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최이현 모어댄 대표, 폐차가죽에 사회적 가치 불어넣는 '마법의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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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은 기자
입력 2019-02-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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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어댄, 쓸모없는 것을 쓸모 있게 만드는 기업"

  • -"올해 봄 중 서울 용산구 아이파크몰에 매장 열 계획"

최이현 모어댄 대표가 지난 8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 본사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박경은 기자]


2009년 5월 5일. 영국 리즈대 대학원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전공하던 최이현 모어댄 대표는 유럽 완성차업체 BMW의 소형차 '미니'를 중고로 싸게 구입해 학업에 지친 자신에게 선물했다. 그런데 얼마 되지 않아 아끼던 미니가 뺑소니 사고로 파손됐다. 폐차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아쉬웠던 최 대표는 자동차 시트의 가죽커버를 벗겨 집으로 가져왔다. 최 대표가 벗겨온 시트가죽을 보고 친구들은 "가죽 품질이 너무 좋다"며 "가방으로 만들어도 되겠다"고 말했다. 최 대표가 폐자동차 가죽시트로 가방과 지갑, 신발 등 제품을 만드는 사회적기업 모어댄의 사업 아이디어를 떠올린 순간이었다.

지난 8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 본사에서 만난 최 대표는 "모어댄은 한마디로 쓸모없는 것을 쓸모 있게 만드는 기업"이라며 "폐자동차 가죽시트와 안전벨트, 에어백, 타이어 등을 '업사이클링'(폐기물의 발전적 재활용)할 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사회에서 잊혀졌던 경력단절여성, 북한이탈주민 등에게 일자리를 제공해 이들을 가치 있게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모어댄은 6만8818kg에 달하는 가죽을 업사이클했다. 가죽 재사용을 통해 보호한 생명은 소 5060마리에 이른다. 이런 사업모델은 영국 유학 시절 '한국 자동차회사의 지속가능한 사회적 책임'을 주제로 석사학위 논문을 쓸 때 폐자동차 문제점을 지적하며 대안을 제시한 아이디어가 바탕이 됐다. 자동차를 폐기할 때 나오는 가죽시트나 안전벨트, 에어백 등 비금속 재료가 한 해 400만t가량 매립되거나 소각돼 환경 오염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지난 2015년 정부 지원을 받아 모어댄을 창업한 최 대표는 처음부터 한국에서 사업을 시작할 계획은 아니었다. 모어댄 제품이 한국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당할 것이라는 추측 때문이었다. 최 대표는 "'폐기물로 만든 제품을 왜 돈 받고 파냐', '재활용품은 무조건 싸야 한다'는 인식을 우리가 아직 바꿀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면서 "그렇기에 사회적 가치를 훨씬 더 인정해주는 유럽에서 성공한 이후 한국으로 돌아와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우연한 기회로 국내 사업이 잘 풀렸다. 2016년 2월 모어댄이 모바일 상거래 플랫폼인 카카오메이커스를 통해 100개의 제품을 선보이자 3일 만에 모두 팔렸다. 최 대표를 비롯한 네 명의 초기 창업 멤버가 '향후 100일간 하루에 하나씩이라도 팔아보자'고 생각했던 제품이었다. 최 대표는 "이때 팔린 제품이 바로 방탄소년단 리더 RM이 착용해 화제가 된 '엘카백팩'"이라며 "이때 내놓은 제품 100개 중 하나를 RM이 구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방탄소년단 리더 RM이 엘카백팩을 멘 사진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게재하며 모어댄은 큰 화제에 올랐다. 최 대표는 "미국, 방글라데시 등 전 세계 각국에서 RM 팬들이 가방을 많이 구매한다"면서 "원래 단종됐던 제품인데 내부 소재 등을 개선해 새로 출시했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어 "RM에게 감사인사라도 남기기 위해 팬클럽에 가입하려고 했지만 실패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최 대표는 올해 경기도 파주나 고양에 시민들이 제품 생산과정을 보며, 직접 제작에 참여해볼 수 있는 체험형 공장을 설립할 예정이다. 그는 "스웨덴, 노르웨이, 스페인 등 해외에서 견학을 오고 싶다는 요청이 굉장히 많다"며 "이런 니즈를 충족하기 위해 기존 공장을 개보수해 상반기 중 위치를 최종 결정, 올해 안에 완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모어댄이 지을 체험형 공장은 100% 에너지 독립 공간으로 지어질 예정이다. 전기는 태양열로, 물은 빗물로, 쓴 물은 중수 여과해서 다시 쓰는 방식이다. 최 대표는 "폐기물을 재활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원을 쓰지 않는 것 자체도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올해 봄 중 서울 용산구 아이파크몰에 매장도 하나 더 낸다. 최 대표는 "매출이 올라가며 오프라인 매장 수가 적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멈춰있던 폐자동차 가죽시트가 제품이 돼 사람들이 갖고 다니면서 움직인다는 저희 컨셉에 맞춰 앞으로도 버스터미널, 기차역과 같은 흐름이 있는 공간에 매장을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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