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카지아니스 "미국과 북한 모두 종전선언 외 선택지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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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숙 기자
입력 2018-09-20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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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간선거 전 美·北 모두 성과 내야할 절박한 이유 있어

  • 트럼프 패배 등 미 정치 상황급변은 한반도에 불리할 것

  • 전쟁 문턱에서 돌아서 지금의 결과를 낸 것은 기적 같아

해리 카지아니스 미국 국가이익센터 국방안보분야 담당국장이 20일 동대문디지인플라자(DDP)에서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아주경제 남궁진웅 기자 ]


해리 카지아니스는 닉슨 전 대통령이 설립한 국가이익센터(Center for the National Interest)의 국방안보분야 담당 국장이다. 과거 헤리티지 재단 및 미국국제전략연구소(CSIS) 등의 싱크 탱크에서 방문 연구원으로도 활동한 바 있는 외교관계 전문가다. 이번 3차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한국을 찾은 카지아니스 연구원을 아주경제가 만나 이번 정상회담에 대한 성과와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 물었다. 

Q. 이번 정상회담의 가장 큰 성과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A. 2018년 9월 상황은 기적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대륙간 탄도미사일 시험발사가 있었고, 북한의 핵실험까지 이어졌다. 얼마 전 발간된 밥 우드워드의 책 '공포(FEAR)'를 통해 알고 있겠지만, 한반도는 정말 전쟁 발발의 코앞까지 갔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이 이제 평양시민들 앞에서 연설을 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모든 정치인들이 피하고자 하는 힘든 상황에서 이 같은 성과를 만들어낸 것은 굉장히 높게 평가받아야 한다. 

Q. 북한이 영변 핵실험장 폐기를 언급하면서, 미국이 상응하는 조치를 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는데 이것은 종전선언이 될 것으로 보고 있나? 미국 내에서 반발도 있을 것으로 보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대안으로 북한과 협상에 나설 가능성은 없나? 예를 들면 경제제재 완화도 방법이 될 수 있을 텐데. 

A. 내 생각엔 종전선언말고는 대안이 없다고 본다. 북한이 가장 원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경제제재 완화와 북미관계 개선의 가장 기반이 되는 것이 종전선언이다. 그리고 북한의 김정은은 우선 종전선언이라는 가장 큰 결과물을 얻어야 국내에서 인민에게 자신의 성과를 과시할 수 있으며 그 이후라야 비핵화를 위한 양보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종전선언은 필요하다. 지금 미국 국내 상황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안 좋게 돌아가고 있다. 지지율도 낮아지고 있으며, 대통령이 지명한 대법관이 성폭력 의혹에 휩싸이면서 상황이 불리해졌다. 중간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트럼프는 승리할 곳이 필요하다. 북한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때문에 종전선언을 하고 "내가 한국전쟁을 끝냈다"고 선언하면서 미디어의 헤드라인들을 바꾸려고 노력할 것이다. 이 같은 시도가 중간선거의 판도를 얼마나 바꿀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지만, 적어도 트럼프 대통령을 불리한 상황에서 벗어나게 할 수는 있다. 
 
Q. 북한의 이번 조치가 부족하다는 전문가들도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A. 북한의 핵프로그램에 대해 과거에 국제사회가 얼마나 염려했는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 당시에 북한의 행보는 너무나 불확실했으며, 많은 이들이 두려움에 떨었다. 냉전의 시대도 그렇고 모든 일은 한번에 해결되지 않는다. 수많은 회담과 대화를 통해서 서서히 이루어지는 것이다. 일단은 정기적인 대화 같은 것을 통해서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지루할지 몰라도 그게 바로 외교의 길이다. 

Q.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2021년까지 비핵화 시간표를 제시했는데, 이게 가능하다고 보는가? 

A. 이것은 김 위원장이 특사단에게 언급했던 내용을 다시 한번 강조하면서, 북한의 실천을 촉구하려는 내용으로 보인다. 솔직히 말해서 지금 우리는 북한의 핵 프로그램 규모에 대해서 정확히 파악하지도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어느 시점까지 완벽한 비핵화를 이룬다고 단언하기는 힘들다.  

Q. 미국 중간선거 결과가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전망해줄 수 있나?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이긴다면 트럼프 대통령 탄핵을 하려고 들 것이다. 미국의 정치 시스템 내에서는 가능한 일이다. 그렇게 되면 상황은 김정은 위원장에게 불리하게 돌아갈 수 있다. 다시 강경한 대북정책을 취하는 정부가 들어설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탄핵을 당하지 않더라도 트럼프는 선거에서 질 경우 국면전환을 위해 과거 '화염과 분노'의 시대로 돌아가거나, 아예 북한 문제에서 손을 뗄 수도 있다. 어떤 상황이든지 한반도에는 안 좋다. 

때문에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움직일 것으로 보이는 향후 몇주가 한반도에는 매우 중요한 시기다. 

Q. 한반도 비핵화 국면에서 중국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했는데 이 부분에 대해 좀더 자세히 설명해 달라.

A.  미국은 중국을 굉장한 위협으로 보고 있다.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전쟁 등으로 중국을 심하게 압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가지고 있는 카드는 많지 않다. 중국이 미국에 수출하는 양이 미국의 대중수출량과는 비교가 안 되게 많기 때문이다. 보복관세도 한계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북한으로 미국을 압박하려 들 것이다. 북한과의 교류를 늘리면서 미국의 '최대압박' 전략을 약화시키는 것이다. 실제로 그런 징후들이 최근에 많이 보이고 있다. 

트럼프는 중국이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이용하기 전에 빨리 움직여야 한다. 아직은 미국이 북한과의 협상에서 중국에 비해 큰 목소리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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