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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련, 파탄잘리의 요가수트라] 증상

배철현 서울대 교수(종교학)입력 : 2018-09-10 04:00수정 : 2018-09-10 04:00
요가수트라I.30
 

배철현 교수(서울대 종교학)


인과
우주생성과 소멸의 원칙이 있다. 만물의 원인과 결과는 영원한 회기 안에서 존재한다. 앞마당에 듬직한 구상나무가 서있는 까닭은, 누군가 오래전에 심어놓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인과(因果)의 명백하고 정당한 관계를 ‘정의(正義)'라고 부른다. 우리가 아닌 우주 안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 심지어 먼지에서 시작해 태양까지, 단세포 동물에서 인간까지, 모든 것은 원인과 결과를 통한 완벽한 조화를 통해 유지된다. 우주 안 공간들은 조화를 유지하기 위해 절묘하게 스스로 조정한다.

만일 이 우주의 조화가 조금이라도 무너져버린다면 우주는 더 이상 존재할 수 없다. 우주 이전의 상태 즉 혼돈으로 돌아간다. 우주와 그 안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유지시켜주는 원칙은 바로 ‘인과’라는 무한하며 영원한 법칙이다. 모든 것은 인과원칙을 통해 생성됐고, 인간의 생각, 말, 그리고 행위도 그것이 사적이든 공적이든, 이 원칙을 벗어날 수 없다. 인과라는 완벽한 정의가 우주를 지탱하듯이 인간의 삶과 행위도, 인과라는 정의를 통해 전개된다. 인간이 어떤 일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는 있지만, 그 결과까지는 선택할 수 없다. 인간이 어떤 것을 생각하고 행동으로 옮길 수 있지만, 그 생각과 행동의 결과를 마음대로 바꿀 수는 없다. 그 결과는 인과라는 정의를 통해 조절되기 때문이다.

인간은 자신의 의지대로 행동하지만 그의 힘은 그가 저지르는 행위에서 멈춘다. 그러나 그가 그 행위의 결과를 변경하거나 무효화하거나 회피할 수는 없다. 악한 생각과 행위는 고통으로 이어지고 선한 생각과 행위는 행복으로 이어진다. 그러므로 인간의 행복과 불행은 자신의 생각과 행동에 의해 결정된다. 인과는 인생을 간결하고 명료하며, 의심할 여지가 없게 만든다.

인생은 산수의 합과 같다. 더하기와 빼기만 배운 초등학생은 곱하기와 나누기 문제를 풀지 못한다. 그(녀)에게 곱하기 문제는 너무 어렵고 복잡하다. 그러나 곱하기와 나누기 산술의 원칙을 알면 그 문제는 쉽게 풀린다. 인생의 단순하고 복잡한 문제들은 그 기본 원칙을 알면 쉽게 풀린다. 초등학생이 곱셈 문제를 부정확하게 풀었으나 자신이 해답을 도출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스스로는 확신할 수 없다. 그러나 그가 곱셈과 관련된 문제를 오랫동안 푼 경험이 있다면 그 문제에 대한 해답을 도출했거나 혹은 선생이 그의 실수를 지적했을 때 그는 자신의 실수를 안다. 사람들은 자신이 무식해 악행을 하면서 살면서도 스스로 의롭게 산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응보
인과의 실제적 결과인 ‘응보’는 14세기 이탈리아의 대문호이자 르네상스와 종교개혁의 불씨를 피웠던 단테의 '신곡'의 주제이기도 하다. 단테는 ‘인과응보’를 ‘콘트라파소(contrapasso)'라는 이탈리어 개념으로 만들었다. 콘트라파소는 라틴어의 ‘정반대’란 의미를 가진 단어 ‘콘트라(contra)와 ‘고통을 당하다’라는 동사 ‘파티오르(patior)'의 합성어다. 콘트라파소는 ‘지상에서 자신이 행한 악한 행동을 지옥에선 자신이 당하다’라는 뜻이다. 콘트라파소는 ‘지옥편’의 주제이며 ‘연옥편’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주제다.

단테 신곡 ‘지옥편’ 제20곡은 여덟 번째 환의 네 번째 주머니에 해당한다. 그 주머니에는 마술사, 점성술사 그리고 거짓 예언자들이 등장한다. 이들의 머리는 몸 뒤로 뒤틀려있다. 왜냐하면 “그들이 앞을 볼 수 없기 때문에 뒤를 향하여 뒷걸음쳐 걸어야 하기 때문이다.”(14-15행) 이들은 지상에서 자신들이 미래를 예측한다고 장담했지만, 그들은 지옥에서 신의 형벌로 상징적으로 몸과 머리가 정반대로 뒤틀려 걷는다.
 

'분노에 찬 죄인들', 윌리엄 블레이크(1757–1827) 연필, 잉크 그리고 수채화 1824-1827, 단테 '신곡' 삽화 호주 빅토리아 국립미술관 “단테 <신곡> 지옥편 제7곡 106-26행에 등장하는 죄인들이다. 이들은 지상에서 분노와 우울의 죄를 지은 자들로 지옥에서도 인과응보의 형벌을 받고 있다. 분노에 찬 자들은 여전히 싸우고 우울한 자들은 스틱스강 밑에 잠겨 숨쉬기가 곤란하다.” [사진=배철현 교수 제공]

인과응보 증상들
'요가수트라' I.30에서 요가 수련을 방해하는 훼방꾼들을 나열하였다. 요가수트라 I.31에서는 훼방꾼들이 난동을 부려, 요가수련자의 건강에 끼치는 증상(症狀)들을 다음과 같이 나열한다. “두카 다우르마나스야 안가메자야트바 슈바사프라슈바사흐 빅세파 사하부바흐(duḥkha daurmanasya aṅgamejayatva śvāsapraśvāsāḥ vikṣepa sahabhuvaḥ)" 이 문장에 대한 번역이다. “고통, 절망, 사지의 동요 그리고 불안정한 호흡은 훼방꾼들이 만들어 낸 증상들이다.”

첫 번째 증상은 육체적이거나 정신적인 혹은 육체적이며 정신적인 고통인 ‘두카(duḥkha)'다. 두카는 일생생활에서 생기는 근본적인 불만족과 고통이다. 해탈은 바로 이 고통으로부터 벗어나는 사건이다. 두카는 고통과 슬픔을 야기하기에 요가수련자를 불편하고 불쾌하고 관란하게 만드는 것들이다. 두카는 ‘잘못된, 맞지 않는’이란 의미를 지닌 단어 ‘두스(dus)'와 ‘마차를 끌기 위해 멍에와 연결된 차축을 한데로 모아 원활하게 움직이게 하는 구멍’을 의미하는 ‘카(kha)'의 합성어다. ‘카’는 더 나아가 ‘신체의 골격들을 이어주는 빈 공간, 감각의 기관, 빈 공간인 하늘’을 의미한다. ‘카’는 자동차나 자전거의 ‘허브’에 해당한다. 아리아인들에게 전차 바퀴의 훌륭한 작동은 전투에서 승리의 가장 중요한 요소였다. 만일 차축이 허브에 잘못 연결돼 있으면 전차가 속도를 내지 못하고 고장난다. 산스크리트어 사전을 만든 영국학자 모니어-윌리엄스는 두카의 어원을 다르게 분석한다. 잘못된, 맞지 않는이란 의미를 지닌 단어 두스와 ‘두발을 땅에 딛고 서있다’란 의미의 동사 ‘스타(stha)'의 합성어다. 두카의 의미는 ‘자신의 고유임무를 알지 못하고 잘못된 장소에서 서성거리는 행위’다. 요가수련자에게 고통이란 자신의 생각, 말 그리고 행동을 한 곳으로 모아 그들을 원활하게 움직이게 하는 자신만의 빈 공간을 소유하지 못한 상태다.

두 번째 증상은 ‘절망’이다. 산스크리트 단어 ‘다우르마나스야(daurmanasya)'도 ‘두카’처럼 ‘잘못된; 맞지 않는’이란 의미를 지닌 단어 두스가 접두했다. 두스가 음운법칙에 따라 ‘다우르’가 됐다. 그 뒤에 ‘마나(mana)'는 ‘생각’을 의미한다. 요가수련에서 이 단어는 수련자의 영적인 성장을 방해하는 부정적인 생각과 그런 생각의 지속을 의미한다. 다우르마나스야는 ‘절망’ 혹은 절망적인 생각의 표현인 ‘슬픔’ 그리고 절망적인 생각의 지속인 ‘우울’을 뜻한다.

세 번째 증상은 ‘사지의 동요’이다. ‘신경쇠약’에 해당하는 산스크리트 단어 ‘안가메자야트바(aṅgamejayatva)'는 ‘사지(angam)'가 ‘떨리는 상태(ejayatva)'다. 머리와 몸통을 움직이도록 도와주고 주도하는 사지가 떨려, 자신이 만들고자 하는 작품을 손이 떨려 집중할 수 없고, 자신이 가고자 하는 장소에 발에 힘이 없어 갈 수 없는 무기력한 상태다. 전차 바퀴에 비유하자면, 수레바퀴의 바퀴살이 바퀴와 허브인 중추와 굳건하게 연결되지 못한 상태다. 전차의 바퀴는 울퉁불퉁한 지면에서 제 자리를 찾지 못하고 튕겨져 나갈 것이다. 사지의 동요는 요가의 기본 동작인 ‘앉아 있는 자세’인 ‘아사나(āsana)'에 영향을 준다.

네 번째 증상은 ‘불안정한 호흡’이다. ‘신경쇠약’에 해당하는 산스크리트 단어 ‘슈바사프라슈바사흐(śvāsapraśvāsāḥ)'는 ‘헐떡거리다, 숨을 몰아들어 마신다’란 의미의 동사 ‘슈바스(śvās)'와 ‘숨을 몰아들어 내쉬다’란 의미의 동사 ‘프라슈바스(praśvās)'의 합성어다. 이 단어는 서로 상반된 의미가 합쳐져 불안정한 호흡을 의미한다. 호흡은 인간의 생명을 유지시켜주는 가장 중요한 기능이다. 들숨과 날숨은 인간의 생명을 유지시켜줄 뿐만 아니다, 생물과 무생물을 외형적으로 구분하는 기준이다.

요가수련자들을 방해하는 훼방꾼이 가져온 ‘증상’들이다. ‘증상’이란 자신의 과거 습관으로부터 자연스럽게 나온 결과다. ‘사하부바흐(sahabhuvaḥ)'는 자신이 요가수련에 온전히 몰입하지 못할 때 그 방해꾼들이 등장해 슬그머니 수련자에게 다가와 그 사람의 몸의 일부가 돼 그를 장악한 병이다. ‘사하부바흐’는 ‘슬그머니 나의 일부로 편입된’이란 의미를 지닌 ‘사하(saha)'와 ‘나의 본성이 되어버린’이란 의미의 동사 ‘부(bhū)'의 합성어다. 이 증상들은 단테가 '신곡'에서 사용한 개념을 빌리자면 ‘나의 콘트라파소’다. 인간은 자신의 생각을 통해 오래된 인간을 제거하기도 강화하기도 한다. 나는 나의 생각의 가감 없는 표현이며 나의 생각의 증상이다. 당신의 훼방꾼은 누구입니까? 내 생각이 나의 훼방꾼이며 나의 현재 상태는 내 생각의 증상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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