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로앤피] '안희정 무죄'가 대법원에서 뒤집힐 수도 있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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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연 기자
입력 2018-08-21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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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안희정 전 충남지사 1심 무죄 선고에 대해 '안희정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 회원들이 손팻말을 들고 항의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


[2018-08-20 오늘의로앤피] '안희정 무죄'가 대법원에서 뒤집힐 수도 있는 이유(전문)

Q. 오늘은 ‘안희정 무죄’가 대법원에서 뒤집힐 수도 있는 이유라는 제목의 칼럼을 갖고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칼럼을 쓴 한지연 기자 나와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무죄 판결로 논란이 큰데요, 먼저 안 전 지사 판결 내용 짚어볼까요.

A. 네. 서울서부지방법원 형사합의 11부(조병구 부장판사)는 지난 14일 강제추행, 피감독자 간음,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 전 지사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안 전 지사는 지난해 7월부터 올해 2월까지 자신의 수행비서였던 김씨를 상대로 위력에 의한 간음(4회) 및 추행(1회), 강제추행(5회) 등을 한 혐의로 지난 4월 불구속 기소됐었는데요, 1심 재판부는 안 전 지사에게 적용된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Q. 재판부는 왜 무죄를 선고했습니까?

A. 재판의 쟁점은 안 전지사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피해자를 성폭행 했는지 여부였습니다.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안 전 지사가 피해자에게 위력을 행사해서 추행을 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는 게 첫 번째 이유구요, 두번째는 피해자인 김씨의 진술을 신뢰할 수 없다고 판단한 점입니다. 또 한편으로는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거부하지 않으면 강간으로 처벌할 수 있는 입법체계가 현재 없다, 이런 현행법의 한계도 함께 지적해 논란의 불씨도 남겨놨습니다.

Q. 가해자는 상관, 피해자는 부하직원이였습니다. 조직 내에서 보이지 않는 권력관계가 작동했을 수도 있는데요, 너무 경직된 판단을 내놓지 않았냐. 이런 지적도 나옵니다. 재판부는 아예 위력이 없었다고 본건가요?

A. 네 그렇습니다. 위력에 의한 간음죄는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호법익으로 합니다. 이 말은 위력으로 피해자의 자유의사가 제압돼서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이 침해되야 형법으로 처벌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재판부는 안 전 지사가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완전히 제압할 만큼 억압적 상황을 만들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또 미성년자가 아닌 정상적인 판단능력을 갖춘 성인 남녀사이에서 발생했다는 점과, 안 전 지사가 피해자의 저항이 불가능하도록 물리적인 위력을 행사했다는 근거도 명확하게 없다. 따라서 위력에 의한 강제 추행으로는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Q. 여성들, 특히 피해 경험이 있지만 아직 숨죽이고 있는 여성들 입장에서는 이번 판결이 매우 아쉬울 것 같기도 합니다. 그래서 최근 여성계에서 ‘안희정이 무죄면, 사법부는 유죄다’ 이런 비판도 나오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이번 판결이 최근 대법원의 결정과는 대치된다고요?

A. 네 그렇습니다. 안 전 지사의 사례와 유사한 ‘권력형 성범죄’에 대한 대법원의 최근 판결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여학생들을 상습 성추행한 대학교수 해임 처분 취소소송에서 해임이 부당하다고 판단한 원심 재판을 파기환송했습니다. 대학교수 A씨는 자신의 수업을 듣던 학생들에게 추천서 등을 빌미로 뽀뽀, 백허그 등 성희롱을 일삼았는데요, 원심은 “피해 학생들이 계속해서 A씨의 수업을 수강했고, 신체접촉이 성적 굴욕감을 느낄 정도는 아니였다고 판단해 대학 측의 징계가 과중하다 이렇게 봤습니다.

그런데 대법원은 성희롱의 가해자가 교수이고, 피해자가 교수의 추천서 등을 필요로 하는 학생었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대법원은 성희롱 여부를 판단할 때는 단순히 행위 자체의 내용 뿐 아니라 가해자와 피해자가 놓인 권력관계와 사회적 지위를 고려해야 한다면서, A씨가 추천서 등을 빌미로 성적 언동을 지속한 점을 고려할 때 피해자의 입장에서 성적 굴욕감이 있을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성범죄 사건에서 유력 증거를 판단할 때 ‘성인지 감수성’을 법리적으로 최초로 제시한 사례입니다.

Q. 그렇다면, 안 전 지사의 재판 결과를, 관련 성범죄에 일반화할 수는 없겠다. 이런 의심을 해봐도 되는 겁니까?

A. 네 그렇습니다. 실제로 안 전 지사의 1심 결과가 항소심에서는 뒤집힐 가능성이 높다는 추측이 나옵니다.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요, 첫 번째 이유는 앞선 대법원 판결처럼 위력, 위계에 대한 해석과 범위가 넓어진 것이구요, 두 번째는 이번 사례가 위계에 의한 간음 행위를 규정한 첫 판례가 될 수 있다 이런 기대감 때문입니다.

그동안에는 성인을 위계에 의한 간음의 피해자로 인정한 전례가 없었습니다. 기존 판례가 없기 때문에 다퉈볼 여지가 충분하다는 게 변호사들의 설명입니다. 또 여성계를 중심으로 동의없는 성관계를 처벌하는 것에 대한 입법 움직임이 활발하게 제기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결과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진행 : 이승재 아주경제 정치사회부 부국장
출연 : 한지연 아주경제 정치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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