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 발견]14. 천연효모빵에서 찾는 건강한 사회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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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환 기자
입력 2018-09-03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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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와타나베 이타루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

[사진=아이클릭아트 제공]

# 순수 배양 방식으로 탄생한 이스트로 빵을 만들면 맛과 향이 단조로워요. 반면 천연효모를 쓰면 다양한 성질을 가진 서로 다른 효모가 작용하기 때문에 풍미가 확연히 다르죠. 게다가 다른 균, 예를 들어 유산균 같은 것들도 섞이기 때문에 깊은 맛이 나고요.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 61쪽> (와타나베 이타루, 더숲)

빵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한 작업은 '발효'라고 합니다. 충분한 발효 과정을 거쳐야 반죽이 잘 부풀어 오르고 구웠을 때 좋은 식감과 맛을 가진 빵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쓰이는 것이 효모입니다. 이는 일종의 균인데, 밀가루의 전분을 포도당으로 분해해 풍미를 만들어 냅니다.

보통 이스트가 많이 사용됩니다. 이스트는 빵 발효에 적합한 효모만을 골라 인공적으로 생산한 것입니다. 이를 이용하면 반죽이 금방 부풀어 올라 누구나 쉽게 빵을 만들 수 있습니다. 다만 맛이 단조롭다는 단점이 있죠.

최근 천연효모인 발효종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과일이나 곡물을 자연 발효시켜 얻는 효모입니다.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자연에서 각각의 개성을 가진 여러 효모가 어우러지기 때문에 다양한 풍미를 내는 빵이 나옵니다. 이스트처럼 인공적으로 생산하지 않아 건강에 해롭지 않습니다.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길도 빵을 만드는 과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쉽고 빠르게만 빵을 만드는 이스트와 같은 방법으로는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눈에 보이는 결과물은 똑같이 만들어낼 수 있지만 그 밑에 자리 잡은 구조적인 문제는 개선할 수 없는 탓입니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문제만 더욱 심화시킬 가능성이 높습니다.

건강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조금은 느려도 천연효모로 건강한 빵을 만드는 것과 같은 노력이 있어야 합니다. 최근 양적 성장에서 벗어나 질적 가치를 높이려는 움직임이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당장 성과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이는 미래에 건강한 사회를 굽기 위한 발효 과정입니다. 이 과정이 지나면 좋은 풍미의 건강한 빵이 탄생하듯 건강한 사회가 나올 것입니다.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 [사진=홍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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