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원로 경제학자 "트럼프 없어도 무역전쟁 안 끝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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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이재호 특파원
입력 2018-08-21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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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류준이 전 홍콩 중문대 총장 언론 기고

  • 미중 간 경제·기술 위상 변화 근본 원인

  • 중국이 불균형 초래, 그런 측면도 있어

  • 미중 갈등 지속 전망 "신중히 관리해야"

류준이 전 홍콩 중문대 총장 [사진=바이두 캡처 ]

"미·중 간 경쟁은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늘 존재해 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퇴임한다고 사라질 게 아니다."

중화권 원로 경제학자인 류준이(劉遵義) 전 홍콩 중문대 총장의 분석이다.

21일 중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류 전 총장은 지난 1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기고한 들을 통해 미·중 무역전쟁이 발발한 원인을 양국의 국력 차이가 급격히 좁혀진 데서 찾았다.

중국 구이저우성에서 태어난 류 전 총장은 미국 유학을 마친 뒤 홍콩에 정착했다. 미국 스탠포드대를 졸업하고 버클리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2004~2010년 홍콩 중문대 총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경제위원회 부주임을 맡고 있다. 중국의 혁명가이자 대만 국민당 원로였던 위유런(于右任)의 외손자로 유명하다.

류 전 총장은 "미·중 무역전쟁은 사실상 무역과는 관련이 없다"며 "양국이 세계 경제와 기술 분야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달라진 게 중요한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지난 2000년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미국의 10%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의 경우 3분의 2 수준까지 추격했다"며 "이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2030년대에는 미국을 따라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양국의 경쟁은 트럼프 대통령이 불러일으킨 게 아니다"고 덧붙였다. 중국의 국력 신장에 위기감을 느낀 미국이 대중 압박에 나서면서 무역전쟁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류 전 총장은 "경쟁이 나쁜 것은 아니다"며 양국의 슈퍼컴퓨터 개발 경쟁을 사례로 들었다.

그는 "2016~2017년에는 중국산 슈퍼컴퓨터가 세계 1위를 차지했고 올해 들어 미국이 역전했다"며 "결과적으로 양국 모두 더 우수하고 더 빠른 슈퍼컴퓨터를 보유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류 전 총장은 "무역전쟁이 발발하면서 미국은 중국에 대한 첨단 반도체 공급을 중단할 것"이라며 "이는 중국이 반도체 자급자족을 결심하는데 영향을 미치게 됐다"고 말했다.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에 확산하고 있는 포퓰리즘과 고립주의, 보호주의 등도 무역전쟁이 발생한 또 다른 원인으로 꼽았다.

류 전 총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등에서 나타나는 보호주의 정서를 효율적으로 이용해 중국을 악역으로 만들었다"면서도 "실제로 그런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다자무역 체제에서 중국만 지나치게 이득을 본다는 인식이 근거가 없는 건 아니라는 얘기다.

그는 "문제의 핵심은 글로벌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수익 분배가 불균형하다는 것"이라며 "전 세계가 두루 혜택을 볼 수는 없으며 반드시 실패자가 나오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 국가가 이득을 보면 또 다른 국가는 필연적으로 손실을 입게 된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역량을 최대한 활용해 기존 다자무역 체제를 미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바꾸려 노력하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류 전 총장은 "트럼프의 불만은 미·중 간 경제 관계에서 미국이 충분한 이점을 못 누리고 있다는 것"이라면서도 "중국의 경제 발전으로 6억명의 인구가 빈곤에서 벗어나는 동안 미국도 지난 20년 간 싸고 질 좋은 (중국산) 상품을 소비했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고 꼬집었다.

그는 "미국을 제외한 많은 국가들은 현재의 다자무역 체제를 유지하고 싶어 한다"며 "어쨌든 그 속에서 이익을 찾으려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미·중 관계에 대해서는 "반드시 신중하게 관리해 나가야 할 것"이라며 무역전쟁으로 표현되는 양국 갈등이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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