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발견]37. 의도적 침묵, 대중의 무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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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환 기자
입력 2019-04-01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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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토니오 그람시 '나는 무관심을 증오한다'

# 무관심은 역사 안에서 늘 강력하게 작동했다. 비록 그것이 수동적일지라도 항상 작동했다. 무관심은 치명적이다. 그것은 생각해볼 여지가 없는 것이다. 잘 준비된 계획을 뒤엉키게 하기도 하고, 잘 수립한 과정과 단계들을 뒤집어버리기도 했다. 또한 무관심은 지성을 맹렬하게 반대하는 원천이자 배출구다. <나는 무관심을 증오한다(안토니오 그람시·바다출판사), 28쪽>

최근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킨 사건들이 연이어 터졌습니다. 유명 연예인들이 대거 연루된 사건이 불거졌고 과거 제대로 풀리지 않았던 의혹들도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그런데 해당 사건들이 대중의 관심에서 조금은 멀어진 분위기입니다. 한때 국민적으로 거대한 분노가 들끓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희미해지기 시작한 모습입니다. 그러는 사이 조사를 진행 중인 권력기관들도 사람의 관심을 끊으려는 듯한 의심을 갖게 만듭니다.

실제 강남 유명 클럽 버닝썬 사건의 경우 성접대, 성매매, 불법 촬영물 등 성범죄와 관련된 얘기들만 흘러나옵니다. 정작 확실하게 밝혀야 할 경찰과의 유착 문제에 대해서는 침묵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저 그들의 뒤를 봐준 것으로 의심을 받는 총경 한명을 불러 조사한 것이 다입니다. 혼자 자발적으로 한 것인지, 아니면 더 윗선에서 지시가 있었는지에 대해 드러난 것이 전혀 없습니다. 적극적인 수사 의지도 찾기 힘듭니다.

상황이 이렇자 '제 식구 감싸기', '꼬리 자르기'라는 지적이 벌써 나옵니다. 이는 과거에도 수많은 권력형 비리 사건들이 이러한 과정을 거쳐 대중의 무관심 속에서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최근 다시 진상조사가 시작된 김학의 성접대 의혹이나 고(故) 장자연 리스트 등도 과거 제대로 밝혀진 것 없이 마무리됐습니다. 처음에는 전부 밝혀낼 것처럼 대대적으로 나섰지만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지면서 흐지부지 끝났습니다.

때문에 이번 진상 조사 역시 과거를 답습할 것이란 우려가 나옵니다. 권력기관은 언제나 대중의 무관심을 이용해 왔습니다. 이번에도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더욱 관심을 갖고 그들을 감시해야 합니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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