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 생명의 진화와 사회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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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영우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전문위원(메디리타 대표)
입력 2018-09-05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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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제약바이오협회 전문위원(메디리타 대표)]


네이처 뇌과학 저널 최신호에 인간에게서만 발견된 특이 뇌세포가 발표됐다. 이 뇌세포는 대뇌피질의 최상층에 존재하는 것으로, 무성한 가지를 지니는 커다란 로즈힙 모양을 하고 있어 로즈힙 뉴런이라고 이름이 지어졌다. 이 뇌세포는 다른 뉴런의 활성을 억제하는 역할을 하는 새로운 유형으로 확인됐다.

중요한 점은 인간의 뇌도 쥐의 뇌와 구성은 별반 다르지 않고, 크기와 정교성에 차이가 있을 뿐이라는 기존의 통념을 부정할 수 있는 타당한 근거가 됐다는 것이다. 우리 인간의 뇌가 진화 과정에서 다른 생물이 보유하고 있지 않은 뇌세포를 갖게 됐고, 이것은 뇌에서 정보흐름을 통제하는 역할을 하는 부분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이 발견으로 왜 쥐에는 적용되는 뇌장애 치료법이 인간에게 듣지 않는지를 알아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미 국립보건원에서 진행하는, 뇌에서 발견되는 모든 세포의 유형을 확인하는 프로젝트를 통해서 로즈힙 뉴런과 같은 발견이 앞으로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인간은 진화를 통해 발전한 고도의 효율적인 네트워크 기관을 사용하고 있음이 규명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진화의 결과로 여겨지는 생명현상의 특이점, 특히 네트워크 구조는 인간의 사회구조에도 반영되면서 발전되고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사회구조 시스템은 중앙집중형이다. 컴퓨터 시스템으로 보면 서버-클라이언트 구조이고, 서버가 튼튼하고 안전하면 효율적이지만 서버가 멈추면 시스템이 정지돼 버리는 취약점을 갖고 있다.

이 구조에서 진화한 것이 분산 네트워크이고, 분산 네트워크는 수학적 모델로 매우 안정적인 그래프로 표현된다. 정보통신(IT) 기술이 발전하기 전까지는 이러한 분산 네트워크를 인간 사회에 구현할 방법이 없었다. 대안으로 사용하던 중앙집중형은 이제 역사의 뒤안길로 밀려나고 있다.

분산네트워크의 안정성과 중앙집중형의 효율성을 겸비한 탈중앙화 네트워크가 블록체인이란 기술로 구현되고 있다. 현실적으로 모든 사람을 직접적인 상호작용을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은 어렵기도 하고 비효율적이기도 하다. 중앙집중형 네트워크는 모두가 직접적인 상호작용을 할 수 없으니 신뢰할 수 있는 중간단계를 거치도록 하여 간접적인 상호작용을 할 수 있도록 효율성을 추구했다. 하지만 그 중간단계에 해당되는 기관들이 신뢰를 독점하면서 인류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회의가 들도록 한 것이 미국 부동산 버블 붕괴로 촉발된 금융위기다. 블록체인은 신뢰를 기술로 구현하고자 하며, 신뢰는 상호작용을 바탕으로 하기에 네트워크 기술을 발전시키는 것은 필수적이다.

인류가 오랜 세월 구축해왔던 중앙집중형 네트워크를 블록체인 네트워크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생명현상 연구에서 밝혀지고 있는 상호작용과 이것의 네트워크 모델을 깊이 이해할 필요가 있다. 과거에는 생명 단위(분자, 세포, 조직, 개체 등) 간의 상호작용과 효과에 대해 알기가 어려웠으나 IT 기술의 발전과 빅데이터로 생물 네트워크 분석이 가능해지면서 동종 및 이종 간 생물 네트워크의 유사성을 비교해 특정 유전자와 단백질의 기능을 이해하고 진화 과정을 규명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연구는 현실적으로 신약 개발이나 새로운 치료법을 찾아내는 데도 활용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으로 가속화되고 있는 현상은 다양한 학문적 성과의 융복합이 자연스럽고도 빠르게 진행되는 것이다. 사회문제의 해결을 위한 기술의 근간이 생명현상의 탐구에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생명공학의 성과가 IT 기술로 구현되면서 인류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솔루션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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