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 칼럼] 한국 경제, 오만과 편견에서 벗어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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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 전 KOTRA 베이징·상하이 관장
입력 2018-10-12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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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부잣집 도련님 같은 배부른 행동으로 험난한 대내외 파고 넘을 수 없다 -

김상철 전 KOTRA 베이징·상하이 관장

한국 경제 추락의 끝이 잘 보이지 않는다. 국제경제기구나 국내 싱크탱크 공히 금년과 내년의 성장률을 어둡게 전망하고 있다. 미국 경제가 확실하게 회복하기 시작하면서 경제 성장의 동력이 신흥국에서 선진국으로 넘어가고 있는 모양새다. 그 와중에 우리도 다른 신흥국처럼 위기의 도미노에 휩쓸리고 있다. 미국·일본·유럽 등 선진국 경제는 대체로 호조세를 보이는 반면 중국을 대표로 하는 신흥국 경제는 갈수록 피폐해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으로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이 더 큰 위기에 노출되어 있기도 하다. 미국 등 선진국 경제가 좋지 않던 시절 모두 중국을 쳐다보고 있었지만 이제 어떻게 중국을 외면할 것인가를 고민한다. 실제로 중국 경제가 많이 휘청거린다. 증시·위안화가 동반 급락하는 금융 부문의 위기가 빠르게 실물 부문으로 전이되고 있다. 미국과 더불어 글로벌 경제를 견인하는 다른 한 축인 중국의 후퇴가 이해당사자들의 촉각을 곤두세우게 한다.

작년부터 시작된 트럼프발(發) 글로벌 무역 충돌의 후유증이 서서히 표면화되는 기미가 보인다. 중국을 제외하고는 미국과 무역 분쟁 대상 국가들과의 갈등은 봉합되었다고 하지만 오히려 미국의 화력이 한 곳에만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지고 있다. 11월 초에 미국의 중간선거가 있기는 하지만 결과에 관계없이 트럼프 재임 기간 동안 중국에 대한 공세는 멈추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이 백기를 들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서 그렇다. 이는 단순한 무역 분쟁이 아니다. 패권은 둘이 아니고 오직 하나라는 미국 주류 세력의 인식에서 비롯되고 있다. 패권을 가진 자가 또 다른 패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역사적 경험이다. 지난 30년여 동안 부쩍 커버린 중국의 위상을 현 시점에서 꺾어놓지 않으면 미국에게 치명적인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는 위기감이 팽배해 있는 것이다. EU, 일본 등 동맹국들을 끌어들여 ‘반(反)중국’ 연합전선을 외형적으로 더 확대하는 조짐마저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내년도 세계 경제 상황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분출되고 있다. 지난 수년간 선진국 경제 호조로 순풍을 타던 글로벌 경제가 위축될 수 있다는 경고음이 계속 터져 나온다. 최근의 경제는 선진국 혹은 신흥국 일방의 독주는 매우 불충분하고 쌍방이 함께 손뼉을 쳐야 순조롭게 굴러가는 패턴으로 바뀌었다. 신흥국 경제가 이처럼 위기 일변도로 내몰리면 선진국 경제도 무사할 수 없다. 미국 경제가 잘 나가고 있다고 하지만 완벽한 부활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는 전문가들도 많다. 만약 미국 경제가 흔들리면 글로벌 경제는 걷잡을 수 없는 패닉에 빠질 수도 있다. 현명한 경제 주체들은 벌써 내년도 글로벌 경제의 블랙스완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각국 정부의 대응책이 더 기민해지고 있으며, 기업들은 다양한 시나리오 플래닝으로 위기에 대비한다. 한편으론 모두가 위기라고 인식하는 상황에서도 자기만의 기회를 찾아가는 대범함과 민첩함을 보이는 무리들도 있다.

소수가 아닌 모두가 잘살기 위해 지금의 허기를 추스르고 넘어가야 한다.

하지만 우리 내부를 들여다보면 답답해진다. 글로벌 상황은 시시각각으로 변하고 있는데 우리끼리 밥그릇 챙기기에 바쁘다. 가진 자는 더 가지려 하고, 가지지 못한 자는 더 수렁에 빠지고 있다. 제조업이 무너지기 시작하면서 지방 경제가 하나 둘 씩 허물어지기 시작한다. 중국 관광객 감소로 내수 시장은 좀처럼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소상공인들의 분노는 그칠 줄을 모른다. 국내에서는 더 이상 버틸 수 없다고 판단하는 기업들은 해외로 눈을 돌린다. 노동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다. 한국 경제의 현 상황을 보면 정말 위기다. 그 어디에도 성장 동력이 보이지 않는다. 대내외 환경을 보면 악재투성이 그 자체다. 기업의 경영환경은 말 그대로 시계제로다. 그런데 정부나 정치권의 위기 바로미터는 거의 제로 수준이다. 밖에 있는 경쟁자들은 모두 허리띠를 졸라매고 죽기 살기 식으로 덤벼드는데 우리는 마치 부잣집 도련님 같다. 때 아닌 소득주도성장을 한답시고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기업규제 강화 등 배부른 짓만 골라서 한다.

이런 오만과 편견에서 빨리 벗어나지 않으면 한국 경제가 벼랑 끝으로 치닫는 것을 막을 방도가 없다. 우리 경제가 이만큼 성장한 것도 항상 밖에 있는 경쟁자를 의식하면서 긴장을 늦추지 않은 결과물이다. 우리가 이렇게 빈둥빈둥하면 좋아하거나 반사이익을 보는 건 외부에 있는 경쟁자들이다. 더 이상 추락하지 않으려면 다시 추스르고 활력을 찾아야 한다. 위기 돌파에 대한 공감대 우리 경제의 젖줄인 대기업을 독려하고 더 움직이게 해야 한다. 벤처 생태계가 팽팽 돌아갈 수 있도록 풀 수 있는 규제는 다 풀고, 공무원은 더 뛰어야 한다. 지구촌 최고의 제조 환경, 벤처 생태계, 서비스산업 성장 플랫폼 등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일자리가 생겨나고 자영업자들도 다시 활개를 띨 수 있다. 우리의 도전은 계속되어야 하되, 시야를 좁은 국내에만 두지 말고 글로벌 시장을 향해야 한다. 소수의 기득권만이 아닌 모두가 살기 위해 지금의 허기를 참고 넘어가야 훗날 주머니에 소득을 채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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