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北접경 "1일 투어 200위안!" 호객, 북한 노동자도 5000명 '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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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춘·투먼(중국)=이재호 특파원
입력 2018-08-20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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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중 접경을 가다-上]대북 관광·인력 유입 '활기'

  • 당일치기 여행 인기, 북한도 수산시장 개장 화답

  • 대북교역 몸풀기 한창, 北노동자 신규 유입 정황

북한으로 당일치기 관광을 떠나는 중국인들이 대형 관광버스에서 내리는 모습(위)과 중국인 관광객이 머무는 북한 나선시 원정리의 수산물 시장. [사진=이재호 기자 ]


지난 18일 오전 찾은 북·중 접경 도시 훈춘의 취안허(圈河) 커우안(口岸·세관이 있는 국경 통과 지점).

도로변에 5~6대의 대형 관광버스가 줄지어 정차한 가운데 커우안 입구는 중국인 단체관광객 또는 가족 단위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어림잡아 200여명은 돼 보였다.

이들이 향하는 곳은 두만강 건너 500m 정도 떨어진 북한 나선특별시 원정리에 들어선 시장이다. 관광객들은 시장에서 북한산 수산물을 먹고 공연을 관람하며 반나절가량 즐기다가 돌아온다.

북·중을 오가는 당일치기 여행상품이 새로 생겼다는 소식은 사실이었다.

커우안 옆 상점 주인에게 시장 건물이 언제 완공됐는지 물었다. 그는 "올봄까지 없었는데 이후 급하게 공사를 시작해 지난달 초 문을 열었다"고 말했다.
 

중국 지린성 옌볜조선족자치주 투먼시(왼쪽)와 두만강 건너편의 북한 함경북도 남양시의 전경. 사진 앞쪽 철교로 연결돼 있으며, 뒤쪽 교량은 복구 작업이 한창이다. [사진=이재호 기자]


◆훈춘·투먼 등 北 관광 열기 후끈

대북 제재 국면이 지속되는 와중에도 최근 북·중 접경 지역의 경제 교류는 서서히 활기를 되찾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9월 방북설이 제기될 정도로 양국 관계가 개선된 데 따른 것이다.

중국은 대북 관광 활성화로 북한의 숨통을 틔워 주는 한편 낙후한 북·중 접경 도시들의 경제 개발도 도모하고 있다.

지린성 옌볜조선족자치주 내 훈춘과 투먼 등이 대표적이다.

취안허 커우안 앞의 2층짜리 건물에는 지린성 공안(경찰)청 출장소와 춘추국제여행사 간판을 단 사무실이 나란히 입주해 있다.

여행사에서 간단한 서류를 작성한 뒤 공안청 출장소에서 국경 통과 증명서를 받아 북한으로 관광을 떠나는 방식이다.

여행사 사무실 앞을 서성이자 직원으로 보이는 남성이 다가와 원정리 당일치기 여행을 권했다. 미리 예약하지 않아도 현장 접수가 가능하단다.

한국인도 상관 없냐고 묻자 기자를 흘낏 쳐다본 뒤 "외국인은 갈 수 없다"며 퉁명스레 답했다.

내친김에 여행상품 가격을 물었다. 그는 "원래 100위안이었는데 지금은 200위안으로 올랐다"며 "원정리 시장에서는 300~500위안 정도를 지출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우리 돈으로 8만2000~11만5000원 정도가 소요되는 셈이다.

커우안에는 빈 택시도 10여대 서 있었다. 1박2일 혹은 2박3일 일정으로 나선시 카지노에 갔다가 돌아오는 중국인 관광객을 숙소나 공항으로 실어나르는 택시다.

대북 제재 사각지대인 관광 분야의 경우 빗장이 많이 헐거워진 모습이었다. 이는 훈춘에서 60㎞ 정도 떨어진 또 다른 접경 도시 투먼도 마찬가지였다.

투먼과 강 건너편 함경북도 남양시를 잇는 다리는 2016년 홍수로 끊겼다가 최근 복구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그 옆에 새로 놓인 작은 다리를 통해 중국인 관광객이 남양시로 여행을 다녀오고 있었다. 북한 어린이들이 펼치는 공연을 관람하며 식사를 하는 프로그램의 여행상품이다.

북한 쪽을 향해 카메라 셔터를 연신 눌러대자 초소를 지키던 중국 군인이 다가와 제지하며 사진을 삭제할 것을 요구했다.

동행한 조선족 가이드는 "대북 제재로 교역량이 급감하면서 투먼 경제가 어려워지고 인구도 많이 줄어든 상황"이라며 "요즘 들어 관광객이 몰리면서 형편이 좀 나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북·중 접경 훈춘의 취안허 커우안에 건설 중인 연면적 2만8000㎡ 규모의 검역소 및 부속 건물. 교역 정상화에 대비한 포석이다. [사진=이재호 기자 ]


◆北 나선 호텔, 中 기업인들로 북적

중국 측 북·중 접경 도시들의 경제를 지탱해 온 대북 교역은 공식적으로 중단된 상태다. 중국산 공산품과 북한산 수산품이 밀무역으로 거래되고는 있지만 대북 제재 이전과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라는 게 현지 주민들의 전언이다.

훈춘 시내의 한 식당 주인은 "북한산 오징어와 조개 등이 밀무역으로 들어오고 있다"면서도 "훈춘에서 소비되는 수준일 뿐 외부로 팔려 나갈 정도는 아니다"고 말했다.

다만 비핵화 협상 진전에 따른 대북 제재 완화, 또는 대북 교역 정상화를 미리 대비하는 분위기는 확연하다.

현지 정부도 팔을 걷어붙였다. 취안허 커우안에는 연면적 2만8000㎡ 규모의 검역소 및 부속 건물이 건설되고 있다. 3억3000만 위안(약 550억원)이 투입됐으며, 조선족 기업인 천우건설이 시공을 맡았다.

준공 뒤 통관 인원은 연 200만명, 통관 화물은 200만t에 달할 전망이다. 북·중 접경 교역이 급격히 확대될 것에 대비한 포석인데, 중앙정부와 사전 논의가 없었으면 쉽게 추진하기 어려운 사업이다.

북한 측 경제특구인 나선시를 드나드는 중국 기업인들도 늘고 있다.

나선시 입국 수속비는 1000위안, 나선시 내 호텔의 달방(한 달치 숙박비를 미리 지불하는 투숙 방법) 비용은 1500위안 수준이다.

훈춘에서 대북 사업을 준비 중인 한국 기업인은 "기존에 나선에서 상가 임대와 의약품 거래, 정비소 운영 등을 하던 중국 기업인들이 요즘 들어 한 달씩 들어가 머물며 사업 재개를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최근 통일부에 북한 주민 접촉 승인을 신청했다는 그는 "중국은 벌써 제재 완화 이후를 대비하고 있는데 우리만 손을 놓고 있는 것 같아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북한에서 건너온 노동자들에 대한 관리·감독에도 틈이 벌어지고 있다. 북한 노동자를 대거 고용 중인 자국 기업을 배려하는 조치로 해석된다.

훈춘 인근에 거주하는 북한 노동자는 5000여명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훈춘 경제합작구와 투먼 경제개발구 등에 흩어져 일하고 있다. 

북한 노동자 3000명 이상을 고용한 중국 1위 남성복 제조업체 야거얼(雅戈爾)그룹의 경우 유엔 제재가 발효된 이후에도 고용 인원을 비슷하게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유엔은 북한 노동자의 해외 신규 파견과 비자 갱신을 금지하는 내용의 제재를 발표했다. 

한 대북 소식통은 "비자가 만료된 기존 노동자를 새로운 노동자로 대체하고 있다는 의미"라며 "당국의 봐주기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 소식통은 "북·중 관계 개선을 대북 지원과 경제 협력 강화로 이어가려는 중국의 노력이 지속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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