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농어촌]쌀 대신 주식 자리 꿰찬 돼지…대부분의 종자가 수입산인거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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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상철 기자
입력 2019-01-08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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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농촌진흥청, 국내 종자 주권화 확립…토종‧씨돼지 개발 성공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한국형 씨돼지 축진듀록.[사진 = 농촌진흥청 제공]


2017년 양돈 생산액은 7조3000억원으로 쌀 생산액인 6조9000억원을 제치고, 농업생산액 1위에 올랐다. 쌀이 다른 농축산에 1위 자리를 내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양돈은 우리나라 가축생산의 절반 수준인 47.7%, 전체 농업 생산액의 15.2%를 차지할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관련 산업뿐 아니라 한국인의 식생활에 밀접한 관련이 있다.

치맥 열풍 등으로 닭고기 소비가 급증해도 돼지고기 소비량의 절반 수준에 불과할 정도다. 돼지가 한국인의 주식(主食) 자리를 넘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먹고 자란 돼지라 할지라도 그 ‘씨’가 한국 토종이라 말할 수는 없다. 현재 거의 대부분의 돼지 종돈(씨돼지)은 외국 수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농촌진흥청은 국내 종자 주권화를 위해 한국형 씨수퇘지 개발에 나서 4개 품종을 복원‧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국내 종자 주권화 ‘우리돼지’ 만들다

식육편람에 따르면, 2015년 국내 1인당 돼지고기 소비량은 22.8㎏으로 쇠고기(10.9㎏)와 닭고기(13.4㎏)의 두배 수준이다. 돼지고기 소비는 5년 만에 3.6㎏이 늘었다.

국내에서 돼지고기 소비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현재 국내산 종돈의 부재로 양돈산업의 종돈은 외국수입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수입종돈 두수는 2010~2011년 최악의 구제역 사태를 겪은 이후, 1만6000여두까지 급증했다. 수입종돈의 평균 수입가격은 300만원 정도. 이 중 수입종돈에 붙는 로열티는 3분의 1인 평균 100만원 선이다. 종돈업계는 2~3년 주기로 종돈을 수입하고 있다.

유럽 등 일부 양돈 선진국의 경우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 수입종돈뿐만 아니라, 수입종돈에서 생산된 후대(손)까지 로열티 지불을 요구하는 실정이다.

농진청 관계자는 “국내 소비자 선호도를 고려한 신품종을 개발해 외화유출을 막고, 국내 종자 주권화를 확립할 필요가 있다”며 “고품질 규격돈 생산을 위한 고능력 계통돈 개발은 물론, 재래돼지 복원에 의한 국내 유전자원을 확보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농진청은 토종돼지 복원부터 한국형 씨돼지, 육질이 뛰어나 우리 입맛에 맞는 흑돼지 등 신품종 개발에 나섰다.

농진청은 20년에 걸쳐 사라질 위기에 놓인 우리나라 토종돼지 복원사업을 펼쳐 ‘축진참돈’을 세상에 내놓았다.

한국형 씨돼지 ‘축진듀록’은 10년, 제주흑돼지를 활용해 개발한 ‘난축맛돈’은 8년의 연구 끝에 개발에 성공했다. 이들 품종은 유엔식량농업기구(FAO) 가축유전자원정보시스템에 우리나라 품종으로 등록됐다.

농촌진흥청이 제주흑돼지를 활용해 개발한 ‘난축맛돈’[사진 = 농촌진흥청 제공]


◆ 국내 토종돼지 복원하고 씨돼지 만들어…유전자 확보‧최고등급 고기 생산

‘축진참돈’은 사라질 위기에 놓인 우리 고유의 재래돼지를 지키기 위해 1988년부터 20년에 걸친 복원사업을 통해 탄생했다. ‘축산업을 진흥하는 진정한 돼지’라는 뜻이다.

‘축진참돈’은 문헌 속 재래돼지처럼 ‘털은 검고 머리는 길고 뾰족하며, 이마에는 산모양의 주름이 있고, 코가 길고 곧으며, 귀는 앞쪽을 향한’ 모습이다.

농진청 관계자는 “재래돼지의 복원은 품질 좋은 돼지고기를 생산하기 위한 유전자원 확보라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축진참돈’은 현재 4개 기관에 600여 마리를 보존 중이다.

‘축진듀록’은 1998년 미국과 캐나다의 씨돼지를 들여와 10년에 걸쳐 우리나라 환경에 맞춰 개량한 품종이다. ‘축산업을 진흥하는 듀록’ 품종이라는 뜻을 담은 이름은 2009년 상표등록 상표권 등록을 마쳤다.

‘축진듀록’은 돼지우수인공수정센터기준의 규격 돼지 합격률이 70% 이상으로 뛰어나며, 1+(일플러스) 등급의 육질을 생산하는 비율은 38%에 이른다.

농진청 관계자는 “수입 의존도가 높은 아비 씨돼지의 국산화를 이끌 품종으로 주목받고 있다”며 “전국 우수돼지인공수정센터와 경기도축산진흥센터, 충남축산기술연구소 등에 해마다 100마리가량 보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 육즙 풍부한 ‘우리흑돈’-제주흑돼지를 활용해 개발한 ‘난축맛돈’

‘우리흑돈’은 고기 맛이 좋은 ‘축진참돈’과 성장이 뛰어난 ‘축진듀록’을 교배했다. 재래돼지보다 잘 자라며, 고기 색이 붉고 육즙이 풍부한 것이 장점이다.

‘우리흑돈’은 해마다 양돈 농가에 기술 이전으로 100여 마리를 보급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전국 단위 고기 유통망과 씨돼지 농장을 갖춘 생산자 단체와 업체에도 보급을 늘려갈 계획이다.

‘난축맛돈’은 제주흑돼지와 개량종인 랜드레이스를 교배해 맛과 성장 등 경제 형질도 높인 품종으로 2005년부터 8년간의 연구 끝에 개발했다.

국내 구이문화에 적합하도록 전체부위 구이용 흑돼지가 바로 ‘난축맛돈’이다. 국내에서 생육 자체를 특허등록한 것은 ‘난축맛돈’이 처음이다.

특히 최신 유전체 기법을 이용해 제주흑돼지의 맛 관련 형질과 털의 색을 조절하는 핵심 유전자를 고정했다.

농진청에 따르면 돼지고기 맛을 결정하는 핵심유전자(돼지 12번 염색체)를 개발하고, 육질유전자를 고정하면 일반 돼지와 비교해 400%이상 육질을 향상하는 등 산업적 적용시스템을 구축했다.

또 흑모색을 결정하는 핵심유전자를 고정하는 방법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특허등록을 완료했다.

맛에 영향을 주는 근내지방도(결지방)는 일반 돼지보다 3배 이상 높아 소비자 맛 평가에서 좋은 결과를 보였다. 지금까지 생산자 단체와 농가 등에 씨돼지 285마리를 보급했다.

문홍길 농진청 국립축산과학원 양돈과장은 “양돈산업의 경쟁력 확보로 이어질 수 있도록 올 한 해도 더욱 열심히 연구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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