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기업 디폴트 도미노에…" 회사채 리스크 전수조사 나선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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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인선 기자
입력 2019-02-14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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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개위, 업종·지역별 회사채 발행 현황 등 조사 돌입

  • 디레버리징 기조 속 대형 민영기업 잇단 디폴트

  • 국유기업 대금 미결제로 민영기업 자금난 겪기도

중국 회사채 디폴트 위기 고조. 


최근 연이은 중국기업들의 디폴트(채무 불이행) 사태 속 중국 당국이 회사채 시장 리스크 조사에 돌입했다.  지난해 사상 최대 디폴트가 발생한 중국 채권시장에 올해도 기업들, 특히 대형 민영기업 디폴트가 잇따르자 중국 지도부가 리스크 예방 차원에서 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는 13일 올해 회사채 시장 원리금 상환 리스크에 대한 전수 조사를 실시한다는 내용의 통지를 발표했다고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구체적으로 회사채 발행 현황, 연도별 원리금 상환액은 물론 업종·지역별 회사채 발행 기업 분포 현황 등을 조사한다.

또 회사채 발행으로 조달한 자금이 어떤 사업에 투입됐는지, 해당 사업은 제대로 진척되고 있는지 등도 조사 내역에 포함된다. 자산을 담보로 발행한 채권에 대한 추적조사 등도 진행할 예정이다.

이밖에 회사채 원리금 상환 리스크 등에 대한 전수 조사를 벌여 상환 리스크가 존재한다고 보여지는 경우 사전에 미리 대응방안을 만들어 리스크를 해소한다는 계획이다.

발개위는 이번 조사가 "회사채 시장에서 중대한 리스크가 발발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최근 들어 무역전쟁, 디레버리징(부채감축)으로 경기둔화가 심화된 가운데 잇달아 대형 민영기업들의 디폴트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움직임이다.  

중국경제망에 따르면 중국 자산규모 3000억 위안의 최대 민간투자회사 중국민성투자(中國民生投資, 이하 민성투자)가 발행한 3년 만기 채권이 원리금을 30억 위안을 상환하지 못해 2월 1일로 상환일을 늦췄지만 제때 갚지 못했다. 민성투자가 원리금을 상환했다는 소식은 지난 12일에야 중국 21세기경제보를 통해 전해졌다. 민성투자가 비록 한 고비 넘기긴 했지만 시장은 민성투자가 발행한 채권 중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액수만 100억 위안에 달한다며 민성투자의 채권 상환 능력에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중국 또 다른 민영 석탄기업 융타이(永泰)에너지도 이달 6일 상환해야 할 채권 원리금 38억 위안어치를 지불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중국 제일재경일보는 보도했다. 현재까지 융타이에너지가 발행한 채권 중 디폴트가 발생한 것만 모두 14개로, 총 액수는 188억 위안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앞서 언급한 기업은 각 업계에 내로라하는 민영기업이다. 그만큼 중국 민영기업들이 최근 경기 둔화 속에서 얼마나 심각한 자금난을 겪고 있는 지를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최근 들어 중국 정부가 잇달아 지급준비율을 인하하고 은행권에 민영기업에 대한 대출을 독려하며 민영기업을 지원한다고 약속했지만 디레버리지 기조로 시중에 돈줄이 말라 중소기업들은 여전히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국유기업과 함께 민관협력(PPP) 사업을 진행해 온 민영기업들은 국유기업이 제때 대금을 결제해주지 않아 자금난에 빠지는 경우도 있다. 중국 민간 대형 조경업체인 둥팡위안린(東方園林)이 대표적이다.

증권시보에 따르면 지난 12일 둥팡위안린이 만기가 도래한 채권 원리금 5억3000만 위안을 상환하지 못했다는 소식이 상하이거래소를 통해 전해졌다. 바로 다음 날 둥팡위안린이 공시를 통해 이는 재무책임자의 조작 실수로 빚어진 '해프닝'으로, 이미 원리금을 상환했다고 밝히긴 했다. 하지만 중국 현지 언론들은 사실은 둥팡위안린이 원리금을 제때 상환하지 못한 게 지방정부가 대금을 제때 지불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사실 둥팡위안린은 2016, 2017년 전년 대비 순익 증가율이 각각 115%, 68%로 겉으로 보기엔 건실한 기업처럼 보인다. 지난해 순익도 원래는 전년보다 0~30% 증가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런데 최근 갑자기 0~25% 감소할 것이라며 예상치를 낮췄다. 

게다가 이달 초에만 둥팡위안린은 채무 상환과 유동성 보충을 위해 7억8000만 위안어치 채권을 발행했다. 올 들어 둥팡위안린이 발행한 채권 규모만 23억 위안어치에 달한다.

이는 둥팡위안린이 지방 국유기업과 PPP를 진행하면서 대규모로 사업을 수주했는데, 국유기업이 대금을 제대 지불하지 않으면서 현금 유동성이 악화됐고, 결국 원리금을 제때 상환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9월말까지 둥팡위안린이 보유한 매출채권만 100억 위안으로, 전년 동비 58% 증가했다. 매출채권은 둥팡위안린 순자산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자료=시장조사업체 윈드사]


한편 중국의 채권 디폴트는 지난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국 시장조사업체 윈드사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채권시장에서 디폴트가 발생한 채권은 모두 123개로, 총 액수는 사상 최고치인 1198억5100만 위안에 달했다. 이는 지난 2014~2017년 발생한 채권 디폴트 건수를 모두 합친 것보다도 훨씬 많은 수준이다.  특히 디폴트에 빠진 기업의 90% 이상이 민영기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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