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집값 43% 뛴 훈춘, 봄날 기다리는 포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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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춘(중국)=이재호 특파원
입력 2018-08-21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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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중 접경을 가다-下]"인고의 세월 끝나나"

  • 훈춘 포스코 물류단지, 수익성 개선 기대감

  • 부동산 투자 몰려, 북중 교역 정상화 대비중

포스코가 중국 지린성 훈춘에 설립한 훈춘포스코현대국제물류유한공사 사옥 전경. 대북 제재 완화로 북·중 교역이 정상화하면 중개 물류 기지로 주목을 받을 전망이다. [사진=이재호 기자 ]


중국 지린성 훈춘의 최남단에 있는 64m 높이의 팡촨(防川)전망대에 오르면 왼쪽부터 러시아와 중국, 북한의 국경이 깔때기처럼 모여 두만강 하구로 빠져나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곳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의 교통·물류 요충지다. 훈춘은 북한산 수산물이 중국 전역으로 유통되는 창구이며, 중국산 공산품이 북한으로 쉼 없이 유입되는 북·중 교역의 중심지다.

인접한 북한의 나진항과 러시아 자루비노항을 통해 동해를 거쳐 태평양으로 진출할 수 있는 물류 허브로서의 잠재력을 인정받은 곳이다.

포스코도 이 같은 지리적 이점에 주목해 훈춘에 대규모 물류단지를 조성했다. 북핵 위기 고조에 따른 대북 제재로 북·중 간 물동량이 급감한 탓에 준공 후 3년 동안은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했다.

다만 올 들어 한반도 비핵화 논의가 진전되고 남북과 북·미, 북·중 간의 관계 개선이 이뤄지면서 포스코의 인내가 결실을 맺을 날이 도래하고 있는 분위기다.
 

훈춘의 포스코 물류단지 내 냉동창고(왼쪽)와 대형 수조(오른쪽). 대북 제재로 물동량이 감소하면서 상당 부분 비어 있는 상태다. [사진=이재호 기자]


◆"대북 제재만 풀리면" 인내 중인 포스코

지난 17일 훈춘 시내에서 차로 10분 정도를 달려 도착한 포스코 물류단지는 한산한 모습이었다.

공식 명칭은 훈춘포스코현대국제물류유한공사. 포스코와 현대그룹이 각각 80%와 20%의 지분율로 투자해 설립했다. 현재 현대그룹이 보유하던 지분은 각각 산업은행과 롯데그룹으로 넘어간 상태다.

총 사업비 1994억원 중 절반 수준인 1060억원이 투입됐다. 당초 목표로 한 물류창고 28개동 중 10개동이 완공돼 운영 중이다. 이에 따라 건설 부지 150만㎡ 가운데 100만㎡ 이상이 비어 있다.

2015년 7월부터 영업을 시작해 2016년과 지난해 각각 240만 달러(약 27억원) 안팎의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했다.

경영 여건이 악화된 원인은 하나다. 유엔의 대북 제재로 훈춘을 통한 북·중 교역이 사실상 중단됐기 때문이다.

특히 북한산 수산물 수입이 끊긴 게 직격탄으로 작용했다. 추가 투자로 구비한 대형 수조와 냉동창고 등은 무용지물이 됐다.

연제성 법인장은 "지난해 8월 중국이 대북 제재에 동참하기로 하면서 상황이 심각해졌다"며 "화물이 들어오는 것을 지켜보면 흐름을 알 수 있는데 최근에는 물동량이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고 토로했다.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다 보니 중국 현지 물류기업과의 출혈 경쟁도 이어지고 있다. 초기 1㎡당 11위안이었던 창고 임대료는 6위안까지 떨어졌다. 그저 버티는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악전고투의 연속이었다.

포스코 관계자와 함께 물류단지를 둘러봤다. 화물이 절반 이상 채워진 창고는 전무했다. 대형 수조의 주인이 북한산 수산물에서 러시아산 킹크랩으로 바뀐 게 오래전이지만 이날은 그마저도 없었다.

이쯤 되면 의기소침할 법도 한데, 연 법인장을 비롯한 물류단지 임직원들은 경영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북한의 비핵화 선언 이후 이어진 북·미 정상회담 등으로 대북 제재가 단계적으로 완화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연 법인장은 "우선 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만 풀리면 수익성이 상당히 회복될 것"이라며 "이후 식품과 곡물, 생필품, 의류 등의 교역도 자연스레 증가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정부도 훈춘을 국제 물류도시로 육성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북한 시장이 본격적으로 개방되면 미리 훈춘에 터를 잡아 놨던 이점이 극대화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훈춘 최남단의 팡촨전망대에서 바라본 두만강 하구 전경. 가운데 철교를 기준으로 왼쪽이 러시아, 중간이 중국, 오른쪽이 북한. [사진=이재호 기자 ]


◆북·중 교역 정상화 기대에 들썩이는 훈춘

연 법인장의 설명에는 근거가 있다.

올해 초 1㎡당 3000위안 수준이던 훈춘의 부동산 가격은 현재 4300위안으로 뛰었다. 43% 정도의 상승률이다. 지난 4월 남북 정상회담 직후에는 5000위안까지 치솟기도 했다.

조만간 북·중 교역 정상화와 지역 경제 활성화가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다. 훈춘 시내 곳곳에서 대형 크레인을 동원한 아파트 건설 현장이 눈에 띄었다.

기자와 동행한 조선족 가이드는 "베이징과 상하이, 광저우 등 대도시 투자자들의 자금이 훈춘에 몰리는 상황"이라며 "단층 주택을 매입해 고층 아파트로 재건축하는 식으로 투자 가치를 높이고 있다"고 귀띔했다.

훈춘 정부도 북한과 육로로 연결된 취안허(圈河) 커우안(口岸)에 연면적 2만8000㎡ 규모의 검역소를 새로 짓고 있다.

준공되면 연간 통관 화물이 60만t에서 200만t으로 증가하게 된다. 양국 간 교역이 확대될 것이라는 내부 판단 없이는 추진하기 어려운 일이다.

훈춘에서 만난 한 기업인은 "러시아에서 액화석유가스(LPG) 등 에너지 제품을 수입해 북한에 공급하는 등의 중개무역을 구상하는 기업이 많다"며 "북한 시장만 열리면 할 수 있는 사업은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현지 당국은 훈춘 경제합작구 내 수산물 가공 업체를 상대로 오수처리시설 설치 등을 요구했다. 환경시설 정비도 적극 주문하고 있다.

훈춘이 국제적 수준의 물류도시로 성장할 것에 대비해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규제를 미리 도입하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와 훈춘, 북한을 잇는 철도 개통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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