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엔터프라이즈] '대격돌' 공유오피스...테헤란 넘어 강북까지·대기업도 가세 “판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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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혜 기자
입력 2019-02-14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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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품이냐 혁신이냐…엇갈리는 시선

[사진=아주경제DB]



"끝 또한 창대할 것인가."

눈부신 성장을 이룬 공유오피스 시장을 바라보는 눈빛은 복잡하다. 기술혁신기업이냐 아니면 단순 임대업이냐는 근본을 따지는 논쟁부터, 부동산 시장의 호황이 끝나고 침체기에 들어서면 잔뜩 낀 거품이 곧바로 꺼질 것이라는 의구심도 많다.

우리나라 공유오피스 시장도 마찬가지다. 2015년 패스트파이브가 한국 최초로 서울 서초구에 공유오피스 문을 연 뒤 서울에서만 40여개 공유오피스 업체가 영업을 하고 있다. 대기업들은 '창대함'에 무게를 두는 듯 보인다. 한화생명, 현대카드 등 금융권은 물론이고 하이트진로, 롯데물산, 신세계인터내셔날 등 대기업들이 잇달아 공유오피스 시장 문을 두드리고 있다.

위워크(WEWORK), 패스트파이브, 르호봇 등 3개사가 선점한 공유오피스 시장에서 대격돌이 펼쳐지는 것이다. 스타트업이라는 제한된 파이를 나눠먹는 데서 나아가 대기업, 외국계 기업을 얼마만큼 유치할 수 있느냐에 생존이 걸렸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서비스 중심 오피스(Office As a Service, OAaS, OAS): 기존 오피스 공간에 사무기기. 회의실, 비서 등 콘셉트에 따라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오피스. [출처:이지스자산운용]


◆이보다 눈부실 수 없다 '테헤란밸리의 주역'
2015년 4월, 서울 서초구 남부터미널 인근에 패스트파이브 1호점이 열렸다. 300평 규모인 1호점은 15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자그마한 공간이었다. 이 작은 회사가 3년 만에 10개 이상 지점을 늘릴 것이라고는 그 당시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다.

우리나라 공유오피스 시장에서 가장 독보적인 곳은 세계 1위 위워크와 토종 업체 패스트파이브다. 이 두 개 사는 무서운 속도로 강남구 테헤란 일대에서 영토를 넓혔다. 서초구 강남역 사거리부터 강남구 삼성동 삼성교까지 이어지는 테헤란을 ‘테헤란밸리’로 탈바꿈시킨 주역이다.

얼마 전만 해도 스타트업들이 테헤란에 둥지를 튼다는 것은 상상조차 못할 일이었다. 하지만 공유오피스의 등장과 함께 상상은 현실이 됐다. 일반오피스와 달리 공유오피스는 일·월·연 단위로 계약할 수 있고, 계약금도 1~2개월 임대료 수준의 금액이면 가능해 초기 비용 부담도 적다. 일각에서 정부의 4차 산업혁명 지원책이 스타트업은 물론이고 공유오피스 시장의 성장세를 뒷받침할 주요인 중 하나로 꼽는 이유다.

악어와 악어새처럼 공유오피스와 스타트업은 공생했다. 스타트업 얼라이언스에 따르면, 벤처캐피털로부터 시리즈A(10억원 이상)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은 2015년 10월 76개사에서 2018년 6월 387개사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공유오피스는 2015년 1월 2개사에서 2018년 51개사로 급격하게 늘었다.
 

연도별 공유업체 증가 추이(개) [출처:코람코자산신탁 ]



◆테헤란 넘어 강북까지·대기업도 경쟁 가세··· “판 커진다”
공유오피스 시장의 성장은 위워크, 패스트파이브, 르호봇 등 상위 3개사가 끌어왔다. 그러나 막대한 자금력과 계열사 간 협업으로 무장한 대기업들이 공유오피스 시장에 속속 진출하며 판도 변화를 예고하고 나섰다. 현대카드가 2017년 강남에 스튜디오블랙을 오픈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에 한화생명이 드림플러스, LG그룹의 부동산 관리 자회사인 서브원이 플래그원을, 아주그룹이 스파크플러스, 롯데그룹이 워크플렉스 등을 각각 선보였다. 최근에는 하이트진로와 벤처캐피털 더벤처스가 서초에 공유오피스 ‘뉴블록’을 공식 오픈했다. 이 외에도 태평양물산, 신세계인터내셔널 등도 진출했다.
 

업체별 순위(총면적 기준:㎡) [출처: 코람코 ]


시장에서는 대기업의 진출이 공유오피스 시장의 판도를 뒤엎을 수 있을지 주목한다. 그간 신규 업체들이 우후죽순으로 진입했지만 위워크, 패스트파이브, 르호봇 등 상위 3개사의 공급면적이 81%(지난해 3분기 기준)에 달할 정도로 선두 업체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었다. 코람코자산신탁에 따르면 공급업체별 보유 지점 수는 1개 지점만을 보유한 업체가 37개사(65%)로 대다수며 10개 이상의 지점을 보유한 업체는 위워크, 패스트파이브, 르호봇, 리저스, 토즈, 마이파트너스, 이든비즈 등 7개사(12%)뿐이다.

기존 대형 업체들은 그간 쌓아온 브랜드 네이밍과 영업 노하우를 바탕으로 집토끼인 강남을 벗어나 종로 등 중심업무지구로 진출하는 등 영토 확장에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위워크는 강남 권역 7개 지점을 비롯해 도심권 4개, 여의도 1개 등 13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오는 4월에는 강남 업무 지구 내에서 테헤란로를 벗어난 첫째 지점인 ‘위워크 디자이너 클럽’을 오픈한다. 청담동 디자이너클럽빌딩에 들어서는 해당 지점은 패션과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타깃으로 한다.

패스트파이브도 지난해 홍대입구역과 성수역 근처에 지점을 내며 강북권 진출을 시작했다. 또 지난해 12월에는 을지로역 인근 패스트파이브 타워에 16번째 지점을 오픈하며 중심업무지구 진출의 본격적인 서막을 알렸다.

영토확장은 수치로도 명확하게 드러난다. 젠스타에 따르면 2015~2017년에는 강남권역을 중심으로 공유오피스 점유면적이 증가했으나 2018년에는 중심권역에서 급격히 증가했다. 지난해 2분기 기준으로 강남권역 공유오피스 점유면적 비중은 1.2%로 2016년 대비 0.6% 포인트 증가했으나, 중심권역은 같은 기간 0.2%에서 1.1%로 무려 0.9% 포인트 늘었다.

◆거품이냐 혁신이냐··· 엇갈리는 시선
공유오피스의 빠른 성장세가 ‘거품’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최근 소프트뱅크그룹이 위워크에 투자하기로 약속한 160억 달러(약 17조9000억원)에서 대폭 줄인 60억 달러(약 6조6000억원)를 투자한 사실을 두고 시끌벅적했던 이유다. 다수 외신은 공동투자자인 중동의 국부펀드가 '공유오피스는 기술기업보다는 부동산 임대업에 가깝다'는 이유를 들며 과도하게 평가된 위워크의 기업 가치를 문제 삼았다고 보도했다.

공유오피스는 건물주와 저렴한 가격에 장기 임대계약을 맺은 뒤 이를 개인이나 소규모 기업체에 단기간 임대한다. 때문에 경기침체로 대규모 공실이 발생할 경우 막대한 손실을 입을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대기업들의 진출에 따른 공급과잉과 함께 공유오피스 수요층 대부분이 벤처기업이나 1인 기업인 점에 비춰 경기둔화에 취약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3.1%가 공유오피스에 입주한 지 1년 미만이었으며, 입주한 스타트업의 규모는 10명 미만인 경우가 70.5%로 가장 많았다.

 

오피스시장 공실률이 높을수록 공유오피스 점유율 확장 속도가 빠르다. [출처: 젠스타 ]


반면,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는 아직 공유오피스가 활성화되지 않은 점에 비춰 가파른 성장세를 전망하기도 한다. 아시아 주요도시를 보면 오피스시장 공실률이 높을수록 공유오피스의 확장 속도가 빠르다. 대표적으로 아시아 주요 도시 중 2017년 말 기준 공실률이 가장 높게 나타난 상하이(13.9%)는 절대적인 공유오피스 점유 면적 비중도 타도시에 비해 높고, 2016년 대비 증가폭(5.8%→8.05)도 가장 크게 나타났다.

젠스타 차화연 선임연구원은 “서울은 아시아 주요 도시에 비해 비교적 높은 공실률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데도 아직 공유오피스 점유비중은 낮은 편”이라며 “국내 공유오피스 시장 규모는 미미한 수준이며, 당분간 성장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전망했다. 이어 “최근 일부 대기업을 포함한 다수의 신규 업체들이 공유오피스 시장에 진입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2020년에는 3000억원 수준으로 시장규모 확대가 예상돼 2018~2020년 3년간 연평균 96%의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프리랜서, 1인 창조기업, 스타트업 등에서 대기업과 다국적기업으로 임차인을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해외 대기업 등은 빌리는 면적도 넓고 입주기간도 확실할 뿐만 아니라 경기침체 등의 영향을 덜 받아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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