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JU★종합] 조승우X지성 '명당', 조선시대→현재로 이어지는 '땅'의 굴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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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희 기자
입력 2018-09-11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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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명당' 메인 포스터]

영화 '관상', '궁합'을 잇는 역학 3부작의 완결판. 배우 조승우, 지성 주연의 영화 '명당'이 베일을 벗었다.

1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메가박스 코엑스점에서는 영화 ‘명당’(감독 박희곤·제작 ㈜주피터필름·배급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의 언론시사회가 진행됐다. 이날 기자간담회에는 박희곤 감독을 비롯해 배우 조승우, 지성, 김성균, 문채원, 유재명, 백윤식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영화는 땅의 기운을 점쳐 인간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천재 지관 ‘박재상’(조승우 분)과 왕이 될 수 있는 천하명당을 차지하려는 이들의 대립과 욕망을 그리고 있다. ‘퍼펙트 게임’, ‘인사동 스캔들’을 통해 세심한 연출력을 인정받은 박희곤 감독과 ‘사도’, ‘관상’, ‘왕의 남자’ 등 내로라하는 명품 사극 제작진들이 함께해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이번 작품에서 조승우는 천재 지관 ‘박재상’ 역을, 지성은 몰락한 왕 ‘흥선’ 역을 맡았다. 여기에 세도가 ‘김좌근’ 역의 백윤식과 야망가 ‘김병기’ 역의 김성균, 베일에 싸인 기생 ‘초선’ 역의 문채원, 타고난 장사꾼 ‘구용식’ 역의 유재명, 권력을 빼앗긴 왕 ‘헌종’을 연기한 이원근이 각기 다른 존재감으로 폭발적인 연기 시너지를 냈다.

박희곤 감독은 “‘명당’은 풍수지리와 관련된 작품이다. 아시다시피 ‘관상’, ‘궁합’을 잇는 역학 3부작이지만 전작들과는 다른 결을 가지고 있다. ‘관상’과 ‘궁합’이 주인공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운명을 따라야 했다면 ‘명당’은 땅을 선택, 본인이 운명을 결정하는 이야기다. 그 부분에 가장 관심이 갔고 그 부분이 돋보이도록 만들었다”고 연출 포인트를 짚었다.

영화는 역사적 인물들을 앞세워 이야기를 펼쳐간다. 이는 영화적 재미를 더하는 요소이면서 동시에 그 자체로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양날의 검.

박 감독은 “우리가 알고 있는 흥선대원군은 나이가 들어 연로해진 인물”이라며, “흥선군의 젊은 시절과 격동기인 조선말, 효명세자 시절의 박재상이라는 인물을 잘 결합한다면 새로운 이야기가 탄생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며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하되 새로운 이야기를 완성하고자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과 허구를 잘 결합하는 것이 중요한 문제였다. 사실을 사실대로 보여줄 건지, 사실을 새롭게 가공할 건지 고민했고 각 인물에 맞춰 상황을 풀어나가려고 했다”고 거들었다.

“땅이 운명을 결정한다”는 ‘명당’은 조선말을 배경으로 하지만, 많은 부분 오늘날의 부동산 문제와 맞닿아있다. 교육 문제 등으로 좋은 터를 잡으려고 노력하고, 좋은 묫자리, 집터를 얻기 위해 치열하게 분쟁을 벌인다.

박 감독은 “땅을 딛고 살아야 하는데 어느 순간 땅속에 매몰된 기분이 든다. 차를 타고 지나가면서 ‘저런 땅 한 평도 없다’는 자괴감 섞인 이야기를 하곤 한다. 우리 의식 속 가장 중요한 게 나와 가족인데 언젠가부터 땅이 더 중요해지고 집이 더 중요해져 버렸다. 가치관이 뒤바뀐 기분이 들었다. 역사를 보니 현대에만 그랬던 게 아니더라. 과거에도 기쁨을 주기도, 슬픔을 주기도 하는 장치였던 셈이다. 감정 없는 물체임에도 우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된 것 같다. 이 모습을 극 중 캐릭터를 통해 표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박 감독의 말처럼 영화 ‘명당’은 각 인물이 자신의 욕망을 위해 첨예하게 대립한다. 특히 입체적인 각 인물은 단순한 악인, 선인으로 묘사되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하고 분열한다.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되고, 오늘의 적은 어제의 동지가 되는 모습이 깊이 있고 설득력 높게 표현돼 눈길을 끈다.

극 중 박재상 역을 맡은 조승우는 “전형적이긴 하지만 내가 가진 능력을 올바른 곳에 쓰려고 노력하는 인물이다. 영화를 보고 나니 정말 고생을 많이 했다는 생각이 든다. 최선을 다해 찍은 게 화면에 잘 담긴 것 같아서 뿌듯하고 옆에 계신 선배님들과의 작업이 너무 소중해 (촬영 때마다) 감동을 하였던 것 같다. 정말 좋은 시간이었다”는 소감을 전했다.

조승우는 박희곤 감독과 전작 ‘퍼펙트 게임’에서 호흡을 맞추었고, 유재명과는 드라마 ‘비밀의 숲’, ‘라이프’까지 세 작품을 함께했다.

박 감독은 조승우에 대해 “7년 만에 다시 만났다. 그가 활약하는 걸 꾸준히 봐왔는데도 함께 호흡을 맞추며 놀라곤 했다. 훨씬 더 깊이 있고 폭넓고 주연배우로서 중심을 잡더라. 7년 전보다 더 크게 와 닿았던 것 같다”고 칭찬했다.

유재명 역시 “함께 호흡 맞추기에 최적의 배우인 것 같다. 리액션만 해도 제 연기가 도드라지도록 만들어준다. 훌륭한 합을 맞춰주는 배우인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조승우의 팬이기도 하다. 이런 말이 어울릴까 모르겠으나 (조승우를) 존경한다. 앞으로도 계속 작업하고 싶다”며 애정 어린 마음을 드러냈다.

극 중 흥선군 역을 맡아 입체적인 연기력을 선보인 지성은 “영화를 보고 도리어 마음이 무거워졌다. 선후배 배우들의 연기가 감동적이었는데, 제가 그만큼 잘 해내지 못한 것 같다”면서 “극 중 흥선군은 광기에 사로잡힌다. 감정을 토대로 외적인 모습까지 표현하고자 했고 심적, 육체적으로 고생을 시키며 연기했다. 가장 어려운 캐릭터였다. 액션이나 말타기, 추위가 어려운 게 아니라 흥선 역을 파악하는 게 가장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이원근 역시 이번 작품으로 강렬한 모습을 선보인다. 권력을 빼앗긴 왕의 모습을 그린 그는 “일반적인 왕이 아니라 분노와 슬픔이 어린 유약한 왕을 보여주고자 했다. 그게 큰 매력이었고 연기적인 고민이었다. 오늘 영화를 보니 감회도 새롭고 벅차다”는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관상’과 ‘명당’에 잇따라 출연하게 된 백윤식은 “두 작품 모두 출연하게 되어 고민이 많았다”며 “두 캐릭터 모두 역사적인 인물이지만 충신과 야심가라는 점에서 (연기 포인트가) 달랐다”고 전했다.

그는 “‘관상’의 김종서는 충신이었고, ‘명당’의 김좌근은 권세를 누리려는 야심가다. 그들이 살아온 인생관이나 철학이 다르다고 판단했고 그 점에 관점을 두고 분석하고 연기했다. 박 감독과 편집자는 ‘두 캐릭터가 다르다’고 해서 나름대로 위안이 되었다. 관객들이 어떻게 평가할지도 궁금하다”며 떨리는 마음을 표현하기도 했다.

유재명은 박재상의 오랜 벗인 구용식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영화의 감초로 코미디 연기와 묵직한 감정 연기를 오가 관객들의 눈길을 끈다.

유재명은 “연기 최고의 진수는 코미디라고 생각한다. 저 역시 권력가 못지않게 절실함을 표현하는 것이 중요했다. 구용식은 ‘지금 잘 사는 것’이 중요한 인물이고 영화의 마지막까지 행복하게 사는 것이 절실한 서민이다. 그 모습을 바탕에 두고 표현하려고 했다. 어떤 부분은 재밌게 표현되지만, 그의 신념도 하나의 방향성이라 생각한다”며 단순한 조력자가 아닌 철학을 가진 인물로서 활용하려고 노력한 사실을 짚었다.

‘명당’은 민족 대명절 추석, 영화 ‘물괴’와 ‘협상’, ‘안시성’ 등 대작 영화들과 맞붙게 됐다.

극 중 김좌근의 아들이자 야심가 김병기 역을 맡은 김성균은 “동시기 개봉하는 모든 영화와 윈윈하고 싶다. 그래도 우리 영화가 조금 더 잘되길 바란다. 우리 영화의 강점은 추석과 잘 어울린다는 점이다. 저도 올 추석에 고향에 가야 하는데 어르신들이 항상 ‘묏자리’에 대한 이야기를 하신다. 그런 점으로 미루어 보아 추석과 가장 잘 어울리지 않나 싶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한편 영화 ‘명당’은 오는 19일 개봉한다. 러닝타임은 126분이며 관람등급은 12세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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