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상봉] "서울에서 '은하야!하고 부를게"…"그럼 제가 네~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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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취재단·강정숙 기자
입력 2018-08-21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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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봉 이틀째 "볼 시간이 얼마 안 남았네"

제21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 이틀째인 21일 북측 상봉단이 객실 내 개별 상봉을 위해 외금강호텔로 들어서고 있다.[금강산=사진공동취재단]

제21차 남북 이산가족상봉 이틀째인 21일 이산가족들은 개별 '도시락 상봉'으로 객실 안에서 오붓한 시간을 가졌다.

89명의 남측 이산가족과 동반 가족 등 197명은 북측 가족 185명과 이날 오전 10시10분부터 3시간가량 숙소인 외금강호텔에서 개별 상봉에 이어, 북측이 준비한 도시락으로 점심을 했다.

도시락 메뉴는 △삼색찰떡 △오이소박이 △닭고기펀구이 △낙지후추구이 △오이절임 △삼색나물 △숭어완자튀기(튀김) △돼지고기 빵가루튀기 △금강산 송이버섯 볶음 △소고기 볶음밥 △사과 △사기오갈피차 △금강산 샘물 △사이다 등이었다.

남북의 가족들은 개별상봉 시간을 이용해 가져온 선물도 교환했다. '개성고려인삼'이라고 적힌 선물이 들려 있는 북측 남성도 보였고, 장류가 담긴 것으로 보이는 항아리를 노란 봉지에 담아 입장하는 할머니도 보였다.
 

제21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 이틀째인 21일 외금강호텔에 북측에서 준비한 객실 중식용 도시락이 놓여 있다.[금강산=사진공동취재단]

분홍색 곽에 담긴 '개성고려인삼 화장품'을 들고 있는 북측 가족도 있었다.

외금강호텔 로비엔 북측 보장성원(지원요원)들이 미리 준비한 80여개의 선물이 놓여 있었다. 백두산 들쭉술과 대평곡주 등이었다. 북측 가족들은 종이봉투에 담긴 선물을 하나씩 들고 남측 가족이 있는 객실로 향했다.

남측 가족들도 의류와 신발, 초코파이를 비롯한 과자류, 화장품 등 준비한 선물을 북측 가족에게 건넸다.

하지만 남측 가족이 준비한 선물은 북측 당국이 일단 따로 모았다가, 추후 가족에게 전달한다고 통일부 관계자는 전했다.

이날 처음 이뤄진 개별 점심상봉에 대해 남측에서 온 이영부 할아버지(74)는 "아무래도 자유롭고 훨씬 낫다"며 "얼마나 맛있어, 기분좋고"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남북 이산가족들은 도시락 점심 만남 후 1시간 30분가량 헤어졌다 오후 3시3분께 단체상봉을 시작했다. 

단체상봉에서 박기동 할아버지(82)의 북측 동생 박삼동씨(68)는 북측이 제공한 다과 봉지 속 캔 커피(말레이시아산)를 꺼내 잔에 따라 형에 건네는 등 첫날 단체상봉 때와는 긴장감이 덜해 보였다.

박 할아버지는 북측의 동생들과 활기차게 대화를 이어나가면서도, 하루밖에 남지 않은 이산가족상봉행사를 아쉬워했다.

박 할아버지는 "60여년 만에 만나 반갑지만 헤어질 것을 생각하니 안됐다"며 "기약이 없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68년 만에 북측에 두고온 아들을 만난 이금섬 할머니(92)는 단체상봉장에 도착하자마자 칠순의 아들 리상철씨의 목을 끌어안고 귀에 대고 소곤소곤 이야기를 하는 등 애틋함을 드러냈다.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1회차 둘째날인 21일 오후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단체상봉에서 남측 이금섬(92)할머니와 북측의 아들 리상철(71)이 손을 잡고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

북측의 남동생 은하씨를 만난 김혜자(75)씨는 "볼 시간도 얼마 안 남았네"라며 아쉬워하며 "내가 서울에서 '은하야!'하고 부를게"라고 말하자  은하씨는 "그럼 제가 네~할게요"라며 웃었다.

이에 혜자씨는 "사랑해"라며 말해도 쑥쓰러워하는 동생에 "넌 사랑한다는 말 안하니"라며 핀잔을 주자, 동생 은하씨는 "아니 누님을 존경해요. 누님이 날 사랑해 주니까 얼마나 좋은지 몰라"라며 답했다.

이에 혜자씨는 "꿈 같다. 같이 있고 싶다, 안 보내고 싶다"며 슬픈 웃음을 보였다.

이날 단체상봉에는 고령의 남측 상봉자 강화자 할머니(90)가 몸 상태가 좋지 않아 단체상봉을 포기, 북측 가족도 행사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이렇게 두시간의 단체상봉을 끝으로 상봉 둘째날 일정이 마무리 됐다. 남북의 가족들은 이날 저녁엔 별도의 상봉행사 없이 휴식을 취했다.

이들은 마지막 날인 22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까지 작별 상봉 및 공동 중식을 끝으로 사흘간의 짧은 만남을 마친다.

남측 가족들은 오후 1시 45분께 버스로 금강산을 출발해 귀환할 예정이다.

한편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열리는 금강산에서는 관광 중단 이후 달라진 풍경이 눈길을 끌었다.

금강산 관광이 한창이던 시절 농협 건물로 사용되던 곳에는 '대동강은행'(DDG BANK)이라는 간판이 붙어 있었다.

건물 정면 상단에는 '농협' 마크를 뗀 흔적이 선명하게 남아있었고, 건물 현관은 관리를 잘하지 않은 탓인지 일부 갈라지고 깨져 있었다.

대동강은행의 영업 여부는 확인되지 않지만, 농협이 철수한 이후 해당 건물을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것으로 보였다.

이산가족들이 머무는 외금강호텔에서 도보로 5분 정도 거리인 '금강산삼일포상점'은 21일도 문을 열고 손님을 맞았다.

이 가게에서는 △술 △화장품 △꿀 △건강식품 △인형 △말린 나물·버섯 △가구 등을 판다. △들쭉술 △산삼주 △뱀술 △개성고려인삼화장품 등의 상품이 진열된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이 상점은 평소에는 중국인 관광객이 이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주민의 휴대폰 사용은 일반화된 것으로 보였다. 금강산호텔 직원들은 대부분 '손전화'(휴대폰)를 가지고 있다며, 단 근무시간에는 업무에 방해가 돼 사용할 수 없다고 전했다. 이들은 "퇴근 후 손전화로 친구들과 문자메시지도 주고받고 한다"고 말했다.

이날 외금강호텔 왼쪽에 있는 금강약수 인근 계단에서는 작업복 차림의 한 남성이 앉아서 휴대폰을 가로로 잡고 동영상을 보는 모습도 취재진에게 포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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