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150년 만에 동성애 금지법 폐지키로.."새로운 이정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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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세미 기자
입력 2018-09-11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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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도 대법원, 157년 만에 "동성애 금지법은 위헌" 판결

6일(현지시간) 인도 뭄바이에서 '동성애 금지법'이 폐지됐다는 소식에 두 남성이 얼싸안고 기뻐하고 있다. [사진=AP연합]


지난주 인도 뉴델리 중심가에 있는 유명 나이트클럽인 키티수(Kitty Su)에서는 열광적인 파티가 열렸다. 성소수자를 상징하는 무지개 색 포스터가 온 벽을 도배했고 화려한 무지개 조명이 무대 위 춤추는 사람들을 비추었다. 무지개 색 옷을 입은 젊은이들은 앉아 연신 건배를 외쳤다. 150여년 만에 동성애 금지법이 폐지된 것을 축하하기 위해서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지난 6일 인도 대법원은 동성 간 성행위를 범죄로 규정하는 법률 ‘377항’(Section 377)’의 무효를 선언했다. 대법관 다섯 명의 만장일치 판결이었다. 

377항은 영국 식민지 시대에 만들어진 법으로 동성 간 성행위를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 불법 행위로 간주하며 최고 종신형에 처할 수 있다고 명시한다. 150년 넘게 유지되면서 인도의 수백만 성소수자들에 대한 사회적 차별과 협박, 처벌의 근거가 되어 왔다.

이번 판결은 인구 규모로 세계 최대 민주주의 국가이자 보수적인 인도 사회에서 인권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게 됐다는 평가다. 다만 도시를 중심으로는 대체로 이번 판결에 찬성하는 데 반해 여전히 종교 단체나 보수적인 지방 커뮤니티에서는 강한 반대의 목소리도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오랜 싸움 끝에 '377항 위헌'이라는 승리를 얻어낸 인도 인권단체와 성소수자 커뮤니티는 환호했다. 성소수자 단체를 대표한 변호사 아룬다티 카트주는 WSJ에 “무척 중요하고 역사적인 판결”이라면서 “힘든 싸움을 해온 성소수자들에게 축하와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제 한걸음 더 나아가 동성결혼의 합법화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주요 외신들은 인도에서 동성 간 성행위가 공식적으로 허용되면서 인도 성소수자들의 헬스케어 문제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지금까지 성소수자들은 정신적 스트레스, 약물 오용, 성매개 감염병의 치료에 소극적이었고 사회적으로도 적극적인 관리를 받지 못해왔다.

한편 아시아 여타 국가들이 인도가 세운 이정표를 따를지도 관심사다. 아직까지는 변화의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싱가포르에서는 여전히 과반 이상이 동성 간 성행위를 금지하는 현행법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10일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인도의 대법원 판결 소식이 나온 직후 실시된 온라인 설문조사에 응답자 750명 중 55%는 동성애 금지법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12%만이 반대한다고 답했고, 잘 모르겠다고 응답한 이들이 33%였다. 

국제성소수자협회(ILGA)에 따르면 아프가니스탄, 나이지리아, 스리랑카, 파키스탄 등 세계 72개국은 여전히 동성 간 성행위를 불법으로 간주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등 일부 아시아 국가들에서는 성소수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세계적인 흐름과 반대로 엄격한 종교적 규율을 강화하는 추세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주 말레이시아에서는 레즈비언 커플이 성행위를 시도했다는 혐의로 공개 매질이 집행되기도 했다. 말레이시아에서 동성 간 성행위로 여성에 매질이 이뤄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전했다. 인권단체들은 성소수자에 씻을 수 없는 수치심을 안겨주고 동성애 혐오를 부추겼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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