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필리핀 물가 두테르테 옥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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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숙 기자
입력 2018-09-11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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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년래 최고치 기록하며 페소화 약세와 함께 경제 위협

  • 두테르테 트럼프 탓…"국내적 요인도 커" 비판 목소리

10일 필리핀 증권거래소(PSE) 화면에 아시아 증시 상황이 나와있다. [사진=EPA=연합뉴스]


필리핀의 물가가 크게 상승하면서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의 경제운용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 5일 발표된 필리핀의 8월 물가상승률은 예상치를 훌쩍 넘어선 6.4%를 기록했다. 이는 시장의 예상치인 6.2%를 넘어선 것일 뿐만 아니라, 정부의 목표인 4%를 크게 웃돈 것이기도 했다. 

네스터 에스페닐라(Nestor A. Espenilla Jr) 필리핀 중앙은행 총재는 9년 만에 6%를 넘어선 물가에 추가적인 대책을 내놓겠다면서 진화에 나섰다. 그는 "지금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최대한 빨리 물가상승률을 목표 범위 안으로 잡는 것이며, 물가인상에 대한 우려를 진정시키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에스페닐라 총재는 8월 물가상승률은 "수용가능한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기상악화로 인한 쌀 가격의 상승을 주요 요인 중 하나로 꼽았다. 국제유가도 70달러 선을 넘나드는 가격상승이 이어지면서, 필리핀 중앙은행은 더 심한 금리인상 압박을 받게 됐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AB 캐피털 증권의 리서치 대표인 호세 비스탠(Jose Vistan)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물가상승은) 필리핀 중앙은행에 상당히 많은 압력을 가했다"면서 "추가 금리인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물가상승률 발표 이후 필리핀의 주식시장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으며, 달러 대비 페소화도 하락했다. 올해 들어 8월까지 필리핀의 평균 물가인상률은 4.8%에 달한다. 그러나 중앙은행은 올해부터 2020년까지 물가상승률 목표를 2~4%로 정해놓았다. 중앙은행은 이달 27일 기준금리를 결정하게 된다. 

물가인상 원인에 대해 여러 가지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의 정책 운용의 문제점을 짚는 목소리도 있다.

필리핀의 온라인 매체인 래플러는 최근 "필리핀은 두테르테 대통령의 취임 당시만 해도 아세안 국가들 중 중간 수준의 물가상승률을 보이는 국가였지만, 이제는 물가상승률이 가장 높다. 필리핀 다음으로 물가상승률이 높았던 베트남의 경우도 7월 상승률은 4.5%에 그친다"고 지적했다. 

매체는 가파른 물가상승은 국제·국내적 요소가 합쳐진 것이라면서도 두테르테 대통령의 지나친 인프라 사업 추진과 세금 인상 등이 물가상승을 부추겼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인프라 사업이 늘면서 철강과 같은 원자재의 수입이 크게 늘었으며, 수출은 줄어드는데 수입은 급증해 페소화 약세를 가속화했다는 것이다.

정부가 민간의 인플레이션 우려를 제대로 잠재우지 못했던 것도 문제로 꼽힌다. 기후 악화로 인한 쌀 부족 상황에서 수입을 통해 공급을 늘리는 등 조치를 취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필리핀 정부는 물가 통제 능력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물가는 더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래플러는 "원유 가격인상과 같은 다른 요소보다도 물가상승 심리가 인플레이션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드러났다"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또 물가가 통제를 벗어나 경제상황이 더욱 악화할 경우 필리핀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도 크게 하락할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이처럼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두테르테 대통령은 물가상승의 책임을 외부로 돌리고 있다. 그는 지난 8일 "인플레이션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 때문"이라며 "트럼프가 관세를 올리고 일부 품목에 대해 수입 금지 조치를 취해 상황이 나빠졌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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