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는 안 오르고 부작용은 늘고”...일본은행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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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세미 기자
입력 2018-12-26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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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규모 통화부양책 장기화에 따른 부작용 우려 커져..."2% 물가상승률 목표 버려야" 주장도

[사진=AP·연합뉴스]


일본은행(BOJ)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물가상승률 2% 달성을 목표로 5년 넘게 대규모 통화부양책을 이어오고 있지만, 목표 달성이 여전히 요원하기 때문이다. 초저금리 장기화에 따른 수익 악화로 시중은행들의 대출 기능 마비 우려까지 나온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아직 통화부양책을 접는 출구전략을 고려할 때가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일각에서는 일본은행이 더 이상 2% 물가 목표에 연연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구로다 총재는 지난 20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대규모 금융완화(통화완화) 정책을 동결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물가상승률 2%를 달성하는 것은 여전히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와 유럽중앙은행(ECB)의 긴축 기조에도 흔들림없이 부양책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을 시사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일본의 11월 근원 소비자물가상승률(신선식품 제외)은 전년대비 0.9%로 목표치의 절반에도 미달했다. 경제성장률은 3분기(7~9월)에 –2.5%까지 곤두박질치면서 4년여래 최저치를 찍었다. 미·중 무역전쟁과 글로벌 경기 위축 속에서 내년에는 소비세 인상까지 앞두고 있다. 일본은행은 2020년까지 2% 물가상승률 달성이 어렵다는 점을 인정한 바 있다.

하지만 금융완화정책이 당초 계획보다 길어질 것이 확실해지면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초저금리로 인해 금융기관의 수익이 저하되면서 은행의 대출 기능까지 마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새 회계연도가 시작된 지난 4월 이후 지방은행 70%가 적자가 나 수익 감소를 보고했다. 수익을 내기 위해 은행들이 무리한 투자에 나서면서 금융시스템 리스크(위험)도 커지고 있다.

일본은행도 부작용을 주시하기 시작했다. 금융기관들의 동향을 살피는 금융기구국뿐 아니라 금융정책을 조정하는 기획국 모두 지난 10월 보고서를 통해 계속된 저금리가 금융 불안정성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구로다 총재도 지난달 금융경제간담회에서 “통화부양책으로 금융기관 수익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대처할 것”이라며 부작용을 언급하기 시작했다. 

외부에서는 일본은행이 더 이상 2%라는 물가상승률 목표에 매달려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최근 보도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기부양책인 ‘아베노믹스’ 설계에 참여했던 하마다 고이치 전 예일대 교수는 “물가 목표보다 중요한 것은 고용”이라며 “고용시장이 타이트하고 실물경제가 견고한 만큼 일본은행이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할 필요는 없다”고 주장했다. 구로다 총재의 전임자인 시라카와 마사키 전 총재는 최근 회고록을 통해 일본은행이 특정 물가상승률에 집착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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