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길면 내수 는다?…고향 대신 해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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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태 기자
입력 2018-09-09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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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해 10월 추석 포함 열흘에 걸친 긴 연휴에 여행수지 37년만에 최저수준 기록

  • 시장 소비패턴 달라지고 소비자 요구 변화하지만, 뒤따라가지 못하는 정부와 시장

지난해 해외여행을 떠난 국민이 사상 처음으로 2400만명을 돌파했다. 반면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은 출국 내국인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연합뉴스]


통상 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 연휴를 즈음해 시장에 대한 기대치가 최고수준으로 높아진다. 그러나 경기 위축에 따른 소비의 감소로 최근 몇년간 시장에서 느끼는 체감도가 하락하고 있다. 특히 소비 패턴이 급변하면서 소비자와 시장의 접점이 사라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시장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고, 시장 구성원도 스스로 경쟁력 강화에 힘쓰지 않는 등의 악순환이 시장 경기의 체감도를 낮추는 요인으로 꼽힌다.

정부가 시장 활성화를 위해 예산을 쏟아부을 예정이지만, 시장의 요구에 맞춘 정책 마련에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급변하는 소비패턴··· 쫓지 못하는 시장

경기불황에도 내수가 살아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기는 것은 해마다 맞는 명절 덕분이다. 민족 대이동이 시작되면서 평상시에 찾아볼 수 없는 소비가 급증하기 때문이다.

정부도 이 시기에 맞춰 민생안정대책을 내놓고, 내수 활성화 규모를 키우기 위해 예산 투입은 물론 다양한 정책을 마련해 소비를 유인한다.

그러나 최근 명절기간의 소비패턴이 급속히 변화하고 있다. 고향을 오가는 사람 대신, 해외여행을 떠나는 국민이 늘고 있어 국내 소비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9일 본지가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추석연휴기간이 포함된 지난해 10월의 경우, 해외여행 수요가 급증하면서 관련통계가 시작된 1980년 이후 여행수지가 37년 만에 최저수준인 마이너스 19억3560만 달러로 떨어졌다.

추석과 함께 대체휴일, 한글날까지 이어지면서 주말을 포함한 연휴기간이 10일간 이어져 해외여행 수요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여행수지 적자는 추석연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2009년 2월 2억3930만 달러의 흑자를 기록한 이후, 최근(7월)까지 적자 신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연휴기간이라 해도 해외소비가 늘어나는 만큼 내수시장에는 악영향만 끼칠 뿐이다.

또 농식품에 대한 소비패턴 역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최근 농촌진흥청이 내놓은 농식품 소비 트렌드 조사 결과, 지난 8년간(2010~2017년) 온라인 농식품 구매액이 354%가량 급증했다. 오프라인 구매액 증가율은 6% 수준이다.

이렇다 보니 판매·배송에서의 다양화 전략이 소비시장에도 상당부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신선도를 중시하는 수요가 늘어나다 보니, 최근 한 대기업은 신선식품 배송 사업에 1조원을 투자하는 등 발빠르게 대처하는 분위기다.

이런 상황에서 가격이 저렴한 면이 강조됐던 전통시장이 향후 농수산물 판매에 타격을 입을 수 있지만, 시장변화를 따라가기에는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이미 시장은 오프라인과 온라인이라는 구도로 변화하고 있지만, 정부정책은 전통시장과 대형마트라는 오프라인 간 경쟁구도를 해소하는 정책을 내놓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수요자 외면 받는 정부 정책과 자생력 잃은 시장

정부정책이 수요자의 만족도를 높이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지난달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책을 내놓으며 전통시장을 살릴 수 있도록 공무원 복지포인트의 온누리상품권 지급비율을 현행 30%에서 상향조정키로 했다.

그러나 정부 대책은 현행 30%도 이행하지 않는 상황에서 추가 상향안을 내놓은 것이어서 어불성설(語不成說)이라는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17개 광역시·도 가운데 현행 온누리상품권 지급비율 30%를 제대로 적용한 곳은 단 1곳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오히려 적용률이 0%인 지자체가 있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8개 지자체가 10%를 적용하고 있으며, 겨우 1개 지자체가 별도의 시장 활성화 방안사업과 온누리상품권을 모두 합해 우회적으로 30%의 현행 집행률을 맞추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자체마다 조례를 통해 온누리상품권의 복지포인트 비율을 정하는데, 각 지자체별 노조의 반발로 이를 상향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공직사회에서는 정부가 공무원의 희생만 강요한다는 푸념도 들린다. 일각에서는 전통시장 상품 구매를 유도하는 온누리상품권이 희생 대책으로 인식되는 점부터 정부가 소비자의 만족도에 귀를 기울이지 못하는 증거라고 지적한다.

시장 역시 소비자의 요구에 귀를 열지 못한다. 수년 전부터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주차장 및 현대화사업 등 인프라 구축에 예산을 투입하며 시장 활성화에 힘을 보탰다.

그런데도 정작 제품의 신선도와 안전성 등에 대한 요구에 대응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일부 상인회는 주차장 운영권을 놓고 지자체와 실랑이를 벌이며 소비자 편의에 등을 돌리기도 했다.

한 소비자는 "전통시장은 가격이 저렴하지만, 농산물 등의 재배 출처가 불분명한 경우가 많아 차라리 대형마트를 찾는다"며 "세대가 변하면서 전통시장에 대한 추억을 떠올리는 소비자가 점차 사라지고 있기 때문에 전통시장 역시 식품 안전과 위생 관리를 철저히 해야 자생력을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명절을 맞아 전통시장을 이용하라는 식의 메시지가 시장에서 잘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정책 등을 통해 전통시장이 변화하고, 내수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현장의 다양한 목소리를 들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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