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산책] ​리걸테크 히트상품, 디지털포렌식이 '스모킹건'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나혼자법률 안진우 변호사
입력 2019-01-03 11:13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안진우 변호사의 '지금은 리걸테크(legaltech) 시대' ③

“잡히면 ‘폰’부터 던진다”는 말이 있다. 실제 보이스피싱 조직을 잡는 경찰의 영상이 한 언론을 통해 공개되었다. 해당 영상에서 조직원은 잡히기 직전 스마트폰을 던진다. 또한 정치권의 이슈로 오랜 시간 포털 및 뉴스를 장악했던 트위터 아이디 ‘혜경궁 김씨’를 쓰는 사람이 누구인지 수사하는 검찰은 휴대전화 확보를 위해 압수수색까지 벌이기도 했다. 피의자인 사람을 불러서 조사하는 것보다 휴대전화 압수에 더욱 관심이 많은 이유는 위치 정보와 메신저 대화 내용까지 볼 수 있는데다 연결된 서버까지 확인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대인의 필수 휴대전화에는 사생활이 고스란이 담겨있고, 이는 대형사건의 스모킹건이 되기도 한다. 디지털포렌식이 없었다면 휴대전화의 확보도 큰 의미는 없을 것이다. 원래 포렌식은 법의학 용어로 범죄에 대한 증거를 확정하기 위한 과학적 수사를 일컫는 말이다. 최근에는 디지털 기기 사용이 늘어나면서 이에 대한 범죄 증거 확보가 중요해져 `디지털 포렌식'이란 용어로 확대됐다. 디지털포렌식은 통화기록, 이메일 접속기록 등 각종 디지털 데이터의 정보를 수집·분석하여 범행과 관련된 증거를 확보하는 수사기법을 말한다. 현대인들은 생활 속에서 디지털 기기와 항상 접해 있어 개인에 대한 상당한 범위의 기록을 디지털 정보로 남기고 있고, 이러한 행적을 숨기기 위해 은폐·삭제한 자료도 디지털 기술을 통해 복원이 가능해지면서 디지털포렌식은 범죄수사에 널리 활용되고 있다.

개소 10주년을 맞은 대검찰청 국가디지털포렌식센터(NDFC:National Digital Forensic Center)는 정밀 분석 장비를 통해 마약·유전자·위조문서·영상 등의 증거물 감정·감식을 통해 사건 해결을 돕고 있다. 헌정 사상 초유 '비선실세 국정농단' 사건의 결정적 증거가 됐던 태블릿 PC의 삭제된 문서를 복원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도 NDFC였다.

디지털포렌식 조사를 통해 완벽히 삭제된 디지털 데이터라고 하더라도 그 흔적은 남아있기 때문에 복구를 할 수가 있다. 디지털포렌식에 관한 리걸테크가 법률 시장에서 가장 필요한 이유는 최근 중요한 정보들은 디지털화 되어 저장되기 때문이다. 이미지, 동영상, 음성 파일 등의 자료는 기업 내 서버, 클라우드 저장소나 개인용 PC, 스마트폰, 태블릿 PC와 같은 여러 디바이스에 보관되고 있다. 그 가운데 기업에서 이메일은 비즈니스 기록으로서 이메일 데이터가 매년 25~30%씩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기업 소송의 75% 이상에서 이메일 데이터를 중요 증거로 활용하고 있다.

이메일 뿐만 아니라 채팅 솔루션도 중요한 디지털 증거가 된다. 디지털 디바이스를 통해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의 SNS와 카카오톡, 라인과 같은 채팅 솔루션에 꾸준히 노출되고 있는 시대에서 모든 사람은 자신의 행동 흔적을 디지털 데이터로 남기고 있다.

한 정치인이 “사고를 치면 인생 기록이 다 들어 있는 전화기를 빼앗기면 안 된다”고 한 발언에 관심이 쏠리는 것처럼 휴대전화에서 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하는 디지털포렌식(forensic)이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 짐작할 수 있다.

최근 연구원 인건비를 과다 청구하거나 전용카드를 허위로 결제한 뒤 현금을 되돌려 받는 이른바 '사비입금' 관행을 이용하는 수법으로 5년 동안 39억 원을 빼돌린 국립대 교수와 회계사무직원이 경찰에 적발됐다. 해당 대학으로부터 고소장을 접수한 경찰은 피의자들의 휴대전화 디지털 포렌식 결과와 지난 5년간 기록된 회계 자료, 금융거래계좌 내역 등을 분석해 이들을 차례로 검거했다.

증거는 휴대전화에만 남는 것이 아니다. IoT의 시대에는 세탁기, 에어컨, 조명 등의 가전제품에서부터 GPS 기능이 있는 무선기기와 CCTV, 공장의 작업용 로봇에 이르기까지 인터넷을 통해 제어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사물인터넷(IoT:Internet of Things)에도 남게 된다. IoT 기술이 적용된 가전제품이나 작업용 로봇에는 모두 원격조종에 의한 작동 데이터, 센서 반응에 의한 작동 데이터 등의 이력이 남게 되고 이러한 정보들은 기기에 연결된 인터넷을 통해 기록된다. 이와 같이 IoT의 편의성과 효율성에 상응하여 이용자의 모든 행동 이력이 남게 됨에 따라 IoT는 증거 자료의 보고가 되고 있다.

일상생활에서 사용된 기기에 저장되는 정보는 수많은 파편으로 분산되어 있으나, IoT를 통해 수집·저장된 데이터 이력은 하나의 온전한 데이터로 결합되어 의미있는 증거로써 기능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중요한 증거가 삭제·유실된 경우에도 IoT를 통해 저장된 데이터 파편 중 남아있는 데이터 흔적에 대하여 디지털포렌식 조사를 거쳐 온전한 증거를 복구해낼 수 있게 되어 증거 자료 확보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되고 있다. 4차산업혁명의 핵심 기술로써 방대한 양의 정보를 쏟아내는 IoT와 온전한 정보의 수집·관리를 위한 디지털포렌식 기술의 결합은 당연하게 여겨진다.

리걸테크의 디지털포렌식은 수사기관의 업무를 줄여주는 것은 물론 진실을 가장 빠르고 정확하게 밝혀 줄 것이다.
 

[사진=안진우 변호사 제공]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