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일가 겨냥한 성급한 규제, 항공업계 날개 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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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신 기자
입력 2018-11-2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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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나친 규제에 글로벌 경쟁력 약화 우려

[그래픽=아주경제]



최근 정부가 내놓은 ‘항공산업 제도 개선방안’을 두고 찬반 양론이 뜨겁다.

항공사들의 글로벌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선 안전 및 면허 관리 등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과 과도한 규제가 되레 항공사들의 날개를 꺾을 것이란 지적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항공사 규제만이 능사? 글로벌 경쟁력 위축 우려

국토교통부가 지난 14일 발표한 항공산업 제도 개선방안에는 △항공사 임원 자격 요건 △운수권 신규배분 제한 △독점 노선에 대한 관리 △노선별 운항의무기간 차등 설정 △항공사 안전관리체계 강화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국토부는 이번 개선안의 목적에 대해 “항공사의 안전 및 면허 관리 등을 강화해 국내 항공산업의 도약 계기를 마련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항공 등 관련 업계는 볼멘 소리를 내고 있다. 정부가 항공산업을 민간 중심으로 활성화하기보다 과도한 관리 기조로 끌고가 경쟁력을 훼손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외견상 항공업계의 경쟁력 강화를 내세우고 있지만, 속내는 물컵 갑질 사태를 이유로 항공업계 전반에 지나치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국토부는 이번 개선안에서 총수 일가를 포함한 항공사 임원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경우 일정기간 새 항공노선 배정을 신청하지 못하고 임원 재직도 금지하도록 했다.

그러나 정부의 지나친 시장 개입은 적잖은 부작용도 뒤따른다. 일례로 항공사 임원 개인이 업무와 직접적으로 연관되지 않은 범죄에 연루되더라도 기업 전체가 불이익을 입을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사회적 물의’라는 잣대는 상당히 주관적인 것"이라며 "경쟁사간 흑색비방 등으로 악용될 소지도 크다”고 우려했다.
항공사 임원 자격제한 강화 조치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국토부는 현재 항공 관련법 위반자에 대해서만 항공사 등기임원 재직을 제한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형법과 공정거래법, 조세범처벌법, 관세법을 위반해 벌금형을 받는 경우에도 임원 재직을 제한할 방침이다. 사실상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을 겨냥하는 것이다. 조 회장은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법안이 개정되면 조 회장이 ‘벌금형’만 받더라도 대한항공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나야 된다.

문제는 이같은 조항이 조 회장 뿐 아니라 우리나라 항공업계의 경영활동을 위축시키고 선의의 피해자를 양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경영활동 과정에서는 인지하지 못한 법 위반으로 벌금형 등을 받을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이번 개선안이 통과되면 경영에 소극적으로 임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짚었다.

운수권에 대한 과도한 간섭도 항공산업의 경쟁력을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대학 교수는 “만약 운수권을 회수하고 재배분 하는 일이 반복될 경우 그동안 유리했던 해외 공항의 슬롯을 다른 해외 항공사들에게 빼앗길 게 분명하다”며 “운수권을 갖고 항공사를 좌지우지 하려는 것은 글로벌 경쟁력을 갉아먹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규제 시행 전에 부작용 등 철저히 검토해야

업계 일각에선 허술한 관리로 항공법상 금지됐던 일부 국적 항공사들의 외국인 임원 재직을 걸러내지 못한 국토부가 자신의 귀책을 만회하기 위해 이같은 과잉 조항을 만든 것이라고 의심한다.

앞서 진에어의 외국인 등기이사 선임논란은 등기이사에 외국인 임원을 원천 차단하는 불합리한 규제 때문에 벌어진 사태다. 불필요한 규제 때문에 논란이 발생했는데 규제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또다시 불필요한 규제를 만드는 악순환이 벌어졌다는 얘기다.

업계 고위임원은 “규제를 사태 해결의 쉬운 방법으로 여기는 태도가 문제”라며 “한번 만들어진 규제는 부작용이 크더라도 없애기 어려운 만큼 철저히 검토해 정말 필요한 규제만을 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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