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흑역사 (73)] 한국화장품, ‘미투’ 은폐 이어 적자 행진…1세대 화장품의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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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진 기자
입력 2018-08-27 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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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샘’ 실적 부진에 상반기 영업익, 전년보다 97% 급감

  • 오너일가 4세 이용준 사장, 10년째 실적 개선 못해

이용준 한국화장품 대표 [사진=아주경제 DB]


국내 1세대 화장품기업으로 통하던 한국화장품의 옛 명성이 무색하다. 올해 초 성폭력 논란에 이어 상반기 적자까지 계속 난항을 겪고 있다. 오너일가 4세인 이용준 대표가 경영을 맡은 지 10년이 넘었지만 실적은 나아질 기미가 없어 보인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한국 화장품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2억6990만원으로 전년 대비 97.5% 급감했다. 연결 매출액은 789억5495만원으로 전년 대비 12.1% 감소했다. 과거 한때 어깨를 나란히 했던 아모레퍼시픽을 비롯해 LG생활건강, 애경산업 등 주요 화장품업체들이 실적 잔치를 벌인 점과 대조적이다.

주요 원인은 브랜드숍 ‘더샘’의 실적 악화다. 한국화장품 매출 90%를 차지하는 자회사 더샘의 상반기 매출은 656억9088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반토막을 냈다. 당기손익은 25억4108만원으로 전년 대비 75.5% 감소했다. 더샘은 2010년 론칭한 이후 매년 적자에 시달리다, 6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으나 다시 적자로 돌아선 것이다. 

한국화장품은 1970년대 방문판매 사업을 기반으로 국내 화장품 시장을 선도한 업체다. 쥬단학·템테이션 등 브랜드들은 당시 톱스타 여성 연예인이라면 모델을 거칠 정도로 화제였다. 그러나 국내 화장품 트렌드가 방문판매에서 브랜드숍으로 전환되면서 방문판매 황금기를 영위하던 일명 ‘쥬단학 아줌마’도 사라졌다.

한국화장품은 2000년대 초반 브랜드숍 위주로 성장하던 국내 화장품 시장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해 경쟁에서 밀려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뒤늦게 론칭한 더샘도 자리를 잡지 못해 한국화장품은 결국 100억원대 적자 행진을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한국화장품은 2014년부터 서린사옥과 전국 4개 지점 토지와 건물(940억원 상당)을 매각해 차입금을 갚기도 했다.

한국화장품은 권력형 성폭력을 고발하는 미투(me too) 논란에서도 자유롭지 않다. 지난 4월 익명 커뮤니티 게시글을 통해 더샘 남자 직원 3명이 다수의 여직원을 대상으로 성희롱과 성추행을 일삼았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게시글이 올라오자 더샘은 회사 이미지 손실을 막기 위해 자체적으로 함구령을 내렸고 논란이 확산되자 가해자 직원들을 해고 조치했다.

한창 미투 운동이 활발하던 시기에 한국화장품은 피해 사실을 알고도 사건을 은폐하는 데 급급했다는 점에서 논란은 증폭됐다. 당시 회사 측은 은폐 의혹을 부인하고 피해 사실을 확인하는 데 시간이 걸린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한국화장품은 2010년 화장품 판매와 부동산 임대사업을 맡은 ‘한국화장품(신설회사)’과 제조사인 ‘한국화장품제조(종속법인)’로 인적분할됐다.

대표이사인 이용준 사장은 임충헌 회장과 김두환 전 부회장의 조카다. 임 회장의 아버지인 임광정 전 사장이 1세대 경영을 맡은 후 1988년 임충헌 사장이 경영권을 물려받았다. 임 회장의 처남인 김두환 부사장이 경영에 합류한 데 이어 이용준 사장이 2008년 대표이사로 취임하면서 4세대 가족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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