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와 숭례문 방화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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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인 기자
입력 2019-04-1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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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슬프다. 우리의 일부가 불탔다. 끔찍한 비극이다. 노트르담 대성당을 다시 세울 것이다.”

15일(현지시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 현장에 도착해 전한 일성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소방대원들의 노력 덕분에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 최고의 인재들을 모아 성당을 재건하겠다”고 밝혔다. 대성당 재건을 위한 국제 기금 모금을 시작하겠다는 뜻도 전했다. 마크롱 대통령의 발언만으로 노트르담 대성당이 프랑스에 어떤 존재였는지를 짐작게 한다.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 소식은 한국 사람들에게 2008년 발생한 숭례문 방화 사건을 떠올리게 했다. 소중한 문화재가 불에 타 훼손됐다는 공통점 때문이다. 프랑스 정부의 발 빠른 대응이 숭례문 화재 당시 여론의 질타를 받았던 우리 정부의 모습과는 대조적이라는 인상도 남겼다.

2008년 설날 연휴 마지막 날 저녁, 숭례문 근처를 지나던 택시기사에 의해 숭례문 화재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는 빨랐지만, 진화 작업은 더뎠다. 결국 숭례문 2층 지붕이 무너졌고 이로 인해 1층 지붕도 일부분 파손됐다. 국보 1호 숭례문은 출동한 소방대원들의 임의적인 부분 파괴를 어렵게 했고, 목조 문화재에 대한 이해부족과 문화재청과의 의사소통 부재가 겹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숭례문 복원을 두고 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렸다. 화재현장을 그대로 두고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과 신속히 복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섰다. 복구 과정에서 일부 기와 조각이 폐기 처리되는 등 성급한 복원 과정도 도마 위에 올랐다.

불에 타버린 문화재는 원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없다. 완벽하게 복원됐다고 해도 이미 훼손된 문화재는 그 가치를 잃게 된다. 우리는 이미 숭례문 화재로 경험했다.

노트르담 대성당으로 세계의 눈이 모두 쏠린 지금. 타버린 대성당을 향해 눈물을 흘리기보다는 이런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예방대책을 세우는 게 중요하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을 교훈으로 삼을 일이 더는 없어야 하지 않을까.

 

검은 연기와 화염에 휩싸인 프랑스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왼쪽 사진). 2008년 2월 숭례문 화재 직후의 모습(오른쪽 사진). [사진=EPA·연합뉴스(왼쪽), 문화재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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