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화재안전' 성숙한 시민 안전의식이 밑바탕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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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득균 기자
입력 2018-09-26 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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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영진 한국화재소방학회장

정영진 한국화재소방학회장
 

지난해 12월, 올해 1월 제천과 밀양에서 대형 화재참사가 연이어 발생하고 8개월이 지났다. 피해자 유족들이 입은 상처가 아물기에는 너무 짧은 것 같은 시간이지만, 그 짧은 시간 안에서도 이미 군산 유흥주점 화재와 세종 신축공사장 화재, 인천 남동공단 화재 등 소중한 생명을 앗아간 화재가 계속해서 발생하여 화재위험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잦아들지 않고 있다. 그러나 더 놀랍고 우려스러운 것은 이러한 화재를 조사한 결과 아직도 불법증축으로 인한 피난통로 폐쇄나 소방시설이 작동하지 않은 사실이 발견되었다는 것이다.

세월호 사고 이후 시민의 높아진 안전에 대한 인식과 국가의 책임 강화 요구에 올해 3월에는 안전권이 신설된 대통령 개헌안이 발표되었고, 밀양화재 직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청와대에 화재안전 특별대책 TF가 구성·운영되어 많은 제도개혁과 안전대책이 수립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국가의 안전에 대한 책임이 강화되는 가운데 우리 사회 시민 안전의식 실태는 어떠할까?

지난 7월 소방청에서는 수도권 소재 대형쇼핑몰·영화관 복합건축물의 비상구 등 피난·방화시설의 유지실태를 불시 점검하였는데, 점검대상인 10곳 중 9곳에서 피난통로 물건적치, 방화문 폐쇄·훼손, 소방시설 유지관리 불량 등 72건의 위반사항을 적발하였다. 이 중에는 방화문 앞 물건을 쌓아두고 있다가 불시점검을 나왔다고 통보하자 쌓아둔 물건을 감쪽같이 치운 대형 쇼핑몰도 있었다. 이렇게 피난방화시설을 부실하게 관리하고 있던 중 화재가 발생했을 것을 가정해본다면, 대형인명피해가 발생하는 제2의 제천·밀양화재에 대한 우려를 단순한 기우라고 치부하기 어려울 것이다.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을 규정한 헌법 제10조,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규정한 제34조제1항, 국가에 대해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의무를 규정한 헌법 제34조제6항에 따라 안전에 대한 국가의 책임은 당연히 강화되어야 하지만 비단 화재안전관리는 국가의 책임만이 아니며, 국가의 노력만으로는 이룰 수 없다. 국민들도 자기자신을 안전하게 지키고자 하는 능동적이고 긍정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하여 국가와 더불어 건축물의 관계인, 이용자가 화재안전관리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안전시설을 제대로 유지관리 할 때 비로소 화재로부터 국민을 지킬 수 있는 것이다. 밀양화재 직후, 올해 소방청은 대통령의 다중이용시설 등에 대한 근본적 화재안전대책 마련 지시에 따라 17만2천개동의 건축물의 화재위험을 종합적으로 조사하는 화재안전특별조사를 대대적으로 실시하고 있으며, 내년에는 38만2천개동으로 조사대상을 늘릴 예정으로, 안정적인 조사 진행을 지원하기 위해 최근, 내년도 정부예산안으로 331억 원이 편성되었다.

이러한 화재안전특별조사를 통해 자칫 대형화재로 확대될 수 있는 화재위험을 사전에 제거하고, 조사결과를 DB화하여 화재현장에 출동한 소방대원이 인명구조 및 화재진압에 활용한다면 화재로 인해 소중한 생명을 잃는 안타까운 상황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화재참사는 그 동안 안전에 대한 투자를 비용으로 치부하고, 관행으로 여겨온 전형적인 안전불감증 행위의 결과이며, 쉼 없이 달려온 경제성장과 눈부신 산업발달의 한 켠에 드리워진 우리사회의 그늘일 것이다. 이러한 우리사회에 드리워진 화재위험을 사전에 제거하기 위해서는 화재안전특별조사에 대한 시민의 협조가 필수적이며, 안전에 대한 인식만큼이나 성숙된 시민 안전의식은 지금보다 더 밝고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데 밑거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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