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발견]35. 2학년, 똑똑해 보이는 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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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환 기자
입력 2019-03-0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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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이즈미 마키오 '어원은 인문학이다'

[사진=아이클릭아트 제공]

# 대학교 2학년은 영어로 sophomore라고 한다. 1학년은 freshman, 3학년은 junior, 4학년은 senior인데 왠지 2학년만 다소 생경한 단어다. 'sopho-'는 알다시피 '지혜' '현명함'이지만, '-more'는 그리스어로 '바보' '어리석음'을 의미하는 mõros에서 왔다. (중략) 2학년이 되면 1년간 공부했기 때문에 일견 현명하게 보이지만 실제로는 여전히 어리석기 때문에 붙은 말이다. <어원은 인문학이다(고이즈미 마키오·사람인), 50쪽>
 
8년 전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을 때 일에 대한 경험도, 아는 것도 없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말에 귀를 많이 기울였습니다. 스스로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그런지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받아들이는 데 큰 거부감이 없었습니다. 그때가 제 인생에서 가장 겸손했던 시기였던 것 같습니다.

정신없이 1년이란 시간이 흘렀습니다. 불과 그 1년 새 마음가짐은 크게 달라졌습니다. 그동안 충분한 경험과 지식을 쌓았다는 생각이 들면서 전부 다 안다는 묘한 자기 확신이 생긴 것입니다. 그때부터 다른 사람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기 시작했습니다. 내 생각과 행동이 무조건 옳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또 1년이란 시간이 지나면서 제가 아마추어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짧은 시간 보고 들은 것을 갖고 제가 세상에서 제일 똑똑한 사람이라고 착각해왔던 것입니다. 얕은 지식으로 알은체했던 것에 불과했습니다. 아주 현명한 사람인 척했지만 실제로는 여전히 미숙한 사람이었습니다.

저뿐 아니라 많은 사람이 겪는 시행착오 과정이 아닌가 싶습니다. 단지 사회생활만이 아니라 여러 상황에 적용되는 일일 것입니다. 여기서 보통 두 가지 선택으로 나뉩니다. 한쪽은 자신이 부족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다른 쪽은 자기는 잘못되지 않았다는 자기 확신을 그대로 밀어붙이는 것입니다.

문제는 두 번째인데, 이런 확신이 심해지면 눈과 귀를 모두 닫아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게 됩니다. 결국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제대로 된 판단을 하지 못하게 되죠. 실패조차도 인정하려 들지 않습니다. 스스로 똑똑한 척하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그저 바보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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