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은 왜 뉴욕을 버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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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세미 기자
입력 2019-02-15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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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마존, 뉴욕에 제2 본사 설립 계획 백지화

[사진=AP·연합뉴스]

미국 전역이 떠들썩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공룡 아마존이 제2 본사를 세우기 위해 부지를 물색하고 있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미국뿐 아니라 캐나다와 멕시코까지 아마존 유치전쟁에 뛰어들었다. 아마존이 약속한 5만 개 일자리와 50억 달러(약 5조6000억원) 투자, 그 외 추가적인 경제적 효과에 북미 238개 도시가 군침을 흘렸다.

아마존의 간택을 소원하는 구애의 몸짓은 요란했다. 사막이 특징인 애리조나주 투손시는 6m가 넘는 선인장을 아마존에 선물하는가 하면 인디애나주 게리시는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CEO에게 신문 광고로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모자랄 것 없어보이던 뉴욕도 예외는 아니었다. 뉴욕시는 랜드마크인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을 아마존의 로고색인 오렌지색 조명으로 물들였다.

무려 14개월에 걸친 고민 끝에 아마존은 지난해 11월 제2 본사를 세울 도시로 두 곳을 최종 선택했다. 미국 수도 워싱턴DC 인근에 있는 버지니아주 내셔널랜딩과 뉴욕 퀸스의 롱아일랜드시티였다. 도시별로 환호와 낙담이 엇갈렸다. 알리시아 글렌 뉴욕 부시장은 “5만 개 일자리가 생기는 것보다 더 좋은 일이 있겠느냐”면서 환하게 웃었다. 

 
뉴욕 퀸스 롱아일랜드 시티 일대 [사진=AP·연합뉴스]

​반전은 3개월 만에 나왔다. 아마존이 뉴욕 본사 설립 계획을 백지화하면서다. 아마존은 지난 14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많은 검토와 고민 끝에 뉴욕 퀸스의 롱아일랜드시티에 제2 본사를 세우려는 계획을 더는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고 발표했다고 CNN 등 현지매체가 보도했다.

배경에는 '뉴욕의 반란'이 있었다. 당초 아마존은 뉴욕에 향후 10년 동안 2만5000개 일자리와 25억 달러 투자를 약속하고, 그 대가로 30억 달러 세금 혜택을 받기로 했다. 그러나 지역사회에 환원을 한 푼도 약속하지 않은 아마존이 왜 그토록 막대한 혜택을 누려야 하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집값과 생계비 고공행진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더해졌다. 일부 정치인들도 아마존에 그런 혜택을 내어줄 수 없다며 반대하고 나섰다.

그 중에는 지난해 11월 중간선거에서 새로 선출된 의원들도 있었다. 민주당 정치 샛별이자 막강한 뉴스메이커로 떠오른 29세 초선의원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스가 그 중 한 명이다. 이들은 아마존에 제공하는 세제 혜택이 과도하다고 지적했고 아마존의 반(反)노조 문화가 뉴욕 근로자들의 노동조합 조직을 훼방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난해 11월 14일 뉴욕 주민들이 아마존 본사 유치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아쉬울 것 없는 아마존은 뉴욕을 버리기로 했다. 아마존 유치를 위해 애썼던 앤드류 쿠오모 뉴욕주지사와 빌 데 블라시오 민주당 시장은 예상치 못한 아마존의 일격에 충격을 받았다. 쿠오모 주지사는 아마존의 발표가 나온 직후 지역 일간지인 뉴욕데일리뉴스의 뉴스룸을 서둘러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아마존이 미리 고지도 안 했다는 얘기다.

반면 아마존을 반대하던 의원들은 자본주의 공룡 아마존을 무찔렀다고 기세등등했다. 코르테스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모든 게 가능하다. 오늘은 열심히 하루하루를 사는 모든 뉴요커와 그 이웃들이 아마존의 욕망과 노동자 착취, 세계에서 최고 부자의 권력에 패배를 안긴 날이다”라고 적었다.

 
[사진=트위터]

여론의 둘로 갈라져있다. 뉴욕이 이렇게 반(反)기업적 이미지를 보여서야 앞으로 어느 기업이 뉴욕으로 오고 싶겠냐는 비판이 적지 않다. 줄리 새뮤얼스 테크NYC 이사는 “뉴욕은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기술 허브 중 하나지만 앞으로도 이런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지 보장할 수 없다. 이 소식은 정말 슬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막대한 부를 끌어모으는 기업 공룡들이 지역과 사회에 기여할 생각은 않고 제 배 불리는 데에만 여념이 없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시애틀의 경우 아마존이 둥지를 튼 이후 도시 이미지와 전반적인 경제 사정이 개선됐으나 노숙자가 급증하는 등 부의 불평등이 심화되는 추세다. 시애틀 당국이 노숙자 문제 대응을 위해 아마존에 신규 과세를 제안했지만 아마존은 계획 중이던 개발 프로젝트를 철회하겠다고 협박하면서 당국의 제안을 물리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시와 기업이 함께 발전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책임 의식이 높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워싱턴대학교의 매거릿 오마라 교수는 “아마존 본사가 들어서는 것은 기술 인재들에게 반가운 소식일 수 있지만 모두가 그렇게 느끼지는 않는다. 지속가능한 지역 공동체 발전을 위해서는 적절한 지원과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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