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발견]38. 다섯번째 봄, 남겨진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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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환 기자
입력 2019-04-15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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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시 봄이 올 거예요

# 세월호 세대의 배려가 필요한 것 같아요. 세월호 세대랑 저희는 계속 살아가야 하잖아요. 제가 '유가족입니다'해도 유가족이 되기 싫을 때가 있어요. 하지만 평생 유가족이잖아요. 배려까지는 아니더라도, 지금 어른들이 하는 거랑 세월호 세대는 다르면 좋겠어요. '유가족이네'하는 눈초리는 안 받고 싶어요. <다시 봄이 올 거예요(창비) ,156쪽>

봄과 함께 세월호의 아픈 기억이 다시 찾아옵니다. 어느덧 다섯번째 봄입니다. 5년 전 4월 16일의 기억이 생생합니다. '다 구조했다'는 말에 안심했지만 실제로 많이 이들이 차가운 물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했습니다. 299명이 희생됐고 아직 5명은 가족의 품으로조차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살릴 수 있었지만 그러지 못했다는 사실이 여전히 충격과 분노를 줍니다.

당시 고등학교 2학년이었던 친구들은 벌써 23살이 됐습니다. 형제, 자매들은 떠난 언니, 오빠보다 나이가 더 많아졌습니다. 남겨진 이들은 무거운 이름을 짊어지고 삽니다. 이들에게는 항상 세월호, 단원고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닙니다. 한창 젊음을 즐겨야 할 나이인데 너무 큰 책임감이 주어졌습니다.

이들을 더 힘들게 하는 것은 '아직도 세월호야' '지겹다'라는 사람들의 시선일 것입니다. 여전히 함께 공감하고 아파하는 사람이 많지만 이제 그만하라는 목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한편에서는 남겨진 이들에게 '정치적'이라는 프레임을 씌워버립니다. 그러면서 여기서 끝내기를 바랍니다. 남겨진 사람들에게는 해결된 것이 하나도 없는데 말이죠.

세월호은 여전히 깊은 바다 밑에 가라앉아 있습니다. 선체는 뭍으로 올라왔지만 진실은 여전히 차가운 바닷속에 남겨져 있습니다. 남겨진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옆에서 함께 싸워주는 것이 아닙니다. 이들의 아픔이 치유될 수 있도록 공감하고 배려해주는 마음입니다. 세월호는 사고를 목격한 우리가 모두 잊지 말아야 할 기억입니다.
 

단원고 4.16기억교실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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