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가족상봉] "아이고..." 68년만의 재회에 상봉장 눈물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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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취재단·강정숙 기자
입력 2018-08-20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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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21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파란때 두고 온 두 딸과 만나 통곡

 

20일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제21차 남북 이산가족 단체상봉 행사에서 남측 이금섬(92) 할머니가 아들 리상철(71)을 만나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상철아!" 전쟁통에 헤어진 아들을 68년 만에 만난 어머니는 아들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20일 금강산에서 열린 이산가족 1차 상봉단에 포함된 이금섬 할머니(92)는 상봉장에 도착, 아들이 있는 테이블에 오자마자 아들을 끌어안고 눈물을 펑펑 쏟아냈다.

◆68년 세월에도 한눈에 아들 알아본 母
 
아들 리상철씨(71)도 어머니 앞에서 68년 전 어린아이로 돌아가 어미니를 부여잡고 오열했다. 상봉장에는 상철씨의 아들과 며느리도 함께했다.

한국전쟁 당시 가족과 피란길에 올랐던 이 할머니는 가족과 헤어졌다. 당시 등에 업고 있던 갓난 딸 조순옥씨(원래 성은 리씨였지만 남한에서 재혼한 남편의 성을 따름)만 남한으로 데려왔고, 남편과 아들을 비롯한 나머지 가족들과 생이별했다.

며느리가 이 할머니에게 울먹이며 "어머니 남편 사진입니다"라며 시아버지의 생전 모습을 보여줬다.

아들 상철씨도 "아버지 모습입니다, 어머니···"라며 소리내 울었다.

이에 이 할머니는 상철씨에게 "애들은 몇이나 뒀니. 손(자식)이 어떻게 되니" 등 질문을 하는 등 상봉 내내 두 손을 꼭 잡고 떨어지지 않았다.

◆세 살배기 두 딸과 68년 만에 상봉, 눈물만···

세 살배기 어린 두 딸을 시댁에 맡겨 두고 잠깐 남쪽으로 피신 온 한신자 할머니(99)는 68년이 흘러서야 다시 딸을 만났다.

한신자 할머니는 북측의 두 딸 김경실(72) 경영씨(71)를 보자마자 "아이고"라고 외치며 통곡했다. 두 딸은 걸어나오는 어머니를 발견하고 허리를 90도 숙여 인사하며 눈물을 터트렸다.

한 할머니와 두 딸은 한참동안 아무 말도 잇지 못하고 눈물만 흘렸다. 한 할머니는 과거 남편이 1·4 후퇴가 임박해 먼저 산을 타고 남쪽으로 피신하자, 당시 갓난 아기였던 셋째 딸만 등에 업고 1·4 후퇴 이후 남쪽으로 피란왔다.

당시 두세 달이면 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 말만 믿고 셋째 딸을 업고 남으로 내려온 것이 68년이 흘렀다.

첫째 딸인 경실씨는 흥남 고모집에, 둘째 딸 경영씨는 친할머니에게 임시로 맡겼다.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1회차 첫날인 20일 오후 금강산면회소에서 열린 단체상봉에서 남측 한신자 할머니(99·오른쪽)가 북측에서 온 딸 김경실씨(72)를 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금강산=사진공동취재단]


한 할머니는 "내가 피란 갔을 때···"라며 미처 두 딸과 함께 내려오지 못한 데 대한 미안함 때문인지 한스러운 세월 앞에 눈물만 흘렸다.

그런 노모를 북측 딸들은 "고모가 있지 않았습니까"라며 위로했다.

◆오열과 눈물이 쏟아진 상봉장

곳곳에서 오열과 눈물이 쏟아지는 가운데 자리를 안내하는 북측 보장성원과 남측 지원 인력, 남북 가족이 섞여 연회장은 한동안 북새통을 이뤘다.
 
남측 상봉단의 최고령자인 백성규 할아버지(101)는 휠체어를 타고 동행 방북한 아들과 손녀와 함께 연회장으로 들어왔다.

미리 기다리고 있던 북측의 며느리 김명순씨(71)와 손녀 백영옥씨(48)는 백 할아버지를 보자마자 어깨를 붙잡고 오열했다. 반면 오랜만에 헤어진 가족을 만난 백 할아버지는 오히려 미소를 지으며 며느리와 손녀를 달랬다.

양측의 가족은 서로 준비한 사진을 교환하는 등 이내 화기애애하게 옛 기억을 더듬어 나갔다. 북측 보장성원도 백 할아버지의 가족을 위해 사진을 찍어주기도 하는 등 호의적인 모습으로 상봉에 협조했다.

북측의 두 동생을 만나는 서진호 할아버지(87) 가족은 보자마자 손을 부여잡고 기쁨을 나눴다. 너나 할 것 없이 "우리 친형제가 이제야 만났다"를 연신 외치며 곧바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날 68년 만에 만난 남북 이산가족들의 첫 만남은 2시간 만에 종료됐다.

89명의 남측 이산가족과 동반 가족 등 197명은 20일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금강산호텔에서 북측 가족 185명과 단체상봉을 진행했다.

이들은 오후 7시부터 2시간 동안 북측 주최의 환영 만찬에서 다시 만난다.

남북 이산가족들은 22일까지 2박 3일간 6차례에 걸쳐 11시간 동안 혈육의 정을 나눈다.

이틀째인 21일에는 숙소에서 오전에 2시간 동안 개별상봉을 하고 곧 이어 1시간 동안 도시락으로 점심을 함께한다. 가족끼리만 식사를 하는 건 과거 이산가족 상봉행사에선 볼 수 없었던 풍경이다.

이산가족들은 마지막 날인 22일 오전 작별상봉에 이어 단체 점심을 하고 귀환한다.

이산가족 상봉행사는 2015년 10월 이후 2년 10개월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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