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쇼크에 "투자의견 제시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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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국 기자
입력 2019-03-25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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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아시아나항공]

증권사가 아시아나항공 투자의견을 내놓기를 꺼린다. 삼일회계법인이 감사의견을 한정으로 내놓아 불확실성을 키웠다. 신용등급마저 떨어지면 유동성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생긴다.

◆증권가 목표주가 줄줄이 하향 조정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오는 29일 정기 주주총회 전까지 삼일회계법인으로부터 적정 감사의견을 다시 받아 이런 우려를 잠재우기로 했다. 회사와 회계법인 사이에 단순한 오해가 있었을 뿐이라는 거다.

그래도 반응은 싸늘하다.

KTB증권은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투자의견과 목표주가를 제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한준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실적 추정에 있어 불확실성이 발생해 목표주가 산출이 불가능하다"며 "투자의견도 보류한다"고 말했다. 그는 "재감사에서 적정 의견이 나오면 투자의견과 목표주가를 내놓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증권은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목표주가를 30%가량 내렸다. 투자의견은 매수에서 중립으로 낮추었다. 국내 증권사가 매도 의견을 거의 내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주식을 팔라는 얘기다. 김영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삼일회계법인이 다시 감사를 진행하기 때문에 추가로 실적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전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이달 22일 한정 의견을 담은 감사보고서를 내놓았다. 빌려서 사용해온 항공기와 마일리지 충당금, 자회사인 에어부산이 문제가 됐다.

결국 감사를 마친 실적은 잠정치보다 나빠졌다. 2018년 매출과 영업이익은 잠정치 대비 제각기 약 1%와 50% 줄어든 6조7893억원과 887억원에 그쳤다. 애초 순손실 128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적자가 1050억원에 달했다. 부채비율은 505%에서 625%로 늘었다.

삼일회계법인이 다시 감사를 실시하면 추가적인 부실을 찾을 수도 있다.

◆가장 나쁜 시나리오는 신용도 하락

아시아나항공 입장에서 가장 나쁜 시나리오는 신용등급 하락이다. 지금 'BBB-'인 신용등급이 한 계단만 떨어져도 빚을 조기에 갚아야 한다.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금융비용)이 2배 미만으로 내려가도 마찬가지다. 회계연도마다 벌어들이는 돈이 그해에 빠져나가는 차입금 이자보다 2배 이상 많아야 한다는 얘기다.

한국신용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는 이번 감사의견 한정을 이유로 아시아나항공을 신용등급 하향 검토 대상에 넣었다. 당장 아시아나항공이 600억원 규모로 발행한 채권도 상장폐지된다. 다만 채권 만기가 4월이고, 실질적인 타격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1조원어치를 넘어서는 자산유동화증권(ABS)이다. ABS 규모를 보면 아시아나항공 여객 매출채권이 1조2000억원, 에어부산·에어서울 관련 매출채권이 4200억원에 달한다.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금은 약 1조원이다. 여기에 신용등급 하락으로 ABS를 일찍 갚아야 할 사유까지 발생한다면 연내 막아야 할 돈이 1조7000억원 안팎으로 늘어난다.

김영호 연구원은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ABS 가운데 상당액을 조기 상환해야 한다"며 "재무 건전성과 회계 신뢰성 개선이 모두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한준 연구원은 "ABS가 거의 유일한 차환 수단"이라며 "신용등급 하락과 관계없이 ABS 발행에 차질을 빚는다면 유동성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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