012년 당시 통계청은 5년 후인 2017년 출생인구 숫자를 47만명 정도로 예측하였다. 그런데 실제로 5년이 지난 후 출생인구 숫자는 35만여명에 그쳤다. 오차가 엄청나지만 이는 우리 인구 상황에 비상이 걸렸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상황이 이런데 올해부터 출생자가 사망자보다 적어지기 시작한다는 발표가 나왔다. 이민자들의 유입으로 인해 총인구는 10여년 후부터 감소하지만 이민효과를 제외하면 우리나라 인구는 올해부터 사실상 감소하기 시작하는 셈이다. 과거 출생아 숫자가 너무 많아 가족계획을 통해 인구억제책을 시행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인구 자연감소가 이슈가 되는 시점이 도래한 것이다. 다른 나라에서 유사 사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빨리 진행되는 우리의 저출산 추세는 향후 수많은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우선적으로 걱정되는 것은 연금문제이다. 이렇게 빨리 출생아가 감소하는 경우, 연금보험료를 납입할 현역의 숫자와 퇴직 후 연금을 수령할 퇴역의 숫자 간에 균형이 급격히 깨지면서 연금기금 고갈이 빨라진다. 납입되는 연금보험료는 저수지에 물이 유입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지급되는 연금은 저수지에서 물이 유출되는 것에 비유될 수 있다. 저수지는 기금이다. 유입량이 유출량보다 많으면 저수지 수면은 올라가고 반대로 유입량보다 유출량이 많으면 저수지 수면은 내려간다. 지금처럼 빨리 인구가 줄어들면 연금재정에 이상이 생긴다. 기금이 빨리 고갈되면 연금 재원이 부족해진다. 연금재정이 힘들어지면 세금에서 책임지도록 한다고는 하지만 세금 내는 사람들이 바로 연금보험료를 납입하는 현역들이다. 미래의 현역들에게 연금보험료에다 세금까지 늘리면 짐은 늘어나고 미래세대의 허리가 휜다.

건강보험도 문제다. 보장을 늘리는 것은 좋다. 하지만 부담에 대한 심도있는 고려가 필요하다. 나이 들어 은퇴하면 소득이 줄고 건강보험료 납입액도 줄어든다. 하지만 건강이 나빠져서 건강보험 혜택은 많아진다. 그러고 보면 건강보험도 연금보험과 크게 다를 바 없다. 현역은 납입액이 혜택보다 크고 퇴역은 혜택이 납입액보다 크다. 현역이 고생하게 되어 있다. 그런데 이 정부는 2인실에 MRI까지 보험보장범위에 포함시키면서 혜택을 늘렸다. 이러다 보니 건강보험 수지는 벌써 적자로 돌아섰다. 다행히 여유자금이 20조원이라서 당장은 보험료를 올릴 필요가 없지만 이 정부가 물러나면서 여유자금은 곧 고갈된다. 이제 건강보험료는 엄청난 폭으로 인상될 것이다. 한번 늘린 보장을 줄이기 힘들다면 이 또한 미래세대의 부담을 폭증시킬 것이다.

그런가 하면 최근 120만명 정도인 공무원과 직업군인 연금 지급액의 현재가치합계, 즉 연금충당금부채가 940조원이라는 통계가 발표된 바 있다. 현재가치계산에 사용된 할인율, 즉 이자율이 낮아지면서 이 충당금은 1000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 공무원 수를 17만명 증가시키면 연금충당금 증가분만 100조원이 훌쩍 넘는다. 공무원은 급여, 연금 그리고 유족연금까지 국민세금으로 지급해야 하는 대상이다. 공무원의 숫자를 이처럼 급격하게 늘리면 미래 세대의 부담은 기하급수로 늘어난다.

미래세대의 숫자 자체가 줄어드는 현 상황에서 미래세대를 위한 각종 재원을 확보하는 조치가 필요할 정도이다. 그런데 지금 정부는 미래 세대 부담을 급격하게 올리는 조치를 남발하고 있다. 필요하다고 이것저것 다 끌어다 쓰면서 부채를 늘려놓으면 나중에 미래 세대는 무얼 먹고사나. 그들의 소득을 미리 당겨서 쓰는 식의 조치는 자제해야 할 여지가 있다.

시원한 규제완화나 혁신정책도 별로 눈에 띄지 않는 상황에서 기업들은 주 52시간 근무제 같은 정책을 지키기 힘든 규제로 인식하고 있다. 대형규제를 남발하면서 작은 규제 몇 개 완화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미래 먹거리 하나 제대로 못 만들면서 미래 부담은 가중시키는 현재의 경제정책을 보며 답답함을 금할 수가 없다. 세대 간 형평성, 그리고 미래 세대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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