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당국에 등 떠밀려 제3인터넷은행 진출 고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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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애신 기자
입력 2019-02-19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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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대형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이 제3인터넷전문은행에서 발을 뺐다. 대신 금융지주사들이 출사표를 던지며 흥행에 불씨를 지피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금융당국의 '입김'이 적지 않게 작용했다는 전언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지주들의 인터넷은행 참여는 금융당국의 독려에 따른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네이버가 참여 의사를 철회하면서 제3인터넷은행에 대한 호응도가 줄어들자 금융당국이 금융지주 가운데 인터넷은행에 참여하지 않은 곳들의 지분 투자를 직간접적으로 요구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신한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 NH농협금융지주가 그 대상이다. 현재 금융지주 중 KB금융지주는 카카오뱅크에 지분 10%를 투자한 상태다. 우리은행은 케이뱅크 지분 13.8%를 보유 중이다.

최근 신한금융은 핀테크업체 토스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제3인터넷은행진출을 선언했다. 하나금융은 SK텔레콤과 지난 2016년 합작해 만든 핀테크 회사인 '핀크'를 중심으로 인터넷은행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금융위는 다음달 26~27일 인터넷은행 예비인가 신청을 받아 5월 후보를 발표한 뒤 최종적으로 2개 컨소시엄을 선정해 인가를 내줄 방침이다. 제3인터넷은행은 이르면 내년 상반기에 출범하게 된다. 

당초 금융위원회가 인터넷은행의 추가 인가를 결정한 것은 은행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ICT기업의 혁신 기술을 결합해 보수적인 은행권의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서였다.

새로운 사업 영역에 진출하려면 막대한 자본금을 투입해야하는데 인터넷은행의 경우 일부 지분만 보유하더라도 수익원을 다각화할 수 있어 주목을 받았다. 또 이업종간 협업으로 급변하는 디지털 환경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점도 장점이다.

그러나 ICT기업들이 인터넷은행에서 발을 빼면서 인터넷은행 추가 인가 취지가 무색해지고 말았다. 지난해 9월 인터넷전문은행의 의결권이 있는 발행 주식의 34%까지 산업자본이 보유할 수 있도록 규제가 완화됐지만 ICT기업 입장에서는 적극적으로 사업에 나서기엔 여전히 부족한 수준이라는 게 지배적인 의견이다. 

실제로 대형 ICT업체인 네이버·인터파크 등이 인터넷은행 진출을 공식 절회하면서 1위 통신업체인 SK텔레콤이 가장 유력한 인가 대상으로 언급되고 있다.

ICT업권 관계자는 "대형 ICT업체가 컨소시엄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인터넷은행의 의미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에 금융당국 입장에서는 SK텔레콤의 인터넷은행 지분 참여가 절실할 것"이라며 "현재로선 SK텔레콤을 제외하곤 인터넷은행에 참여할 만한 곳이 없다는 게 중론"이라고 전했다. 

당국의 인터넷은행 추가 인가 시기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오고 잇다. 지난 2016년 인터넷은행 진출을 고려하던 금융사들은 케이·카카오뱅크 인가 후 자체 디지털뱅크에 투자와 역량을 집중해왔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인가를 내줄거면 진작했어야 했다"며 "현재 인터넷은행 수준의 자체 디지털뱅크 개발을 위해 투자할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인터넷은행과 시중은행의 디지털 격차가 거의 사라진 점도 인터넷은행 진출을 꺼리는 요인이다. 케뱅·카뱅의 등장 이후 시중은행과 차별화되고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했기보다 복잡한 과정을 단순화하는 데 그쳤고 이제는 이 또한 시중은행과 비슷해진 상황이다.

이는 네이버가 인터넷은행에 참여하지 않기로 한 배경과도 연관이 있다. 박상진 네이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달 31일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시중은행이나 카카오·케이뱅크가 선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차별화가 힘들어 국내 인터넷은행 경쟁에는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국이 인가를 공식화했기 때문에 제3인터넷은행은 반드시 탄생하겠지만 그들이 원하는 혁신이나 업권의 '메기' 역할엔 한계가 자명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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