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월 만에 임대등록 정책 전면 손질 나선 정부…시장 혼란 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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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범 기자
입력 2018-09-03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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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주택자 임대등록 속도 늦춰질 듯…전월세가 상승 우려

  • 임대주택 제도 9개월 만에 궤도 수정…정책 일관성 훼손 지적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임대주택 등록에 따른 세제 혜택을 일부 축소하겠다고 밝히는 등 그동안 추진해온 부동산 정책을 대폭 손질하고 있어 시장에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주택 임대사업자에 대한 정책 수정은 최근 천정부지로 치솟는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한 조치의 일환이라고 정부는 설명하고 있지만, 모처럼 탄력을 받은 다주택자의 임대주택 등록 속도가 늦춰져 임대시장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일부 정책의 경우 부처 간 조율이나 정책 검토가 충분하게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발표돼 혼선마저 빚고 있다.
 
3일 정부에 따르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등록 임대주택에 주어지는 세제 혜택이나 총부채상환비율(DTI),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등 혜택을 축소하고 관계기관과 개선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국토부는 이미 지난해 12월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집주인과 세입자의 상생을 목표로 한 이 방안은 정부가 임대사업자로 등록할 경우 세금도 감면해주고 건강보험료도 줄여주는 등의 인센티브를 제시하는 것이 핵심이다.

무엇보다 이 방안은 다주택자를 옥죄는 기조를 계속 유지했던 정부가 나름대로 다주택자들에게 활로를 열어줬다는 점에서 큰 관심을 받기도 했다. 음지에 있는 다주택자들을 수면 위로 끌어올려 서민을 위한 저렴한 민간주택을 공급하게 하고, 이를 통해 서민주거 안정을 기대하겠다는 묘안이 담긴 대책이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정부의 유인책으로 국내 등록 임대주택 수는 작년 말 98만가구에서 지난달 117만600가구로 급증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의 임대주택 등록 방침 전환으로 앞으로 등록 임대주택 수의 증가 속도는 늦춰질 가능성이 높다. 국토부는 기존에 갖고 있는 주택보다는 신규 매매 시 등록하는 임대주택에 대해 혜택을 줄이는 방안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과열지역에 한해 새롭게 주택을 취득해 임대주택을 등록할 때 세제 지원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임대주택 활성화에 대한 기조는 유지한다"며 "조만간 기획재정부, 보건복지부, 국세청과의 논의가 끝나야 정확한 계획을 수립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가 급격히 정책 방향을 튼 데는 최근 다주택자들이 임대주택 등록을 악용하고 있다는 분위기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다주택자들이 임대주택 등록을 양도소득세 중과 배제, 종합부동산세 합산 배제, 장기보유특별공제 등 혜택 수단으로 활용해 추가 매수에 나서면서 주택 시장의 급등세에 불이 지펴졌다는 것이 정부의 견해다.

하지만 정책 방향 전환으로 무주택자의 전·월세난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집값이 오르고 내리는 것과 별도로 임대등록이 줄어 임대료가 인상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세시장이 본격적인 가을 이사철 성수기로 접어드는 9월은 매물이 급감하는 시기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신규주택의 임대 등록에 대한 메리트가 사실상 사라져 등록 증가폭이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시기적인 요인까지 겹쳐 시장에서의 전·월세 물량 공급에 분명 차질이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같은 배경에는 시장과 정부의 공급에 대한 시각이 다른 점도 한 몫 한다. 세입자들은 당장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일대에서 양질의 주택에 거주하기 어렵다는 것을 현실로 느끼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지만, 정부는 수도권 일대 가용 공공택지가 54만가구가 넘는 데다 추가로 수도권에 24만가구가량의 물량을 공급한다는 등 공급 통계 측면에서 전혀 문제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들 물량이 모두 완공되기까지는 최소 2~3년이 걸려, 세입자 입장에서는 한참 먼 이야기다. 그럼에도 불구, 정부는 무주택자 거주 안정보다는 집값 잡기에 비중을 두겠다고 강조하고 있어 세입자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임대등록 세제혜택의 경우 정부가 불과 9개월 만에 주력 정책의 궤도 수정에 나선 점도 큰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현미 장관이 시장 흐름에 맞춰 지금부터라도 정책을 수정하는 것 아니냐'는 옹호의 의견도 있지만, 이 역시 정부가 방안 수립 당시 중장기적인 측면에서 이 같은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채 정책을 장려해온 모양새가 돼 비판에서 자유롭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가 지난달 27일 투기지역을 추가지정하면서 수도권에 14곳 이상의 신규택지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구체적인 입지에 대한 실무 검토 없이 나온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서울 집값 잡기에 골몰한 채 너무 감정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며 "최근 연이어 나오는 정책들의 내용을 살펴봐도 큰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기보다는 현재 시장을 잠재우기 위한 단기적 처방 수준에서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심 교수는 "특히 임대등록 활성화와 같이 시장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대책은 수립 단계부터 예상되는 문제점 등에 대한 파악은 이미 끝나야 한다"며 "이를 1년도 안 돼 바꾸면 시장에 혼란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김상훈 자유한국당 의원은 "임대등록 활성화는 당초 정책 수립 과정에서부터 부작용에 대한 대책 마련이 부실했고 근시안적 측면이 있었다"며 "임대주택 등록을 활성화하면서도 투기적 요소를 억제할 수 있는 보다 정교한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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