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발견]36. "나는 너에게 증명할 필요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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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환 기자
입력 2019-03-1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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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문정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

# 일상에서 무례한 사람이 당신을 평가하거든 '저 사람은 그렇게 생각하는구나'하고 넘겨버려라. '그의 말이 사실일지도 몰라'하면서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 그는 나를 잘 모를뿐더러 나에 대해 열심히 생각하지도 않는다. (중략) 나의 과정을 모두 아는 사람은 나뿐이며 자신을 신뢰하는 사람은 남의 평가에 연연하지 않는다. <무례한 사람에게 웃으며 대처하는 법(정문정, 가나출판사) 186쪽>

"나는 너에게 증명할 필요가 없어." 이는 최근 전 세계적으로 흥행한 영화 '캡틴 마블'의 여자 주인공이 스승인 한 남성에게 던진 말입니다.

주인공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어릴 때부터 끊임없이 편견에 부딪혔습니다. 특히 남성 중심으로 맞춰진 기준에 맞서 자신을 증명하려 계속 애를 썼습니다. 그럴 때마다 "넌 안 된다"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자신의 한계를 설정, 스스로 능력을 억압했습니다. 하지만 마지막에 더 이상 그들의 방식으로 증명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스승의 얼굴에 통쾌한 한 방을 날립니다.

증명은 보통 사회적 약자에게 요구됩니다. 기득권층에 있는 사람에게 증명은 필요 없습니다. 처음부터 가지고 태어난 힘이 곧 증명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성별일 수도, 피부색일 수도, 돈일 수도 있습니다. 반면 약자 위치에 있는 이들에게는 언제나 증명이 뒤따릅니다. 자신이 가진 능력을 사용하려면 그 자격을 먼저 인정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증명의 방식이 사회적 강자들이 가진 우월한 지위를 유지하는 쪽으로 작동한다는 점입니다. 그동안 자신들이 만들어온 성이 무너지려고 하면 더 높은 잣대를 들이댑니다. 어떻게든 깎아내리고 트집을 잡으면서 공격합니다. 약자들이 좌절해 스스로 포기하게 만듭니다. 

남에게 나를 억지로 증명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들의 평가는 '내가 잘됐으면 해서' 하는 걱정이 아닌, '자신의 권위를 지키기 위해서' 하는 위선이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뜻대로 움직이는 것은 그들의 힘만 더 강하게 만들어주는 일입니다.
 

[사진=아이클릭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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