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상봉] 고령의 이산가족…건강 악화로 일부 단체상봉 포기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공동취재단·강정숙 기자
입력 2018-08-21 18:34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1회차 첫날인 20일 오후 금강산호텔에서 이산가족 단체상봉이 열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반 백년을 기다린 혈육과의 만남이었지만 고령의 이산가족들은 건강상의 이유로 단체상봉을 불가피하게 포기해 주변을 안타깝게 했다.

이산가족상봉 이틀째인 21일 북측의 조카들을 만나러 온 강화자(90) 할머니는 몸 상태가 안 좋아 이날 오후에 열린 단체상봉을 포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 할머니는 이날 오전 개별상봉과 객실 중식에는 참가했지만 이후 진행된 단체상봉 포기 의사를 북측에 전달해 북측의 가족들도 상봉장에 나오지 않았다.

한신자(99) 할머니도 두 딸과 상봉했지만 이날 오후 단체상봉에 나오지 못했다. 그러나 상봉 종료 5분을 남긴 오후 4시55분께 남측 아들의 부축을 받으며 상봉장에 나타나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아들 김경식(60)씨가 "어미니 괜찮으세요, 피곤하셔서 그랬어요"라며 북측 누나들을 안심시켰다.

상봉이 끝났다는 방송이 나오자 한 할머니는 아쉬운 표정으로 북측 딸들 손을 붙들고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이에 남측 자녀들이 "어미니, 내일 또 만나실 수 있어요"라고 하자 한 할머니는 안심이라도 하는 듯 겨우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북측의 여동생과 조카를 만나러 온 김달인(92) 할머니도 건강상태가 안 좋아 단체상봉에 참석하지 못했다.

상봉장에는 김씨의 여동생 김유덕(85) 씨가 아들과 함께 먼저 도착했다. 남측 가족을 기다리는 이들에게 북측 보장성원이 다가와 "제일 나이 많은 분은 건강 때문에 못 오고 동반자분만 오세요"라고 전했다.

이어 김씨와 함께 방북한 김씨의 부인 황정희(82) 씨와 이들의 딸 김순옥 씨가 나타나 유덕 씨에게 "오빠(김달인)가 오늘 어지러우시대서 못 오셨어"라고 설명했다.

남쪽의 조카가 북쪽 고모의 기분을 풀어주려고 애써 밝게 웃으며 과자와 음료수를 건넸지만, 유덕 씨는 조카가 건네준 다과를 받기만 했을 뿐 입에 대지 않았다.

그녀는 아무 말도 없이 상봉장 입구 쪽만 무표정하게 쳐다보며 혹시나 모습을 드러낼지 모를 오빠를 기다리는 듯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